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18
지진 트라우마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 한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여진이 하루 두세 번 정도 일어나고 있다.
비록 약한 미진이긴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특히 소음이 없는 조용한 한 밤중에는 작은 미진에도
땅의 떨림 현상이 몸으로 감지되곤 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다고
난생처음 강진을 겪고 나니 또 지진이 나지 않을까
자다가도 놀라고 꿈속에서도 지진이 발생하곤 한다.
다행히 이번 지진 피해는 진앙지에 비하여 그리 크지 않았으나
나중에 집 안팎을 세밀히 살펴보니 작은 피해가 눈에 띄었다.
방안의 물건들이 넘어지고 떨어진 것들은 다시 정리 하면 됐지만,
벽이 여러 곳 갈라졌고, 문짝 틀이 틀어져 문이 말을 잘 안 듣고
비가 오니 미세하게 누수가 되는 곳이 발견 되기고 했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피해보다는
불안한 마음을 말끔히 씻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지진 ‘트라우마’다.
서울 사는 딸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오토바이 헬멧 2개를 엊그제 택배로 보냈어...”
“또 지진나면 꼭 머리에 쓰고 있어, 알았지...”
그리고 오늘 오후, 정말로 딸이 보냈다는 헬멧이 택배로 왔다.
지진 트라우마는 내가 아니라 딸애가 걸린 듯 했다.
내가 중얼 거렸다.
‘야 이놈아, 지진은 여기만 나니....’
‘서울은 안나니....’
지진 이후 매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어제오늘은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홍수 걱정마저 든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보고 싶은데 통 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하늘이 노하신 걸까.
북한에는 최악의 홍수로 수 백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남한에는 지진 측정 후 가장 큰 강진이 발생하고......
가뭄과 홍수, 지진도....
인간들의 오만에 대한 하늘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추기
지난 9월12일 본진 진도 5.8도 이후 경주, 울산지역에 여진이 380회 발생.
오늘 19일 8.33분에 또 다시 진도 4.5지진이 지난 진앙지 같은 장소에서 발생.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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