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年의 思維]
그녀는 늘 습관처럼 창밖을 바라봅니다.
창밖엔 미완(未完)의 석불(石佛) 하나 앉아있습니다.
석불은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습니다.
다만 석불의 형상만 겨우 갖췄을 뿐입니다.
신라 어느 석공이 깎다 마른 석불입니다.
아직도 몸통 여기저기에 징으로 쪼은 흔적이 역역합니다.
석불은 이렇게 미완인체 천년세월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녀는 날마다 그 미완의 석불과 만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미완의 석불을 결코 미완의 석불이라고
여겨 본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장 완전한 석불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석굴암의 본존불 보다 더 완벽한 석불이라 믿고 있습니다.
석굴암의 본존불은 너무나 완벽하여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의 상상력을 허락하지 않지만,..
이 미완의 석불은 보이는 형상(形象)을 초월하여
무한의 상상을 일으키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가슴은 석불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때로는 그를 통하여 애틋한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를 통하여 고통스런 아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를 통하여 사무치는 그리움을 갖게도 합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물이 무수히 석불 위에 떨어져 세월처럼 흘러내립니다.
어느 사이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사랑이 걷힌 그녀의 가슴에도
빗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리고 있습니다.
*경주박물관 야외전시장 잔디밭에 있는
미완의 석불을 보고...
작년 초가을에....
>글:未知路
'※思索의 窓門 > 思惟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백의 미학 (0) | 2009.12.10 |
---|---|
태풍이 지나간 자리... (0) | 2009.09.27 |
사살된 멧돼지를 보고 생각한다 (0) | 2009.09.20 |
왜 사나? (0) | 2009.09.20 |
14.작은 행복, 큰 행복... (0) | 2009.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