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예슬이의 인도여행

8.고빈데브 사원의 원숭이 부부...

migiroo 2009. 10. 17. 00:42

 

 

 

인도의 튀김만두 "사모사"는 맛이 일품이다.
각종 야채를 넣고 커리 가루로 양념을 한 후 세모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에 튀겨낸 음식인 사모사는 처음 먹을 때는
강한 향으로 거부감이 들었지만 몇 번 먹다보니 이젠 안 먹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할 도이다.
(본문 중에서...)


 

 

아침 10시경 아그라에 도착하여 숙소에 여장을 풀자마자 마투라 가는 버스를 탔다. 마투라는 석가모니도 몇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고 불교가 융성할 때 3,000여명에 달하는 승려가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투라 박물관이 아니면 불교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마투라의 아름다운 불상을 보기위해 박물관에 도착하였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이 쉬는 날 이라고 한다. 박물관 수업시간에 마투라 불상을 많이 봐 왔기에 그 훌륭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침부터 달려왔는데 너무나 허탈한 심정이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간직한 체 뒤돌아섰다.


우리는 주위의 힌두사원이라도 보기위해 오토릭샤를 종일 타는 것으로 200루피에 흥정하여 관광하기로 했다. 고빈데브 사원에 들어서니 온통 원숭이들이 우글거린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힌두사원은 원숭이들의 터전인 듯 내부로 들어가니 원숭이들의 배설물 냄새가 진동을 한다. 얼마나 냄새가 심한지 단 1분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중앙에는 힌두신인 크리슈나의 석상이 있었지만 악취로 도저히 구경할 기분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 사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원숭이 한 쌍이 어린 자식을 대리고 지붕위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원숭이들의 행동이 하도 기이해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거의 30초에 한 번씩 수놈이 암 놈의 뒤로 가서 짝짓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럴 때마다 옆에 있는 어린 원숭이 새끼는 꺅꺅 소리를 질러댔다. 참으로 희한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10 분정도 원숭이들을 보고 있었는데 짝짓기의 횟수가 수십 번은 되는 것 같았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이 원숭이의 특이한 행동을 방영한 프로를 본적이 있는데 해설자조차도 원숭이의 이런 행위에 대한 의문점을 밝혀내지 못한다고 했었다. 곰곰이 생각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원숭이들은 쾌락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정다운 스킨십일 것이며 나의 소유이므로 다른 원숭이들에게 가까이 하지 말라는 일종의 과시욕이지 않을까? 믿거나 말거나…….

 

 


다른 일행들에게 원숭이들을 보라고 했더니 신기한 듯 한참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원초적인 본능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의 기본 욕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해서 지구는 종(種)의 번식으로 멸망하지 않고 아름다운 별로 영원히 우주에 남아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지친 우리들은 시장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러 나섰다. 시장 통은 우리나라의 50년대 전쟁직후의 모습처럼 엉성하기가 이를 때 없었다. 개와 돼지가 오물을 뒤지고 있고 그들의 배설물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그 사이를 오토릭샤가 사정없이 속력을 내며 지나가고 포장이 안 된 길에서는 먼지가 하얗게 일어나 주위의 건물들을 온통 잿빛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인도의 튀김만두 "사모사"는 맛이 일품이다. 각종 야채를 넣고 커리 가루로 양념을 한 후 세모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에 튀겨낸 음식인 사모사는 처음 먹을 때는 강한 향으로 거부감이 들었지만 몇 번 먹다보니 이젠 안 먹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길가에 서서 인도인이 걸치는 숄을 두르고 사모사와 짜이를 먹는 내모 습은 영락없는 인도인일 것이다. 무릇 인간들은(어쩌면 나만 그럴지도 모르지만)현실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이 아닐까. 비위생적인 장소에서 맛있게 사모사를 먹는 나를 보니 완전히 인도에 적응한 것 같았다 .

 

마투라를 관광하고 아그라로 돌아오니 밤7시가 되었다. 호텔방에서 인도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인도인들은 정말로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화면에서는 춤을 추고 노래하는 사리를 입은 예쁜 여자들의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들을 위한 삶…….
그러므로 현재의 가난한 삶을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인도인의 인생관을 볼 수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글 : 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