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전국문화재 斷想

1.서운암을 향하여~

migiroo 2010. 1. 31. 14:28

 

1.서운암을 향하여~


오층석탑을 나와 스님들만 다니는 취운암 쪽으로 가는
샛길로 빠져 취운암 마당까지 왔다.
그러나 출입금지 줄이 마당 가운데에 쳐 있어 암자엔 들어가지 못하고
서운암을 가는 큰길로 나섰다. 서운암까지는 약 1.3km.
포장길을 따라 한참 걸으니 어느 사이 추위는 달아나고,
유연하게 휘어진 포장길 위로 하얀 햇살이 내려앉아 있다.

 

 

 

서운암 들어가는 길이 너무 좋다.
잡초들이 누렇게 말라 죽었는데도 살아 있는 듯 바람에 하늘거리고
그 사이 사이 키 작은 대나무 숲들이 싱그럽게 춤을 추고 있다.

 

 

 

서운암 장독대가 먼저 보인다.
우선 삼천불전에 참배하고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본다.

 

 

 

서운암은 아무래도 들꽃 피는 봄에 와야 될 듯싶다.
겨울 하얀 햇살이 내려 앉아 있는 서운암 장독대의 장관도 볼만하다.
독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통도사의 스님들을 비롯하여 모든 대중들이 먹는 된장, 간장들이다.
서운암 된장이 유명세를 알고 일반인들이 하도 달라고 졸라 되니
할 수 없이 상품이 아닌 사찰 음식으로서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나눠 주기에 이르렀단다. 그야 물론 공짜는 아니다.
약간의 돈을 주고 된장을 비롯한 몇 가지 귀중한 사찰음식을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게 됐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자! 그러면 서운암의 된장에 대하여 조금 알고 가자!
인터넷 여기저기를 항해하다가 얻은 정보임을 밝혀둔다.


전통 된장 맛 계승하는 통도사 서운암
우리나라에서 된장이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곳은 통도사 서운암이다.
절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된장만 사러 통도사를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서운암 된장은 지금부터 12년 전,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셨던 성파 스님이
3년여의 연구 끝에 전통된장의 맛을 재현했다.
성파스님에게 된장은 단순한 장류가 아닌 전통문화 그 자체다.
서운암 된장 맛의 비결은 고품질의 메주와 소금, 몸에 좋은 한약재,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옹기 독에 있다.
성파 스님은 된장 담그기의 핵심은 메주 띄우는 것이다.
잘 띄워진 메주와 온도, 습도가 잘 맞아야 맛있는 된장으로 거듭난다고 하셨다.
메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소금이다.
서운암에서는 국산 천일염을 3년 동안 간수를 뺀 뒤 사용한다.
우리나라 천일염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소금으로도 유명하다.
된장에 한약재를 넣는 것도 특이하다.
이곳에서는 감초, 오미자, 구기자, 당귀, 산수유, 대추, 호박, 계피 등
10가지 한약재를 고아서 넣는다.
한약재의 향기 덕분에 장류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
된장을 넣어 숙성시키는 독도 된장 맛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성파 스님은 납 성분이 없는 자연 유약을 칠한 전통 옹기 독이여야
독이 숨을 쉬어 장맛이 좋다고 강조했다.
서운암에는 전국에서 찾아낸 50년 이상 된 전통 옹기 독 5500여 개가
놓여 있다.


서운암 된장 담그는 일은 동진 스님이 맡아서 하고 있다.
동진 스님에게도 된장 담그는 일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동진 스님은 매년 구정이 지나면 된장을 담글 준비를 한다.
이만하면 서운암 된장이 어떻게 태여 났나를 알았을 것이다.
서운암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이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된장을 쌀 뜸물에 풀어서 파를 썰어 넣고 탱초도 조금 넣는다.
그리고 하얀 두부를 네모나게 크게 썰어 넣는다.
부글부글 된장찌개 끓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것도 욕망이고 집착인가?
난 아직도 서운암 된장국을 먹을 자격이 없음을 안다.

 

 

 

서운암의 성파스님하면 된장 이야기 말고도 유명한 것이 또 있다.
바로 현재 서운암 법당에 모셔진 흙으로 구워낸 도자삼천불과
팔만대장경을 흙으로 빗어 낸 16만 도자대장경을 10년 만에
조성한 분이 바로 성파스님이시다.

 
그러나 이런 유명한 이야기를 우리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비로소
이번 암자 순례를 통하여 알게 됐으니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생각하니 한편 부끄럽지만 정말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성파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흙이 용광로 들어갔다 오면 부처되지요”


이 한 마디에 성파스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운암을 내려가려니 감로수가 우리를 붙든다.
맑디맑은 감로수 한잔을 목에 넘기니 집착으로 체했던 욕망의 덩어리가
시원하게 풀린다. 감로수 앞의 작은 연못은 물그림자를 드리운 체
한창 겨울잠을 자고 있다.

 
꽃피는 봄에 다시 오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서운암을 나온다.


 

 

백련암, 옥련암, 사명암 가는 이정표가 나란히 서 있다.
세 곳 모두 가고 싶지만 옥련암은 다음번에 가 보기로 하고
백련암 가는 길로 발길을 돌린다.

 

다음 장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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