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예슬이의 인도여행

6.핑크 시티 "자이푸르"에서...

migiroo 2009. 10. 12. 11:14

 

 

 

이렇게 광활한 대륙을 소유한 인도인들은 왜 그렇게  가난한 것일까.
몇 세기를 걸친 영국의 식민지와 10억이 넘는 인구....
그리고 그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의 문맹률이 오늘날에 인도가
가난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였다. (본문 중...)


 

 

아침 8시30분 앞뒤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자이푸르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길을 나섰다. 한 달간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이 들어있는 큰 배낭은 어찌나 무거운지 둘러맬 때는 누군가 도와주어야만 했다. 그 무거운 짐을 메고 길을 걸으면 얼마 못가서 어깨가 뻐근하게 아파왔다. 모든 것은 최대한으로 줄여서 정말 꼭 필요한 생필품만 넣었다고 생각 했지만 배낭의 무게는 내 어깨를 짓누를 만큼 무거웠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요.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평생 동안 소유한 간디의 물품이

이렇게 가벼울 진데 나는 한 달간 여행을 하기위해 이렇듯 무거운

짐이 필요할까…….

 

무소유의 삶을 살고 싶어진다.

 

자이푸르로 향하는 버스에서 한없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넓고 넓은 산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끝없는 지평선…

온통 푸른색의 밀밭과 노란색의 꽃이 아름다운 유채꽃들이 펼쳐져 있다. 이렇게 광활한 대륙을 소유한 인도인들은 왜 그렇게 가난한 것일까. 몇 세기를 걸친 영국의 식민지와 10억이 넘는 인구 그리고 그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의 문맹률이 오늘날에 인도가 가난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였다.

도로사정이 열악한 인도의 길은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다. 길가의 가로수들과 집들도 두꺼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 모두가 회색빛이다. 하지만 먼 시야의 푸르디푸른 밀밭과 유채꽃들은 내 마음을 한없이 평화롭게 만든다. 자이푸르에 도착하니 오후 1시경이 되었다. 에버그린 게스트 하우스라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삼삼오오 어울려서 식당으로 향했다. 가이드가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안내를 한다하여 따라나선 것이다. 이름이 "니로스"라는 이 식당은 인도인들의 중산층들이 오는 곳이라 하여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섰지만 창문도 없는 창고 같은 공간에 식탁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고 음식 값은 비싸기만 했다. 일행 중 야무진 젊은이들은 음식 값이 비싸다고 되돌아서 나가는 모습을 보니 고급식당에 앉아있는 내 자신이 조금 무안 해진다. 식사 값으로 350루피를 지불했는데 하루 동안 쓸 돈을 한 끼 식사에 모두 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자이푸르 시가지를 구경하러 나섰다. 릭샤를 타고 사진에서 본 아름다운 궁전 하와마할로 향했다. 하와마할(바람의 궁전)은 바깥출입이 제한된 왕가의 여인들을 위하여 창가에서서 시가지를 구경할 수 있게 만든 창문들이 있는데 아주 독특하게 생겼다. 사진에는 너무나 아름답게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리 깔끔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궁녀들을 위하여 궁밖에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 배려라고 하지만 갇혀서 지내는 신세를 더 한탄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

 

우리나라 궁궐처럼 아예 밖을 볼 수 없으면 번뇌가 없으므로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얘기도 하면서 어느 것이 더 인간적 이냐,로 친구들과 한참 입씨름을 하였다.

 

자이푸르는 "핑크시티"라는 별칭도 있는데 주위의 건물이 온통 핑크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영국에 협조적이었던 이 도시는 영국의 에드워드 7세가 방문할 때 환영의 표시로 건물에 온통 붉은색을 칠 했다고 한다.

 

 

 

▲자이푸르의 시장 풍경

 

지금은 관광지로서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붉은색을 고수하고 있다고 하니 자이푸르만의 독특한 생존 전략 이기도 하다. 핑크시티 주위에는 엄청 큰 바자르(시장)가 있는데 얼마나 큰지 오후 내내 둘러 보아도 다 못 볼 정도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전기포트를 샀는데 그날 이후로 호텔방에서 감자도 삶아먹고 콩도 삶고 커피도 끓이고 정말로 요긴하게 사용하였다.밤에는 숙소 바로 앞에 위치한 "바"에서 맥주와 탄도리 치킨(고기를 양념하

여 화덕에 구운 것)을 시켜서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바"라고 해도 내부 장식이 전혀 없는 콘크리트 건물에 조잡스런 조명이 두어군데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실내장식이 화려한 바 와는 전혀 다르다.

"킹피셔" 라는 이름의 맥주는 아주 고급스럽고 맛이 부드러운데 물가가 싼 인도에서 맥주는 우리나라 보다 비쌌다. 보통 100루피 정도 하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2,500원이니 아주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인도에는 밤 문화와 술 문화가 거의 없는 나라지만 여행자들에 의해서 점차 바도 생기고 나이트클럽도 있다는데 아직 나이트클럽은 구경하지 못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술기운으로

바로 침대에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글 : 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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