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2 조선시대 ID 號호, 字자 이야기~
카톡으로 서울 사는 중2 외손자로부터 질문이 들어 왔다.
“할아버지, 호가 뭐야, 그리고 할아버지 호는 뭐야...” “호, 할아버지 호....?” “없는데....”
이렇게 되어 외손자가 내준 숙제(?) ‘호’에 대한 이야기를 대충 아는 데로 정리하여 메일로 보내 주었다. 이렇게 말이다.
‘號’란 무엇인가.
號란 이름 대신 쓰는 별호(별명)로 조선시대 사대부에서 주로 사용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닉네임(별명)인 셈이다. 인터넷의 아이디 또한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이 號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자(字)가 있다. 號 와 字는 자신의 이름 대신 사용한 점은 동일하지만 짓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르다. 즉, 號는 스승이나 어른이 지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자신이 직접 지어서 사용한 별호이고, 字는 성인이 된 자신의 별호를 역시 스승이나 윗분이 지어준 것이다. 이 별호의 역사는 멀리 삼국시대부터 시작 됐다고 하며 특히 한자 유교문화권 조선시대에 이르러 사대부를 중심으로 보편적으로 사용 했던 이름이다. 이런 관습은 주로 중국, 한국 등 동양권 문화에서 사용 됐다.
號나 字 이외에 당호(堂號), 아호(兒號), 시호(諡號) 등의 별호가 있다. 출가한 여자에겐 택호(宅號)라는 별호로 불렀는데 흔히 부산댁, 대구댁, 서울댁 등으로 부르는 것들을 말한다.
그럼 왜 본명이 있는데 별호를 사용했을까. 이것은 당시엔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다든가 특히 윗사람이나 지인의 본명을 부르는 것은 예의에 결례 되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의 자는 연상(蓮上), 연하(蓮下)였고, 호는 누구나 잘 아는 백범(白凡)이다. 오천 원 권에 등장하는 조선의 성리학자 이이(李珥)의 호는 율곡(栗谷), 석담(石潭), 우재(愚齋)이고, 자는 숙헌(叔獻)이다. 이와 같이 여러 字와 號를 사용 했으나 주로 호를 많이 사용했다. 자와 호 외에 아호(雅號)라는 별호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아호는 문인, 학자, 화가 등이 사용한 것으로 호나 별호를 높여 부르는 이름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이런 호나 자를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인은 자기 PR로 이름을 불러주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족보를 보면 아버지가 지어 주신 내 어린 아호는 성욱(聖旭) 이라 쓰여 있다. 그러나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사용해 본적도 없어 사멸되고 만 호가 돼버렸다. 그러다가 십 수 년 전에 내가 직접 號를 지은 적이 있다. 바로 ‘석천(石川)’ 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개천가의 돌멩이’ 라는 뜻이다. 개천가에 널브러져 있는 하찮은 돌멩이 라고 했으니 내 자신을 한없이 낮춘 별호인 셈이다.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의 호는 아산(峨山)이다. 이 峨자가 아주 높다는 뜻이니 높은 山 즉, 높은 사람임을 말한다. 아마도 정주영 회장의 호는 본인이 직접 지은 것이 아니고 스승이나 윗분이 지어준 것으로 짐작된다.
요즈음 내 호 ‘石川’을 바꿔 보기로 했다. 내 여생의 둥지를 튼 깊은 산촌의 이름이 ‘소호리(蘇湖里)’이니 이 ‘소호’를 호로 사용할까 한다. ‘蘇’자는 되살아날 소자이고 ‘湖’ 자는 호수 호자 이니, 다시 소생하는 봄과 맑은 물을 의미하니 ‘소호(蘇湖)’가 좋을 듯싶다.
요즈음은 자신의 號를 필명이나 인터넷 아이디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다. 나의 필명과 인터넷 아이디는 ‘미지의 길’ 이라는 뜻인 ‘미지로(未知路)’ 이다. 그러나 너무 추상적이고 외래어 뉘앙스가 풍겨 별로 맘에 들지 않지만 수십 년 동안 인터넷에 사용 된 것이라 바꾸기가 어렵게 됐다.
어쩠던 ‘소호’ 라고 호를 정하긴 했으나 사용 할 기회가 별로 없는 듯하다. 내 주위의 친구들 중에 호를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누가 내 호를 이름 대신 불러주겠는가.
외손자에게 할아버지는 호가 없다고 말해 버린것이 후회스러웠다. 외할아버지는 아주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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