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의 아침

가을비 상념~

migiroo 2015. 11. 13. 21:11

>2015.11.13

 

가을비 상념~

 

마지막 가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입니다.

빗물을 타고 이별의 아픔이 가슴으로 촉촉이 전해 옵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는 가을…….

산촌의 붉은 단풍도 이제는 누렇게 바래고 있고

나뭇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낙엽이 되어 떨어집니다.

이 또한 어머니 나무와 이별하는 나뭇잎의 아픔입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가 되면서 제법 빗줄기가 굵어 졌습니다.

비록 강우량은 적지만 오랜 가뭄 속에 내리는 비라서 사람도 숲도 조금은

갈증을 풀 수 있어 자연의 섭리에 온 마음을 모아 감사함을 표합니다.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봅니다.

모두들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울타리에 피어 있는 빨간 장미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마지막 이별의 아픔을 말하려는 장미인 듯싶습니다.

 

 

 

 

 

잎이 붉게 물든 남천에도 빨간 열매들이 다닥다닥 맺혀 있어

이별을 고하는 촉촉한 물방울을 하나씩 매달고 있습니다.

 

 

 

 

 

뜰락 화단에는 쑥부쟁이 무리들이 무단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보라 색 꽃을 가득 피우고는 빗물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조금은 바랜 꽃의 빛깔에서 이 또한 이별의 슬픔을 읽습니다.

 

 

 

 

 

유리창에 달라붙어 주르르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면서

문득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내게 있어 이제는 지나간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훨씬 짧다는 것을 문득 깨달으며 내 곁은 떠나간 수많은

이별들을 떠 올려 봅니다.

 

 

 

 

 

사랑했던 사람, ....

간절히 그리워했고, 죽도록 보고 싶었던 사람들....

미워했고 증오했던 사람들 마저도 모두 이별 이었습니다.

 

이별은 아픔입니다. 그리고 고통과 슬픔입니다.

특히 사랑이 그렇습니다.

사랑이 곧 이별이고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 모든 아픔의 이별들이 돌아올 수 없는

강물이 되어 지나간 시간 속에 영원히 묻혀 버렸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벗어 던진 무위(無爲)의 깨침 소리가

이별의 아픔을 잊게 해 줍니다.

 

유리창에 흐르는 빗물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는 듯합니다,

비는 내일도 내릴 거라 합니다.

 

마지막 가을비.......

내 가슴에도 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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