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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90호-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제1편)

migiroo 2010. 9. 29. 14:37

 

▶내가 보고 느낀 국보급 문화재(8) 


▶국보 제290호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通度寺大雄殿및金剛戒壇)   
    -창건 신라. 건물재 중건 조선시대(양산 통도사)


▷제1편

 


▶금강계단으로 들어가는 불계의 길...


 

 

통도사가 어떤 사찰인가?
법보, 승보, 불보의 삼보사찰 중 으뜸인 불보(佛寶) 종찰이다.
적멸보궁 대사리단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니 불교 성지이고
깨지지 않는 계율 금강계단이 있으니 삼보사찰 중 으뜸 사찰이다.


이런 통도사는 양산에 있다.
그래서 양산 사람들은 경주 불국사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불국사보다도 더 좋은 통도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도사가 아무리 큰 사찰이고 유명한 곳이라 하더라도 국보 290호, 대웅전과 금강계단이 없었다면

그저 평범한 사찰에 불과 했을 것이다.

 

 

 

대웅전은 홀로 대웅전이 아니고, 대웅전과 함께 금강계단, 대방광전, 적멸보궁이라는 네 개의 문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건물이다. 그런데 그 네문 중 어떤 문이 정문이고, 어떤 문이 후문이고, 어떤 문이 옆문인지 분별하지 않는다.
네 문이 모두 적멸보궁으로 들어가는 정문인 이기 때문이다.
건물 또한 그 화려함과 고졸함이 보통 건물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대사리단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이 있다.
그 사리탑이야 말로 적멸보궁 통도사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통도사가 불교의 성역(聖域)이고 성지(聖地)임을 말해 주고 있는 곳이다.


이런 성역을 참으로 인심 좋게도 진보적인 주지스님이 오시더니
문을 활짝 개방하여 얼씬도 못했던 일반 신도들도 사리탑을
참배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그런 대사리단 성역 안에 들어가 부처님 사리탑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절로(저절로) 옷깃이 여며지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절로 손이 모아지고, 절로 입이 닫혀 진다.


이러한 종교적인 면은 너무 깊고도 넓어 모두 여기에 담을 안목이 나에겐 없다.
그런 면은 잠시 접어 두기로 하고 국보로서의 건축적 느낌만을 간략하게 여기에
이야기 하고자한다.

 


▶부처님이 계시는 대웅전의 독특한 건물 모습


 

 

 

대웅전 건물은 앞에서도 잠간 언급했듯이 여느 사찰 건물과는 그 모양이 다르다.
건물은 하나이지만 동서남북 네 면의 처마 밑에 각기 다른 현판을 달고 있는
통도사의 중심 건물이자 핵심 전각으로 대웅전이라고 통칭한다.

 

 

 

건물의 형태는 정(丁) 모양으로 두 개의 건물이 합쳐진 모습이다.
밖에서 보면 팔작지붕이 '丁'자형으로 복합형 건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웅전 처마에는 연꽃 봉오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이는 가장 아래쪽 기와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실용적 기능도 있지만 부처님이 계시는 법당을 화려한 연꽃으로
장식한다는 종교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대웅전 건물의 동, 남면 기단에는 문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있다.
그 계단마다 독특한 문양이 참으로 이채롭고 아름답게 새겨져 있고,
건물의 기단석에도 섬세한 꽃문양이 새겨져 있다.


계단과 기단석의 문양을 한번 들여다본다.
대웅전 돌계단이나 기단석에는 많은 꽃문양으로 장식했는데
연꽃인지 모란꽃인지 명확히 구별하기가 모호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연꽃 이라하고, 또 어떤 이는 모란꽃이라 하는데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쓴 서적을 보면 연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연꽃으로 보아도 좋고 모란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동쪽 계단은 불계로 들어간 문.

 

 

 

동면 대웅전 현판 쪽의 돌계단은 소맷돌이 아름다운 꽃문양으로 장식되어 있고
중간의 소맷돌도 멋진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도무지 무슨 꽃문양인지 모르겠다.
누구는 소맷돌은 연꽃이고, 중앙 소맷돌의 문양은 용의 비늘이라 하는데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용이든 연이든 모란이든 모두가 불교 장엄 장식에 많이 쓰이는 문양이다.
 

건물은 임난 때 불타 조선시대에 다시 지어졌다지만 돌계단과 기단은
아마도 창건 당시 신라시대에 만들어 진 것이 분명하다. 

 

 

 

소맷돌 양쪽 측면의 문양은 활짝 핀 모란꽃 같은데 모란은 연꽃과 함께 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꽃문양이고, 어떤 절에서는 생화 모란꽃을 불단에 올리기도 한다.
연화의 역사는 불교의 발상지 인도로부터 왔지만 모란은 중국불교의 영향으로
생긴 불화(佛花)의 일종이다. 모란은 행복이나 이상, 그리고 황제(왕)라는
고귀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불교 장식에 많이 사용하는 꽃들이다.


소맷돌의 양측 면에 새겨진 모란(연) 줄기가 꽃을 휘감고 축대 아래로 연결된
모습이 이채롭고 이곳이 신성한 곳임을 암시해 주는 듯하다. 


그런데 꽃송이 주변에 소용돌이 문양 같은 것이 있는데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
사찰의 이런 소용돌이 문양을 바람개비 문양, 태극문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태극 문양은 사찰의 해탈문 등 돌계단(석조기단)의 소맷돌에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비단 계단의 소맷돌 뿐만이 아니다.
사찰건축물 여러 곳에 이런 태극문양이 들어간 곳을 많이 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태극문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태극사상은 우주만상의 근원이며 인간생명의 원천으로 진리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불성과 태극을 같은 의미로 받아 들여 태극과 불성은
모두 불생불멸하는 만물의 실체와 우주와 인간의 본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해탈 문이나 대웅전 같은 돌계단에 태극문양과 연화문양 장식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꽃문양으로 장식한 남쪽 계단의 아름다움.

 

 

 

어찌 보면 이 문이 대웅전의 정문인지도 모른다.
금강계단이라는 현판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오르는 돌계단도 보통 길이 아닌 듯싶다.
동쪽의 대웅전 돌계단처럼 중앙 소맷돌은 없지만....
한 계단 올라서니 화려한 연꽃과 모란 꽃밭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한 쪽 꽃은 활짝 개화된 것이고, 한 쪽 꽃은 몽우리로서
조금 있으면 활짝 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석계단도 처음 창건 때 만든 것이 분명하다.

 

 
▶찬란한 연꽃으로 장식한 대웅전의 기단석 문양

 

 

 

건물의 기단 면석에도 하나, 하나 연꽃이 새겨져 있다.
이런 모양의 기단을 보니 마치 석불의 방형연화대좌(사각대좌)를 연상케 한다.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 대웅전 적멸보궁의 기단이기 때문이다.

 

 

석화(石花)는 얼핏 보면 다 똑 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연 밭의 수많은 연꽃들이 모두 다르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런 것이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극락세계의 보궁 대웅전 처마의 공포 와 단청

 

 

 

화려했던 단청은 거의 퇴색되고 그 자리에 억 겹의 시간들이 동굴 속의 박쥐 떼처럼 달라붙어 있다.
사람은 늙으면 추해 보인다는데 사찰의 건물은 늙을수록 아름다워 보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단청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백년, 천년....?
건축물에 쓰인 목재의 수명은 500년을 넘지 못한다는데
그 목재에 채색한 단청은 훨씬 오래 간다 들었지만...
단청 수명 또한 목재와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한 목재라 할지라도 단청을 입히지 않았다면
그 수명은 훨씬 짧아 질 것이다.


옛날 단청은 천연염료를 사용하여 오래 가지만 현대의 단청은 화학염료를
첨가하여 선명도은 강하지만 내구력은 형편없어 백년도 못 견딘다고 한다.
그러나 근대에 지은 사찰의 단청도 화려하고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웅전 처마 밑의 공포는 그야말로 복잡하고도 복잡하다.
마치 불교의 만다라(曼茶羅)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공포가 복잡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건물은 무거운 하중을 견뎌 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 것이다.
공포는 지붕의 무거운 하중을 기둥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 건축은 기둥에 철근을 넣어 건물의 하중을 견디게 하지만,
한옥은 못하나, 철근 하나 사용하지 않고도 이 공포라는 건축기법으로 수백 년 모진 풍파에도 건물을 견디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건축물의 공포 종류인 주심포계, 다포계, 익공계 등의 전문용어를 들먹이지는 않겠다.

 
어찌 보면 복잡한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얼마나 질서 정연한가.
공포는 사람의 신체로 말하자면 갈비뼈에 해당하고,
단청은 그 갈비뼈를 감싸고 있는 피부에 해당한다.
단청과 공포의 조화에서 상생의 정신을 깨닫는다.

 

 

▶꽃밭 속에 묻혀 있는 대웅전 창호의 꽃살문

 

 

 

꽃문양은 돌계단이나 건물의 기단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법당의 문살(창호)에도 온통 꽃 천지이다. 어디 문살뿐인가.
법당 안에도 여기저기 꽃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절집에 꽃문양이 많은 것은 부처님의 세계를 좀 더 아름답고
장엄하게 꾸미려는 지극한 불심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여기에서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라는 책을 쓰신
허균님의 글 중에 사찰의 문살에 대한 글을 요약하여 옮긴다.


절집 문살의 꽃의 종류는 연꽃, 모란, 국화, 주화朱花가 주종이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관념적인 꽃들도 적지 않다.

꽃잎은 6장인 것이 대부분이며, 4장 또는 해바라기, 백일홍 같이 많은 꽃잎을 가진 것도 있다.
 
사찰의 꽃살문은 장식 효과와 상징성에 더 큰 무게가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꽃살문은 출입·개폐라는 문의 일반

기능을 뛰어넘은 새 차원의 문이자 건축 장식 미술이라 할 수 있다. 불상을 모신 법당은 부처님이 사부대중을 향해

법을 설한 영산회상(靈山會上)에 비교된다. 그래서 법당 꽃살문에 새겨진 꽃들은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내린 꽃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를 가진 꽃살문이 여러 사찰에 유존하는데, 그 중 양산 통도사 대웅전(적멸보궁) 꽃살문, 논산 쌍계사와

내소사 대웅전 꽃살문 등이 유명하다. 통도사 대웅전 동편 꽃살문은 격자살과 빗살이 교차하는 부분마다 꽃을

장식한 문이다.


꽃은 국화, 연꽃, 모란의 세 종류가 있는데, 중앙에 국화꽃을 수직 일렬로 배치하고 그 양쪽에 연꽃과 모란을 각각

배치했다. 그리고 국화꽃을 사방에 둘러 모든 꽃들을 둘러싸는 형식을 취했다.


특히 그 아래 쪽 궁창에 투각된 연화당초문은 기운과 생동이 감지되는 수작이다. 통도사 대웅전 꽃살문은 그 모양이

아름답고 조각 솜씨가 정교하여 문이라기보다 수준 높은 목공예 작품을 보는 듯하다. 논산 쌍계사 대웅전 꽃살문 역시

꽃문양이 섬세하고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허균-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꽃살문은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살문이다.
이런 꽃살문은 오래되어 색이 바랜 것일수록 더욱 예술성이 뛰어나지만,
요즈음 새로 지은 절집의 화려한 단청의 꽃살문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고색창연한 대웅전 법당


무엇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지 법당 안을 관심 있게 둘러보자.
우선 통도사 대웅전에는 의례히 있어야할 불상이 없다.
아니 불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북쪽으로 나 있는 커다란 법당 창문 밖을 한번 보자.
대사리단 적멸보궁이 보인다.
그 중앙에 연꽃 봉우리처럼 생긴 이른바 석종형 탑 하나가 서있다.
바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탑,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다. 
그러니 내가 대웅전 안에 있지만 실은 밖이고,
건물 밖에 있는 사리탑이 있는 곳이 곧 법당 안인 셈이다. 


지금의 대웅전 건물은 신라 선덕여왕(646) 때 처음 지었고,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조선 인조 23년(1645)에 다시 지은 것이니
대략 지금으로부터 약 360여년 정도 된 듯한 건물이다.
그런데 법당 안에 들어서면 마치 내 자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천 년 전 신라시대로 들어 온 기분이 든다.
 

 

 

천정이며 벽이며 온통 고색(古色)이 창연하기 때문이다.
단청은 벗겨지고 퇴색되어 수백년 세월의 시간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음을 본다.


단청을 한 것인지, 벗겨진 것인지, 빛이 바랜 것인지 콥콥한 냄새까지 난다.
그런데도 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입이 딱 벌어지고 숨이 막힌다.
화려함이 아닌 장엄함이고, 퇴색이 아닌 장중함이다.
시간과 역사의 흔적이 진득진득 묻어 있고,
그냥 죽어 있는 나무 기둥이 아닌 숨 쉬고 있는 적멸의 세계이고,
여기가 보궁 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울긋불긋한 단청이 바랜 것인지...
시간이라는 괴물이 단청을 먹어치운 것인지...
그 장엄세계를 바라 보느라니 내 자신이 천 년 전 시간 속에
갇혀 버린 듯하여 저절로 “부처님~”하며 탄성이 터져 나온다.
천정이며, 벽이며, 기둥 할 것 없이 법당 안은 온통 장구한 시간을
먹은 흔적들이 사방에 달라붙어 있다.

 

 

 

 

보일듯 말듯 단청은 퇴색되고 벗겨졌지만....
그것은 눈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이고,
마음으로 보면 퇴색된 것도 아니고 벗겨 진 것 또한 아니다.
완성이다. 역사 시간의 완성....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고, 열반이고, 적멸이다.
빛바랜 단청에서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아! 저것이 완성이라는 것이구나."


알면 보이고 느끼면 감동한다. 천정은 온통 화려한 꽃밭이다.
단순한 꽃문양이 아니라 꽃비를 상징하는 문양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부처님이 설법을 마치시고 삼매에 들었어 정각을 이루었을 때 하늘에서
축복의 꽃비가 내렸다는‘묘법연화경’의 내용을 법당 천정에 상징화 한 것이다.
그 꽃비를 우화서(雨花瑞)라고 한다는 것을 불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 꽃비를 맞으며 불단에 기도하고 소원하나를 빌어본다.


아무튼 통도사 대웅전 꽃천정은 전국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고개가 아플 정도로 꽃천정을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어진다.
꽃향기에 취해 쓰러진들 어떠하며 비몽사몽 정신으로
법당 안에서 춤을 춘들 어떠하랴.


바쁜 길이니 이제 그만 대웅전에서 나와 통도사의 가장
핵심 성지인 금강계단 대사리단 석단으로 가 보자.


(2편으로...)

 

>미지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