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의 아침

야! 비다 비...

migiroo 2017. 6. 26. 15:02

>2017.6.25

 

야! 비다 비...

 

아침부터 하늘이 잿빛이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 잔뜩 기대를 하며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나 구름 사이로 해가 들쑥날쑥 비 올 기미가 없다.

기대와 실망, 좌절감.....,

그래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 본다

 

  


 

늦은 오후......

 

갑작이 요란한 천둥 번개와 함께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본격적인 장대비가 쏟아진다.


! 비다. .......

 

함성을 지르며 우산도 없이 텃밭으로 뛰어간다.

바싹 말라 있던 흙이 갈증을 풀며 빗물을 빨아들인다.

이윽고 밭고랑에 물이 고인다.

고추, 오이, 고구마, 감자, 상추, 파 등이

고개를 들고 함성을 지른다.


 

 

 

<, 비다. ....>

 

산도, 숲도 함성을 내 지르고

산새들도 신이 나서 재잘거린다.

나도 함성을 내지른다.

 

이번에는 계곡이 갑자기 소란해 진다.

졸졸졸, 콸콸콸......

장단을 맞추는 듯 물소리가 점점 굵어지더니 드디어

짙은 흙탕물이 바위와 돌을 헤집고 흘러내려 간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빗소리......

빗소리, 천둥소리, 계곡물소라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씽크대 수도꼭지를 트니 물이 나온다.

화장실 변기에도 물이 나온다.

계곡물을 사용하는 마을이라 계곡물이 고갈되어 며칠 전부터

단수 상태로 미리 받아 놓은 물을 사용했었는데.....

한동안은 걱정을 덜었다.

  

장대비는 한 시간쯤 내리다가 숨을 고르더니

밤이 되자 조금씩 보슬비로 변하였다.

기온도 뚝 떨어져 폭염이 달아났다.

 

도심 아파트에서는 가뭄을 직접 실감 하지 못했었는데

산촌(농촌)에서는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고 산다.

비가 안 와도 하늘을 바라보고,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하늘을 바라본다.

 

전국의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나고,

논바닥이 쩍쩍 갈라졌다는데......

얼마나 더 비가 와야 하는 건지......

잠시 목을 축였을 뿐

대지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마당에 핀 개양귀비꽃도 흠씬 비를 맞고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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