>2015.5.10 고려 상감청자 그 고고함에 취하여~ ●보물 제903호 와 제1168호 청자상감매죽학문매병(靑磁象嵌梅竹鶴文梅甁) -청자상감 매화 대나무 학 무늬매병
●고려시대 유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운(雲), 매(梅), 죽(竹), 학(鶴)....
구름, 매화, 대나무, 학 등은 고려청자에 새겨진 무늬들이다. 이들 문양들이 들어감으로서 비로소 푸른 비색을 띤 찬란한 고려청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청자상감매죽학문매병‘이다. 풀어서 ‘청자상감 매화 대나무 학 무늬 매병’이다. 청자(靑瓷)는 말 그대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푸른빛의 자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상감(象嵌)이란 도자기 표면에 여러 가지 무늬를 새겨서 그 속에 같은 모양의 금, 은, 보석, 뼈, 자개 따위를 박아 넣는 일종의 공예 기법을 말한다.(국어사전) 이러한 상감기법으로 매화, 대나무, 학 또는 구름 모양의 문양을 새겨 넣은 것이 바로 청자상감매죽학(운)문매병이다. 매병(梅甁)은 병의 이름. 매화꽃을 빌려와 지은 매병의 유래는 중국에서부터라는데 그 유래를 여기에 옮기려면 말이 길어 질것이기에 생략한다.
도자기의 어려운 한자 이름을 한자, 한자 풀어보면 금방 무슨 문양의 자기인지 알 수 있다. 만약 쉬운 우리말로 도자기 이름을 짓는 다면 너무 길어서 오히려 기억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서 ‘푸른빛 도는 자기에 매화 대나무 학 무늬 새긴 도자기’이런 식이다. 한문 이름이 어려운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간단하고 편리한 점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나 자신도 도자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문외한 이지만.... 비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느 누구라도 고려청자 앞에서면 그 아름다움과 고고한 자태에 매혹되고 만다. 유려한 선과 아름다운 자태..... 어느 우아한 여인의 몸매가 이를 따를 수 있겠는가, 귀엽게 오므린 주둥이(입부)을 떠나 가냘픈 목선을 타고 따라 가다보면 풍만한 어깨선과 만나고, 곧바로 어깨선의 리드미칼하고 유연한 곡선을 타고 허리 아래로 내려가면 마지막 굽(밑바닥)에 이른다. 은은하고 틔지 않은 고려청자만의 유일한 담청색의 비색((翡色)... 전체적으로 매병에서 느끼는 감정은 아름다움, 편안함, 안정감이다. 고려청자를 평할 때 어떤 미사어구를 동원해도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고려청자도 조선 초기 15세기경에 이르면 몸체가 둥글어지고 짤록해지면서 그 아름다운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만다.
마치 통일신라시대의 아름다운 석탑이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면 볼품 없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과 같음이다. 현대의 첨단과학기술 시대에는 왜 고려청자 같은 비색을 재현할 수 없는 것일까. 과학과 물질만능 제일주의에는 정신과 영혼이 유체이탈 했기 때문이다. 장인의 정신이 신(영혼)과 이어질 때 비로소 고려청자의 비색 같은 색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색((翡色)을 신이 내려준 색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도공(陶工)이 하나의 매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정결이 닦아 100일, 천일을 기도하여 비로소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모든 세속의 삿됨을 버리고 오로지 흙과 불과 바람과 시간에 자신의 영혼을 맡기고 혼신을 다할 때 오묘한 비색의 매병을 잉태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의 도공들이 온갖 첨단 과학기술과 현대문명의 이기(利器)를 이용하여 만든 자기가 어찌 고려청자 같은 비색을 재현해 낼 수 있겠는가.
작년가을 서울 중앙박물관에 갔을 때 나는 전시된 고려청자 앞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만 일행들을 놓칠 뻔한 일이 있었다. 마치 오래전에 헤어져 만나지 못한 첫사랑의 연인을 만난 것처럼 상감청자매병를 보고 또 보고 차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런데 그 때 봤던 청자는 보물 제1168호 이었는데 알고 보니 거의 똑 같이 생긴 청자가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보물 제903호 ‘청자상감매죽학문매병‘이였다. 이름도 똑 같고 얼핏 봐서는 문양도 같았다.
그러나 이 두 청자를 나란히 옆에 두고 비교해 보면 몸체만 닮았지 새겨진 문양은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두 청자를 옆에 갖다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사진 상으로만 비교한 차이이다. 크기는 1168호보다 903호가 조금 더 크다.
●보물 903호 : 높이 38.9㎝, 아가리 지름 5.1㎝, 밑지름 15.6㎝ ●보물1168호 : 높이 33.0㎝, 아가리 지름 5.2㎝, 밑지름 11.0㎝
보물 903호(좌측사진)에는 학이 막 지상에서 날아오르려고 날갯짓을 하고 있는데
보물 1168호(우측 사진)의 학은 힘차게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매화도 대나무도 조금씩 다르다. 비색은 903호가 1168호보다 더 푸르고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그러나 곡선은 1168호가 더 날렵하고 아름답다.(내 눈에는...) 도자기든 여타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그러나 문화재는 눈으로 겉 모양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정신으로 봐야 한다. 가슴, 마음으로 바야 한다는 것이다. 도공이 영혼으로 비색의 청자를 빗었듯이 그 청자를 바라보는 사람도 영혼으로 감상해야 된다는것... 이런 매병이란 무엇이고 그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나온 내용을 간추려 인용해 본다.
매병이란 입(口部)이 작고 어깨(肩部)선이 풍만하여 몸체(胴部)가 서서히 좁아져 내려가는 형태의 병을 말한다. 매병의 용도는 인삼주나 매화주 등 고급술을 담기 위하여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 시기는 고려시대 11세기경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12세기경에는 전성기에 달했으며, 13,14세기를 거쳐 15세기경에 이르기까지 널리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고려시대의 청자, 백자, 토기 등에 그 유례가 많다.
아무튼 자주 봐야 자기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삶에 도자기를 자주 접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다. 아니,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에 값싼 외국산 저질 도자기가 판을 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도자기 생산지가 많다. 진품 고려청자 같은 자기는 아니더라도 현대의 훌륭한 장인들이 만든 자기도 많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 어느 쇼핑몰에서 파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다. 왼쪽 것은 700만 원 짜리이고, 오른쪽 것은 16만 원 짜리이다. 무슨 차이가 있기에 가격 차이가 이렇게 심한 것일까. 도자기에 문외한 이니... 우선 산다면 값싼 16만 원 짜리에 시선이 간다.
그렇다면 진짜 고려청자의 값은 얼마나 나갈까? 놀라지 말라... 고려상감청자 하나에 약 2백50억원 쯤 된단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국보68호, 12세기, 간송미술관)
문화재를 단순한 돈으로 환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대는 모든 것을 돈으로 여기니 돈으로 환산 할 수밖에.... 비록 모조품이라도 좋으니 고려청자 한 점 내 삶 곁에 두고 그 비색에 취해 비몽사몽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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