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들판에 절름발이 당간지주 있네....
지독한 몸살감기란 놈에 한 달여 동안이나 붙들려 있다가 겨우 그 놈을 물리치고 경주의 보문들판으로 나갔습니다. 답답한 가슴을 활짝 열고 쇄진한 기력을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왜 하필 보문들판이냐고요?
거기에 가면 나를 반겨주는 친구가 있으니까요. 바로 절름발이 당간지주가 나의 친구랍니다.
보문들판은 지금 찬란한 황금벌판입니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이 황금들판도 황량한 쓸쓸함과 지독한 고독이 찾아 올 것입니다.
경주의 낭산(狼山)아래에 누워있는 보문들판에는 천년 신라의 흔적들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잡초와 누렇게 익은 벼들로 가득하지만.... 겨울이 되면 수많은 유적의 석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옛 절터의 주춧돌은 물론, 석등 대좌, 이름 모를 탑재들……. 그리고 귀갑무늬가 뚜렷한 귀부(거북모양 비석 대좌)등이 논두렁에 쳐 박혀 뭍사람들의 흙발에 짓밟히고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거찰의 금당 터에는 주춧돌과 심초석과 탑재들.... 이러한 유물들이 농부들의 무지 속에 농기구에 스치고 깨어져 점점 훼손 되 가고 있는 안타까운 장면이 가슴을 아프게 할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방치된 유적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형편없는 문화의식 수준에 절망하고 더욱이나 문화재관련 당국자들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무관심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수 십, 수백 억 원을 들여 좋은 박물관을 지으면 뭘 햡니까. 눈에 보이는 유적이나 고적 같은 문화재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모두 위선입니다.
수준 높은 문화수준이란 문화회관이나 박물관 건물을 잘 짖는 것이 아니고 방치되어 훼손 되여 가는 소중한 문화재들을 잘 간수하는 것입니다. 한낱 돌덩이가 아니고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조상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유물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주 낭산(狼山)에는 신문왕, 문무왕 ,선덕여왕, 진평왕, 성덕대왕, 효소왕 등의 사후 세계의 꿈이 서린 그 분들의 능(무덤)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넓은 보문들판에는 신라의 숨결이 깃든 사찰들이 즐비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천년 뒤 지금은 가슴 아프게도 낭산은 동래 뒷산으로 전락하여 있고, 수많은 절터들은 논밭으로 경작되면서 절터의 주춧돌이나 석재들이 논두렁, 밭두렁에 처박혀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 중 보문사지 당간지주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한 쪽 기둥이 잘린 체 절름발이 당간지주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누구에 의해서 잘려 나갔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 모습이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미지로(2008.10.24)
문화재 정보
경주보문리당간지주 (慶州普門里幢竿支柱)-보물 제123호
이곳은 '보문(普門)'이라고 새겨진 기와 조각이 출토 되어 보문사터로 알려졌으며, 터에서 상당히 떨어진 북쪽에 이 당간지주가 서있다.
지주의 양 기둥이 62㎝ 정도의 간격을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며, 양쪽 기둥 가운데 북쪽 기둥은 윗부분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남쪽만 완전한 상태로 남아있다. 당간을 고정하기 위해 마련한 구멍은 위·중간·아래 3곳에 있는데, 남쪽 기둥은 구멍이 완전히 뚫렸고, 북쪽 기둥은 반쯤 뚫려 있어 특이하다. 이 당간지주는 전체적인 형태가 가늘고 긴모습이나 안정감이 있다. 다른 당간지주에 비해 비교적 작은 규모로, 매우 소박한 모습의 통일신라시대 작품이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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