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상념
되돌아보며~
장맛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폭우가 아니라 보슬비다.
무심한 마음으로 거실 창밖을 바라본다.
마당에 피어있는 능소화와 접시꽃이 비를 흠뻑 맞고
끝내 빗물의 무게를 못 이겨 애처롭게도 뚝뚝
땅에 떨어지곤 한다.
문득, 나도 꽃처럼 피었다가 미련 없이 낙화하고 싶다.
그러나 꽃들은 찬란하게 피었다가 지지만.....
결코 나는 찬란하지만은 않은 삶이 아니였든가.....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아쉬움과 후회가 교차한다.
사랑했던 날 보다 원망과 미움의 더 많았던 시간들....
이타심 보다는 이기심이 더 많았던 시간들....
남을 배려한것 보다는 나를 더 챙기며 살았던 시간들....
자식들을 훌륭하게 가르치지 못한 후회스러움....
부족함이 많았던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부끄러움....
허황된 욕망과 집착에 빠져 살았던 시간들....
이제 내후년이면 나이 팔순....
아무리 생각해도 꽃처럼 찬란한 삶은 아닌 듯싶지만....
그러나 말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무탈 하게 온 것에
감사하며 살고자 한다.
시력이 좋지는 않지만 아직은 책을 읽을 수 있으니 감사하고....
무릎이 아프나 그래도 걸을 수 있고
자전거를 탈수 있으니 감사하고....
이빨이 모두 빠저 틀니 이지만 씹을 수 있으니 감사하고.....
팔, 다리가 성하여 작은 텃밭도 지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
이렇게 육신은 그런대로 유지 되고 있지만....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정신의 나약함이고 감정 유발의 둔화이다.
젊음의 열정도 욕망도 의욕도 식어 가고......
꽃의 피고 짐(사물)에 느끼는 감정.....
기쁨, 슬픔, 분노 같은 감정....
사랑에 대한 감정....
이런 감정들이 매말라버려 글쓰기도 되지 않는다.
요즈음 블로그에 글 올리는 횟수가 확 줄어버렸다.
한 달, 두 달 거르는 것은 보통이고
일 년 내내 휴면 상태가 지속되는 때도 있다.
블로그 친구들 방문도 거의 없고 댓글도 없다.
이제는 블로그도 카페도 모두 지우고 싶지만 차마
그것들을 지우지 못함은 무슨 미련인가.
간절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지만
도무지 감정유입이 안 되니 이 무슨 조화인가.
이쯤 되면 살아있으되 산송장이나 다름없음이니
날마다 초조함과 안타까움만 쌓여가고
점점 정신만 혼미해 간다.
늙어 간다는 것 그것은 시듦이 아니고
완성의 길로 가는 것이라 했는데.....
>2020.7.23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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