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경주南山 斷想

● 남산 선방골의 작은 암자 삼불사

migiroo 2009. 11. 13. 00:09

 

 

            ● 경주남산 선방골의 작은 암자 삼불사

 

 

 

배리삼존불 앞에 아주 가난한 작은 암자 하나가 있다.
암자 이름이 삼불사(三佛寺)다.


암자로 들어가는 계단 길목에 석주(石柱)하나가 서 있다.
석주 기둥에 마음이 섬뜩해 지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洗心斷俗門”
  <세심단속문>


이 글귀를 보고 마음이 섬뜩해 짐이 왜 느껴질까.
함부로 발을 들여 놓아서는 안 된다는

양심의 절박함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마음을 청청히 씻어 속세의 인연을 끊고 들어오는 문”


나에게는 洗心도, 斷俗도 할 수 없으니 어찌하란 말인지...
그러나 글귀를 모르는 척 무시하고 암자 안으로 들 수밖에 없다.
 

 

 


암자는 그야말로 초라하다.
그러나 이런 암자가 참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암자 마당이 먼지 하나 없이 뽀얗다.
방금 스님이 대빗자루로 쓸으셨는지 빗자국이 선명하다.
깨끗한 흙 마당을 보니 洗心斷俗門 이라는 글이 비로소 이해된다.


암자는 법당 건물과 산신당 건물 하나
그리고 마당에 서있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석탑 하나가 전부다.
 

 

  
석탑은 3층인지, 4층인지....
옥개석을 보면 4층이고, 어찌 보면 3층으로 보인다.
아래층 옥개석과 상층 옥개석 재질이 다른 것으로 보아
여기저기서 굴러다니는 석재들을 주워 다가 억지로 짜 맞춘
탑으로 결과적으로 엉뚱하게도 4층탑이 되버린 듯하다.


오늘 따라 암자는 인적이 없다.
법당 안도 기웃거려 보고, 산신당도 기웃거려 봐도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스님도 안 계시고 중생도 안 보인다.
다만 송림 사이로 들려오는 바람소리만이 간간히 들릴 뿐....

암자는 그야말로 조용하다.

 

암자 뒤편의 송림이 너무나 멋있다.
늙고 젊은 소나무 들이 마치 오백나한처럼 서 있다.


암자를 나온다.
그런데 늘 무겁게 느껴졌던 마음이 어인 일인지
암자를 나오자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왤까?

 
>삼불사에서....
>미지로200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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