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3.
퇴비 냄새~
양파와 마늘은 무슨 힘으로 추운 혹한기를 견뎌 낼까.
그 양파와 마늘을 심어 보기로 했다.
고추 대를 뽑아낸 자리와 고구마 켄 자리를 뒤집어엎고
종묘상에서 사온 포대용 퇴비를 준비했다.
포대를 뜯자 시커먼 퇴비에서 지독한 냄새를 쏟아낸다.
그런데 후각으로 전해오는 퇴비 냄새가 향긋 하다.
아니, 퇴비 냄새가 향긋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나 정말 향긋했다.
도심에 살았을 땐 농가의 퇴비 냄새가
너무도 역하여 코를 막고 지나갔었는데......
지금은 그 퇴비가 작물의 보약이 되어
냄새마저도 향긋하게 느끼게 됐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단순한 후각이 아닌 감정과 마음의 장난일 것이다.
할머니는 손주의 똥 냄새가 향긋하게 느끼지만....
젊은 아기 엄마는 코를 막는다.
마늘과 양파에게는 퇴비가 보약일터
추운 겨울을 잘 견뎌 낼 것이고
퇴비 먹고 자란 마늘을 내가 먹으니
나 또한 퇴비를 먹음과 같음이 아니가 싶다.
옆 자리엔 김장 배추와 무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배추는 배추벌레가, 무는 두더지란 놈들이
무단 침입하여 몇 포기를 거덜 내기도 했지만....
농약을 치지 않아 비록 때깔은 좀 그렇지만
무공해 채소라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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