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의 아침

퇴비 냄새~

migiroo 2015. 11. 3. 20:42

>2015.11.3.

 

퇴비 냄새~

 

양파와 마늘은 무슨 힘으로 추운 혹한기를 견뎌 낼까.

그 양파와 마늘을 심어 보기로 했다.

고추 대를 뽑아낸 자리와 고구마 켄 자리를 뒤집어엎고

종묘상에서 사온 포대용 퇴비를 준비했다.

포대를 뜯자 시커먼 퇴비에서 지독한 냄새를 쏟아낸다.

그런데 후각으로 전해오는 퇴비 냄새가 향긋 하다.

 

 

 

 

 

아니, 퇴비 냄새가 향긋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나 정말 향긋했다.

 

도심에 살았을 땐 농가의 퇴비 냄새가

너무도 역하여 코를 막고 지나갔었는데......

지금은 그 퇴비가 작물의 보약이 되어

냄새마저도 향긋하게 느끼게 됐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단순한 후각이 아닌 감정과 마음의 장난일 것이다.

할머니는 손주의 똥 냄새가 향긋하게 느끼지만....

젊은 아기 엄마는 코를 막는다.

 

마늘과 양파에게는 퇴비가 보약일터

추운 겨울을 잘 견뎌 낼 것이고

퇴비 먹고 자란 마늘을 내가 먹으니

나 또한 퇴비를 먹음과 같음이 아니가 싶다.

 

옆 자리엔 김장 배추와 무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배추는 배추벌레가, 무는 두더지란 놈들이

무단 침입하여 몇 포기를 거덜 내기도 했지만....

농약을 치지 않아 비록 때깔은 좀 그렇지만

무공해 채소라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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