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예슬이의 인도여행

5.푸쉬카르의 호수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다.

migiroo 2009. 10. 12. 00:40

 

  

모든 것을 신에게 의존하는 삶이 지금의 고단함을
지탱할 수 있는 힘 일지도 모르겠지만......
신에게 쏟아 붓는 맹목적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자신을 위해 쓴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은 그들의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갓 여행자의 얄팍한 소견이 아닐는지…….
(본문 중....)

                    

 

           

 

아침에 사원에서 확성기로 들려오는 힌두교 경전 읽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마도 새벽 기도시간을 알리는 모양이었다. 커튼을 열어젖히니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컴컴한 길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올라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인도인들의 하루는 신에게 경배하고 꽃을 바치는 의식으로 시작한다. 아침을 먹으려고 거리를 나서니 바자르 중간 중간 힌두 신들을 모신 장소가 보이고 신발도 신지 않은 남루한 차림의 사람들이 꽃을 바치고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있다.

 

힌두교의 신들은 너무나 많아서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다. 비쉬누,시바,브라흐마,가네샤,라마,크리슈나,락쉬미 등 몇 천인지 몇 만인지... 가이드북을 보니 4억 8천만이나 되기 때문에 모든 신을 다 알기란 불가능 하다고 쓰여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믿든 믿는 것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하물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모신 사원도 있고 인도의 지도를 신으로 믿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바라나시에서 갠지스강을 배를 타고 지나갈 때 비행기를 모시는 사원을 보았는데 탑에는 모형도 그럴듯한 최신식의 비행기가 만들어져 달려 있었다)

 

모든 것을 신에게 의존하는 삶이 지금의 고단함을 지탱할 수 있는 힘 일지도 모르겠지만 신에게 쏟아 붓는 맹목적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자신을 위해 쓴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은 그들의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갓 여행자의 얄팍한 소견이 아닐는지…….

 

 

 

오전에 우리 일행들은 낙타 사파리에 참가 하였다. 종일하는 코스도 있고 3시간짜리 코스도 있었는데 사막에서 피부가 탈까봐 겁이 난 나와 몇몇 친구들은 3시간짜리 짧은 코스를 택했다.

 

내가 탄 낙타의 이름은 "조티"라고 불렀는데 그 큰 눈이 얼마나 순박한지 한없는 친근감으로 내게 다가왔다. 낙타몰이 꾼들은 한국이름도 가지고 있었는데 장동건, 원빈, 철수, 삼돌이... 등이다. 아마도 이곳을 찾은 한국 여행객이 지어준 것 같았다. 조티를 모는 낙타꾼 총각은 이름이 "바부르"인데 코리언 네임이 철수라고 하였다. 20살을 갖 넘었을까 하는 나이에 붙임성도 좋아서 시종 웃는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철수라는 이름 대신에 지금 한국에서 최고의 스타인 배용준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자 기분이 좋아서 당장 바꾸겠다고 한다. 낙타 사파리라 해서 멋진 엽서에서 보듯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줄이어 낙타를 타고 가는 모습을 상상했으나 군데군데 나무도 보이고 모래가 아니라 아주 건조한 흙이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인도 여행 중 가장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한나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3시간이 아니라 종일코스로 할 것을 후회가 됐다.

낙타 사파리를 마치고 푸쉬카르 호수 가에 위치한 화이트 하우스 호텔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베지터블 프라이드 라이스(야채볶음밥)은 인도음식 중 우리입맛에 가장 잘 맞아서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였다.

 

화이트 하우스 답께 모든 건물은 흰색으로 칠해져있고 웨이터들의 옷도 모두 흰색이고 머리에 두른 터번까지도 흰색이었는데 오래 빨지를 않아서 검은색을 띤 흰색이었다.

홍차를 마시며 푸쉬키르 호수를 바라보니 우리들의 여행이 무척이나 호화로워 보인다. 낙타 사파리로 낭만을 즐기고 화이트호텔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홍차 한잔... 이렇게만 여행을 한다면 인도여행이 내내 즐거울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맞춘 펀자비를 찾아서 호텔에서 입어보았다. 인도의 전통의상을 입으니 기분도 한껏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 친구의 것은 다 헤어진 천을 그것도 풀로 무늬만 맞추어서 만들어져 있었다. 얼렁뚱땅 속여 넘기려는 장사꾼의 속셈에 화가 치밀어서 가게로 따지러 갔다. 사실 인도인의 손에 넘어간 돈은 어지간해서는 다시 받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무작정 쳐들어가서 가게 밖에서부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됐다.

 

사장! 밖으로 나와~~~(Hey bos! come out hear~~~)

이 나뿐 인도 사람아 내 돈 당장 돌려주라~~~

(Indian people no good, come back my money~~~)

(이런 콩그리쉬를 하면서 씩씩 거렸다)

상점 주인은 누가 들을세라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나는 더 큰소리로 외쳤다. 풀로 무늬만 맞춘 옷까지 흔들어대며 난동을 부리니 사태를 짐작한 주인은 아무 말 않고 돈을 돌려주었다.

나의 이 무용담(?)은 우리 일행들에게 소문이 나서 대단하다는 칭송(?)을 받았다. 돈을 돌려받은 친구는 웬 재수냐 싶어 공돈으로 생각하고 3명이서 똑같은 반지를 사자고 제안을 해왔다. 지금 우리 3명은 모양이 같은 반지를 하고 있는데 반지를 볼 때 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저녁에는 브라흐마 사원을 보러갔다. 브라흐마 사원은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를 모시고 있는데 비쉬누(법의 신으로 세상이 어지러울 때 도움을 주는 신), 시바(파괴와 재창조를 하며 정력의 신)를 모신 사원은 많지만 브라흐마를 모신 사원은 세계에서 이곳 하나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모든 것은 창조가 되었으니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숭배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모든 사원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입구에는 신발을 맡기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브라흐마 사원입구에 앉은 남루한 차림의 사람이 우리에게 10루피를 달라고 한다. 따지고 들며 안줄 수도 있겠지만 아무 말 않고 10루피를 주었다. 10루피라면 우리 돈으로 고작 250원이 아니던가. 작은 것에 목숨 걸지 말라던 어느 인도를 여행한 사람의 말이 생각났다. 사원으로 가는 높은 계단은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대리석이라 하면 고급스런 느낌이 들지만 때가 꼬질꼬질한 대리석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어둑해지는 늦은 시간에 사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배를 하고 있었다. 브라흐마 신상 앞에는 많은 꽃들이 널려져 있고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른 아침 참배로 하루를 열고 참배로 하루일과를 마감하는 인도인의 일상의 모습일 것이다.

 

밤에는 낮에 산 양배추에 고추장을 찍어먹는 것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양배추에 고추장을 찍어 먹는 것이 이렇게 맛있는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내일은 자이푸르로 여행을 떠난다.

푸쉬카르여 안녕~~~

 

 

 

 

>글 : 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