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iro Gallery/숲,꽃 이야기~

목체 떨어져 장렬히 생을 던져버리는 능소화여!

migiroo 2020. 7. 29. 23:00

목체 떨어져 장렬히 생을 던져버리는 능소화!

-피었다 목체 떨어진 능소화의 모습을 보며서....

 

 

지루한 장마가 이제 끝나려나.....

간밤 세차게 내리던 장맛비가 아침이 되자 멈추더니

간간히 구름 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 밀고 있다.

마당에 나가보니 능소화나무 아래에 그동안 화려하게

피어있던 붉은 능소화 꽃송이들이 목체 땅에 떨어져

빗물에 흠뻑 젖어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문득 동백꽃이 생각났다.

절절한 고통으로 피를 토한 듯 목체 떨어진 동백꽃...

그런데 능소화도 한 점 시듦이 없이 목체 떨어져

마지막 생을 마감하고.....

나는 그런 그들의 미련 없이 생을 던져버리는 모습에서

장렬한 감정을 느꼈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능소화와 동백꽃은 왜 붉으며 목체 떨어지는가?

꽃의 여왕 장미꽃, 봄의 화신 목련꽃.....

그리고 수많은 꽃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자.

그야말로 미()와 추()의 극치이다.

아름답고 화려하게 핀 모습에서 죽을 때는 시들어

끝까지 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땅에 떨어진다.

그러나 동백꽃과 능소화는 목체 떨어져도 결코

시들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생을 던진다.

그래서 능소화와 동백나무 밑에 수북이 떨어져 있는

꽃송이를 보면 마치 붉은 피를 쏟은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능소화와 동백의 일생에서 나는 그들의 아름다움도 보았지만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살아 아름다운 것처럼 생의 마지막도 추하지 않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능소화를 차마 그대로 볼 수가 없어

꽃송이 하나하나를 주워 모아 소쿠리에 소복이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그들의 모습을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능소화여, 동백이여!

목체 떨어져 장렬하고 우아하게

한 점 미련 없이 생을 접는 그대들이여!

언젠가는 나도 그대들처럼 되리라.

 

 

>2020.7.29.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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