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경주南山 斷想

●육시를 당한 것처럼 사지가 떨어져 나간 선방골 석조여래입상

migiroo 2009. 11. 12. 23:56

 

 

●육시를 당한 것처럼 사지가 떨어져 나간 선방골 석조여래입상

                   (경주 남산 선방골)

 

 

  

이것이 돌인가? 
석불인가?
언제 어찌하다가 사지가 잘려 나가고 몸뚱이마저
깨지고 부서져 음습한 숲속에 처박혀 있게 되었는지...
차라리 보지 말 것을....
가슴이 아프다.
아픔이 고통이 되어 마음을 짓누른다.
그러나 원래가 돌이었으니 돌로 돌아감이어라....


머리도 없다.
양 팔도,
양 다리도 없다.
그저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만 남아 있을 뿐이다.
돌덩이에 새겨진 몇 줄 옷 주름(천의 天衣) 흔적마저 없었다면
석불인지 그저 돌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이른바 파괴된 석불이라 하여 파불(破佛)이라 부른다.
조선시대 때 육시(戮屍)라는 반인륜적인 형벌 조항이 있었다.
육시란 형벌이 어떤 형벌인가?
석불은 육시(戮屍)를 당한 것처럼 너무나 처참하게 파괴됐다.
이렇게 만행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가?
경주남산에 있는 여러 불적(佛蹟)중 인위적으로 파괴된 불상은 많다.
석불의 경우 목과 수족(手足)이 잘려 나간 것은 기본 이고...
몸 전체가 조각조각 난 것들도 있어 가슴을 아프게 하곤 한다.


이른 바 “선방골석조여래입상”도 철저히 파괴됐다.
석불의 목과 수족은 물론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몸체가 여러 조각으로 파괴되어 몸뚱이만 남아 땅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심지어 어떤 등산객들은 파괴된 석불을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불상은 깊은 신앙심의 발로로 인간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최고의 예술 작품으로 조성된다.
그리하여 한 낱 돌덩이에 불과했던 것이 살아 숨 쉬는
최고의 예배대상으로 탈바꿈하여 인간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그런데 또 그 정신적 지주를 무참하게 파괴하는 자도 인간들이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선과 악의 이중적 인격체라
하는지 모른다. 

 

 

 

 

 

선방골 파불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대나무 터널 슾 길이 보인다.
길은 마치 해탈로 들어가는 길처럼 빛과 어둠이 교차 되어있다.
그 길 끝에 사지가 잘려나가 몸이 부서진 체 누어 계시는
부처님(석불)이 계신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세월 동안 차디찬 맨땅에 누워 계시는가?

백년인가? 천년인가?....

그리고 또 앞으로 얼마나 더 그렇게 방치 되어 있으실까?

.......

사진으로는 불상의 윤곽이 알아 볼 수 없어 그림으로 그려본다.

그래도 어디가 불상의 발이고 몸인지 분별이 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구의 짓인가....   

 

 
잘 보존 관리되고 있는 배리삼존불에 비하여 
파불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면서 석불은 
철저하게 소외 되어 방치 되어 있다.

 
9세기, 불상 높이 1.6m. 불상은 배리삼존불이 있는 곳에서
계곡으로 약 150m 들어가면 대나무 숲 속에 누워 있다.
오랜 세월에 마모되고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남은 옷 주름 등으로 가늠해 보면
가는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풍만한 곡선,
늘씬한 다리가 치렁치렁한 천의(天衣)에 가린 체
선명하게 머릿속의 영상으로 보이는 듯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대밭은 나온다.


이런 석불은 차라리 보지 않은 것이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너무나 가슴에 사무치니깐.... 

 

>가슴 아픈 길에서...

>미지로 200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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