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의 추억
산촌 우리 집 마당에 ‘꽈리’ 자매가 산다.
긴긴 장맛비를 다 맞고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굳굳하게 살아
하얀 꽃을 피우더니 어느새 주황색 꽈리 주머니를 가지에 매달았다.
꽈리는 꽃보다 꽈리주머니가 더 예쁘고 신비스럽다.
‘꽈리’하면 먼저 어릴 적 동네 누나들이 생각나고,
우리 막내 이모도 어린 고모도 생각난다.
그 때 그 시절 누나들은 꽈리를 따다가 빨간 주머니 속 열매에 구멍을 내 속을 모두 비우고 입안에 넣고 공기를 꽈리 속으로 불어넣은 다음 혀로 살포시 누르면 공기가 빠지면서 소리가 나는데 지금은 그 소리가 꽉, 꽉~ 인지, 꽈르르, 꽈르르 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무튼 아름다운 소리는 아니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내 나이 초등학교 저학년 땐가, 꽈리 불던 이웃집 누나를 나는 참 좋아했었다. 보조개가 예뻤고 웃으면 하얀 덧 이빨이 예뻤던 누나, 빨간 꽈리보다 더 수줍음을 잘 타던 단발머리 누나,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이제는 하얀 머리 할머니가 됐을 것이다. 아직도 그녀는 꽈리를 불 줄 알까.....
호두알만한 꽈리주머니는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점점 주황색으로 변해 간다. 고개 숙여 가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순박하고 부끄럼 잘 타는 시골 여인의 모습 같아 보인다. 그런데 그 보다도 그 주머니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정말 놀랄만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꽈리주머니 속 열매 모습이다. 마치 소중한 진주를 주머니 속에 감춘 듯 앵두 알만한 빨간 열매가 영롱한 빛을 발하며 숨어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식물의 비밀 문을 들여다보는 듯 경이롭고 신비하다.
지금 세상에야 꽈리가 흔한 식물은 아니고 시골 마당이나
야생화 좋아하는 어느 정원에 가끔씩 보일 뿐이니....
더욱더 옛 추억 속 꽈리가 그립고 짠한 마음이 이러난다.
아마도 지금 여자애들은 꽈리를 불 줄 모를꺼다.
꽈리는 차로 마시고 약용으로 쓰인다.
그리고 꽈리소녀라는 전설도 내려 오고있다.
>20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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