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경주문화재 단상

21.미탄사지 삼층석탑, 그 심연의 고독

migiroo 2009. 12. 7. 23:45

 

 

●미탄사지 삼층석탑, 그 심연의 고독

 

 

 

가을걷이가 끝난 황량한 겨울 빈 들판...
탑 하나가 논 가운데 홀로 고독하게 서있다.

 
미탄사지 삼층석탑...


탑은 늘 고독하다.
광야에 홀로 서서 천년 세월 기나긴 시간을 회상한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770년 전에 불타버린 거찰 황룡사를
망연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황룡사와 이 작은 미탄사(석탑)는
도대체 어떤 관계였을까....???

 

 

 

황룡사는 645년(선덕여왕 14년)에 완공 되고,
9층목탑은 646년(선덕여왕 15년)에 완공 됐다.
그리고 미탄사의 창건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대략 9세기 중엽쯤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분명한 것은 미탄사와 황룡사는
한 동안 같은 시대에 함께 공존해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황룡사가 1238년(고려 고종 25년) 몽골군에 의해
무참히 불타 버렸으니 미탄사지삼층석탑은 황룡사9층목탑이
불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것이다.
황룡사는 며칠 동안이나 불탔을까?
그때 80m 솟아있는 9층목탑이 불타는 것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을 서라벌 사람들의 가슴도 벌겋게 탔을 것이다.


이런 모든 참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을 미탄사삼층석탑...
그러니깐 오늘 이 자리에 서있는 미탄사지 삼층석탑은 
황룡사가 어떻게 불탔는지 알고 있는 유일한 증인인 셈이다.

 
아니 미탄사 자신도 그 때 황룡사와 함께 불탔는지도 모를 일이다.
탑이 언제 무너진 것도 모르는 체 흙속에 묻혀 있던 탑재를 모아
1980년 근세에 들어서야 다시 일으켜 세워 복원했기 때문이다.

 
.........???


수많은 사람들이 황룡사지9층목탑지를 찾는다. 
그러나 그 앞에 보이는 미탄사지 삼층석탑은 찾지 않는다.
너무 멀어서 일까, 아니면 너무 작아서 일까...
다만 수학여행 온 아이들이 황룡사 터에서 소리를 지를 뿐이다.


“야! 저어기 봐라! 저기~”
“저기 탑이 보인다.”


탑은 온통 논밭으로 둘러싸여있다.
수확이 끝난 들판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석탑만 홀로 외로이 서있을 뿐이다.

 

 

 

 

오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오랜만에 외로운 석탑을 찾았다.
그리고 요리 조리 석탑을 살피고 어루만지고 우러러 보면서 말한다.

 

“탑 님, 많이 외로웠지요?”

 

그러나 석탑은 말이 없다.

 

 


 
석양에 비친 탑이 하늘과 맞다아있다.
탑은 알고 있을 것이다.
황룡사가 불타던 그 때의 참상을....

 

 

■문화재 정보


●미탄사지 삼층석탑(味呑寺址 三層石塔)


황룡사 남북쪽 들판 한 가운데 신라시대 미탄사라는 큰 절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완전히 붕괴되었던 것을 1980년 6월에 탑기단부와 주위의 논 경작지 일부를 발굴 조사하여 흩어져 있던 탑재를 모아 복원하였다. 발굴 조사결과 탑기단부 내부에서 소금동불입상 수정제장식, 금동제영락 등 30여점의 유물이 출토 되었고 특히 보상화문전범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특이한 것은 탑기단부 적심부를 돌과 찰흙으로 다진후 불로 구워서 견고히 하였는데 이와같은 방법으로 만든 예를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높이가 6미터, 기단폭이 3,86미터이며, 출토유물과 탑의 양식으로 보아 건립연대는 9세기 중엽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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