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의 아침

흙에 놀다(흙과 지렁이)

migiroo 2015. 8. 27. 12:22

 

 >2015.8.26

 

에 놀다.

-흙과 지렁이

 

하루 종일 텃밭의 흙을 팠습니다.

그 부드럽고 콥콥한 흙만이 풍기는 냄새에 취하여 비몽사몽입니다.

사람을 비롯한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는 한 줌의 흙으로

변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흙은 바로 내 몸의 원조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난달에 감자와 양파를 케고 비워뒀었던 그 자리에 가을 김장

채소를 심기 위해 흙을 다시 파 뒤집습니다.

어제 많은 비로 흠뻑 젖은 흙을 삽으로 푹 파 뒤집어엎으니

속살이 훤한 땅 속의 누런 흙이 밖으로 나옵니다.

흙을 잘게 부수어 고른 다음 비닐 멀칭을 합니다.

이 일련의 밭 일구기 과정이 참으로 힘듭니다.

농사 일이 늙은 노구가 감당하기엔 힘겨운 일입니다.

작금 우리 농촌의 현실입니다.

젊은 농부는 줄고 늙은 농부만 남아 농사를 짓는 현실 말입니다.

 

그러나 늙었다고 빈둥댄다면 언제 병마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산촌에서 노인이 딱히 할 일도 없습니다.

흙이라도 파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흐린 날씨인데도 이마의 구슬땀이 뚝뚝 떨어집니다.

힘은 들어도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흙을 팔 때마다 땅속의 지렁이가 밖으로 나옵니다.

그 암흑의 지하에서 타에 의해 일순 밖으로 나와야 하니

세상 밖이 싫은지 꿈틀대며 요동을 처됩니다.

제법 큰 지렁이들입니다.

지렁이를 보면 왜 소름이 솟고 징그러운지요.

여자들과 아이들은 지렁이를 보면 기겁을 하고 도망갑니다.

 

 

 

그러나 만약 땅 속에 지렁이가 없다면 어찌 될까요.

지렁이가 땅속 생태계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지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이야기입니다.

 

다윈은 흙 속의 지렁이 굴을 흙의 창자(intestine of soil)’라 불렀답니다.

지렁이가 사는 땅은 건강한 땅이고, 지렁이가 없는 땅은 쓸모없는 땅이라고도 합니다.

중국의 중의학이나 한국의 한의학에서는 지렁이가 몸에 좋다고 토룡탕(土龍湯)으로

먹기도 하고, 지렁이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식용으로 가공한 식품도 있다고 하니

지렁이를 징그럽다고만 하면 안 될 듯싶습니다.

지금도 시골 장터에 가면 말린 지렁이를 파는 곳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동아사이언스에 실린(2015.8.5.)지렁이에 대한 연구 이야기이다.

 

임페리얼칼리지 식물 완전 분해하는 효소 발견

지구에 지렁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지렁이의 왕성한 소화 능력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지렁이는 흙에 덮인 식물 조각들을 분해해 식물 속에 든 탄소를 토양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제이크 번디 영국 페리얼칼리지대 교수팀은 지렁이가 드릴로디펜신(drilodefensin)’이라는 효소 덕분에 식물 조각을 잘 분해할 수 있다고 4일 밝혔다.

식물은 폴리페놀이라는 강력한 산화방지제를 함유하고 있어 초식동물의 장 속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지렁이의 장 속에 있는 효소인 드릴로디펜신은 폴리페놀의 활동을 억제해 섭취한 식물 조직을 완전히 분해한다. 지렁이 장 속 효소의 반응을 관찰하는 데는 질량분석법이 이용됐다.

번디 교수는 이 효소가 없다면 우리 지구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식물이 지표에서 완전히 썩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현재의 탄소 순환시스템 역시 파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초식동물과 차별되는 지렁이의 식물 소화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특정 효소의 존재는 이전부터 예견됐다. 중의학(中醫學)에서는 말린 지렁이를 먹으면 이런 효소를 섭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번디 교수는 드릴로디펜신은 건조 과정에서 불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이상 이우상 기자)

지렁이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절실합니다.

지렁이를 사랑합시다.

자연은 이렇듯 어느 것 하나라도 헛됨이 없습니다.

내일은 장터에 나가 김장용 배추 모종과

파종할 무 씨앗을 사와야겠습니다.

 

>미지로 떠나는 길,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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