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20(월) -글, 미지로
실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란이 피었다.
앙증맞다는 말이 딱 맞는 그런 예쁜 꽃이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화분을 보니 언제 피었는지
하얀 꽃망울을 터트려 방긋 웃으며 나를 맞는다.
마치 백자의 달 항아리 빛깔 같은 꽃송이에
잊힌 그리움 같은 것들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초록색 잎줄기는 얼핏 보면 꼭 부추(정구지)같기도 하고,
꽃대는 연두색으로 잎과는 별개로 따로 나오는데
꽃은 마치 작은 붓처럼 생긴 몽우리를 9월 중순경에 맺혔다가
어느 날 주인 몰래 이른 아침 시간대에 활짝 핀다.
밤이 되면 꽃은 잎을 오므리고 아침이 되면 활짝편다.
꽃잎은 모두 6개이고, 노란색 암술이 6개로
그 가운데에 숫술은 딱 하나다.
인터넷 사전에 찾아보니 실란의 정식 명칭은
나도샤프란이고, 수선화과 다년초 식물이라도 나와 있다.
수선화과의 알뿌리식물이며, 흰 꽃은 흰꽃나도샤프란,
노란색이면 '노란나도샤프란', 분홍색이면 '분홍나도샤프란'이다.
이놈에게는 나와 특별한 사연이 있다.
작년 봄인가?
우리 아파트 단지 후미진 곳에 버려진 체 바싹 말라 시들시들
죽어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주워 다가 정성껏 돌봐 주었다.
그랬더니 일주일 만에 다시 싱싱하게 소생했고,
자신을 살려준 주인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듯 그해 9월에 하얀 꽃을 피웠다.
그리고 한해가 지나 오늘 꽃을 다시 피워 나를 즐겁게 해줬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
하찮은 식물도 자신을 돌봐준 주인에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은 하는데...
인간들 중에는 보은은커녕 은혜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식물보다 못한 자들이 아닌가.
>미지로
▶식물 설명(네이비 백과)
꽃은 백색이지만 때로 연한 홍색이 돌기도 한다. 응달에서도 반 정도 벌어지고 양지에서는 활짝 피며 밤에는 오므라든다. 화피와 수술은 각각 6개씩이고 열매는 삭과(殼果)이며 녹색이다. 나도사프란과 비슷하지만 백색 꽃이 피며 잎이 녹색인 것이 다르다. |
'※Migiro Gallery > 숲,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박 꽃~ (0) | 2011.08.25 |
---|---|
장미 (0) | 2011.06.10 |
낙엽 無常... (0) | 2010.12.02 |
수련 그리고 그리움 (0) | 2009.09.19 |
15.나도 샤프란 (0) | 2009.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