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4.
흙과 놀기
내일(5일)이 경칩일....
오늘은 완연한 봄 날씨이다.
기지개 한번 크게 키고
겨우내 꽁꽁 얼었던 텃밭에 나간다.
부풀어 오른 흙을 밟으니 푸석푸석하다.
흙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손으로 흙을 한 옴큼 쥐고 냄새를 맡아 본다.
코콥한 흙냄새가 후각을 타고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냄새이다.
모든 생명체는 흙으로부터 탄생하여 삶이 시작되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순리와 섭리에 순응 한다.
이제부터 흙과의 놀기가 시작 된다.
영양분이 부족한 흙에 퇴비를 듬뿍 준다.
역한 퇴비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러나 농부에겐 결코 역겨운 냄새가 아니다.
퇴비를 준 후 열흘쯤 지나면 풍부한 영양 성분이
흙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러고 나서 흙을 한바탕 뒤집어엎어 퇴비가
흙에 골고루 섞이도록 흙을 잘게 고른다.
그리고 봄비를 기다린다.
비가 오면 봄채소를 시작으로 100여 평의 텃밭에
여름부터 가을 채소들을 심을 것이다.
흙은 농부의 고된 땀을 요구한다.
땀의 대가로 흙은 풍성한 먹을거리를 약속한다.
앞으로 노구(老軀)의 몸일망정 여름 내내 그리고
가을까지 농부는 흙과의 놀기를 즐길 것이다.
현실적으로 농산물은 직접 지어 먹는 것보다
도심의 마트에서 사 먹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나 농사짓는 즐거움(고통)과 행복은
돈 주고 살 수가 없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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