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예슬이의 인도여행

7.방석을 주워준 암베르포토의 코끼리

migiroo 2009. 10. 12. 11:33

 

 

 

 

 

 

호수에 떠있는 아름다운 정원들을 보며 그들은 이런 성에 살면서
정말로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아름답지만 궁전에 갇혀
물질적인 풍요를 누렸던 그들보다는 백배 더  행복하지 않을까
자위해본다. (본문 중에서....)

 

 

아침 일찍 암베르포트로 가기위해 버스를 탔다. 자이푸르의 외곽지의 조금 높은 언덕에 위치한 암베르 성은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특히나 왕과 왕비의 침실인 쉬시마할은 방전체가 거울조각으로 꾸며져 있어 촛불을 켜면 불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온통 별이 쏟아지는 듯 아름답다고 하여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암베르 성의 쉬시마할

 

암베르 포트에 도착하니 코끼리 때가 사람들을 싣고 줄지어 성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관광 상품으로 언덕위의 성까지 코끼리를 타고 가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코끼리들은 저마다 얼굴에 알록달록한 문신 을하고 있고 귀는 막대기로 펼쳐서 아예 꿰매어 져 있다. 지구상에서 제일 큰 동물인 코끼리도 영악한 인간들에게는 복종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코끼리 몰이꾼은 코끼리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날카로운 송곳으로 목을 마구 찔러댔는데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우울하기만 해서 괜스레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한사람이 150루피씩 4명이타고 어슬렁어슬렁 코끼리의 느린 걸음으로 성으로 향하고 있는데 가슴에 안고 있던 배낭에서 등산용 방석이 땅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높은 코끼리 등위에서 내릴 수도 없고 무척 난감해하고 있는데 내 뒤를 따라 올라오던 코끼리가 긴 코로 냉큼 주어서 내 앞에 내민다.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한지 무언가 답례를 하고 싶어 졌다. 성위에서 내리자마자 코끼리 몰이꾼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말 한 뒤 귤6개를 30루피에 사서 방석을 찾아준 코끼리에게 주었다. 긴 코로 잘도 받아먹는 것을 보니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 했다 .

 

지금도 4명중에 방석을 떨어트린 사람을 정확히 알아서 긴 코로 집어 나에게 준 하트모양의 문신을 새긴 그 코끼리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화려한 거울의 방의 내부구조들, 후궁을 맞이할 때 첫날밤을 치르는 곳이라는 아담하고 예쁜 방, 호수에 떠있는 아름다운 정원들을 보며 이런 성에 살면 서 그들은 정말로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아름답지만 궁전에 갇혀 물질적인 풍요를 누렸던 그들보다는 백배 더 행복하지 않을까 자위해본다.

                   ▲타고 다니는 인도코끼리 

 

오후에는 시내에 위치한 시티팔라스라는 성으로 관광을 갔다. 시티팔라스는 아직도 성안에 왕족이 살고 있다는데 입장료와 그 옆에 위치한 박물관의 수입으로 지금도 아주 호화롭게 산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역대 마하라자(왕)가 사용하던 화려한 일상용품과 왕비가 입었던 9킬로미터에 달하는 금으로 짠 사리도 있고 영국을 방문할 때 갠지스 강물을 떠가기 위해 사용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은 항아리도 있다. 갠지스 강물을 떠간 이유는 바다를 건너면 지위(카스트)를 잃을까 두려워서라고 하니 왕들도 무언가를 믿지 않으면 불안한 모양이었다. 은으로 만든 항아리는 얼마나 큰지 기네스북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점심은 시티팔라스 안에 위치한 카페에서 먹었는데 식사 값이 만만치 않았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최소한의 경비로 인도식으로 살며 이왕이면 다이어트도 하는 효과를 보려고 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다니니 혼자만 따로 먹을 수도 없고 늘 고급식당에 가게 되니 생각 외로 경비도 많이 들고 다이어트는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되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들은 자이푸르에서 제일 시설이 좋다는 영화관으로 인도영화를 보러갔다. 영화관 안에는 카펫이 깔린 홀이 있고 중상류층이 이용하는 특별석도 있다. 제목은 veer & zaara(비르와 자라)로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지금 인도에서 제일 인기가 많다는 남자배우 샤루 칸과 여자배우 프리티 진따가 주연이란다. 샤루칸이란 배우는 우리나라 현대 차의 인도광고모델이라고 하니 그 인기가 굉장한 것 같았다
영화는 파키스탄 여자와 인도남자의 사랑이야기로 스토리는 전개 되었다.

          ▲거울의 방에서(필자)....

 

힌두 어는 못 알아듣지만 느낌으로 보니 대충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나중에는 감동되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니 인간의 감성이란 나라와 인종을 불문하고 모두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기분이 좋았다. 

 

 인도영화의 특이한 점은 한참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뮤직 비디오처럼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다시 얘기가 이어지며 슬픈 대목에서 한참을 울다가 다시 춤추고 노래를 한다는 것이다. (바라나시에 갔을 때 시간이 남아 또 영화관에 갔었는데 거기서 상영하는 프로도 역시나 중간 중간 뮤지컬처럼 춤추고 노래하고 또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고나온 우리들은 가이드북에 써있는 굉장히 유명한 "라시"를 파는 가게로 향했다.
인도인이 즐겨 마시는 "라시"를 파는 그 가게는 3대째 운영하고 있다는데 역시나 소문대로 맛이 무척 좋았다. "라시"는 발효한 요구르트에 바나나 또는 다른 과일을 넣고 만든 것인데 내가 먹은 바나나 라시는 새콤하면서도 달아서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밤 11시 30분 아그라 행 기차를 타기위해 자이푸르 역으로 향했다. 역전에는 간디 동상이 도시의 먼지를 하얗게 뒤집어쓰고 서있었다.


인도의 국부인 간디가 그렇게 초라하게 서있는 모습이 못내 가슴이
아팠다. 어느 누군가가 동상에 걸어놓은 꽃목걸이가 있어 조금은 소외감을 덜하게 하는 것 같았다.
3 시간도 넘게 열차는 딜레이 되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기다리다 지친 우리들은 프렛트홈을 비추는 불빛에 앉아 카드놀이를 했다.

 

무료한 인도인들이 우르르 우리 곁에 다가와서 구경을 한다. 한참을 카드놀이에 몰두하는데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열차가 들어온단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 부랴부랴 배낭을 멨다.

멀리서 아그라 행 기차의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글 : 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