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남산 삼릉곡석불좌상
금년 들어 가장 춥다는 오늘...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경주 남산에 올랐다. 능선 음지쪽에는 엊그제 내린 눈으로 하얀 잔설이 희끗 희끗 여기 저기 쌓여 있고 겨울 찬바람이 소나무 숲속을 헤집고 다녔다.
점심도 걸렀다. 물도 마시지 않았다. 배가 고팠지만 참았다. 한 번도 쉬지 않고 계곡을 걷고... 능선을 타고... 산길을 걸었다.
영하의 찬바람에 손끝이 시리고 귀불이 얼얼하고 발이 부르트고 무릎이 아팠지만.... 그러나 등에서는 땀이 나고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히기도 했다.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얼마를 걸었나... 이미 고위봉 정상에서 내려 온지 한참이다.
이윽고 그 처연한 석불이 있는 삼릉계곡까지 내려왔다. 석불은 목이 잘려 나간 불상이다. 손도 잘려 나갔다. 다만 가슴만이 건재하고... 옷 매듭이 너무도 아름답게 남아 있을 뿐이다.
비로소 나는 그 석불 앞에 앉아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는 언제 누구에 의하여 잘려 나갔으며 잘려나간 머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는지 모르는지 석불은 한 점 미동도 하지 않고 말이 없다. 아마도 이렇게 앉아 있은지가 천년은 됐으리라...
나는 석불에 물었다.
“당신의 존재는 무엇입니까?” “또 나는 무엇입니까?”
그러나 석불은 내 물음에 대답을 주지 않았다. 머리가 없으니 말할 입이 없고... 머리가 없으니 들을 귀가 없고... 머리가 없으니 생각할 머리(뇌)가 없음인가?
길게 아주 깊게... 나는 두 손을 합장 하고 고개를 숙여 석불에 인사를 하고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해는 지고 산 속은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삼릉휴게소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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