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느낀 국보급 문화재(7)
▶국보 제261호
●조선 백자호(白磁壺)
-조선시대(삼성 리움미술관)
조선 백자호가 있는 삼성리움 미술관엔 가 보질 못하고 그 대신
중박(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와 비슷한 백자호 몇 점을 보고 왔다.
그 때 나는 백자호 앞에서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꽤 오래 서 있었는데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여기서 꽤 오랜 시간 이였다고 했지만 사실은 단 몇 십분 정도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러나 도자기에 거의 무뢰한이나 다름없는 내가 한 자리에서 몇 십 분의 시간 동안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그렇게 변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그 순백의 깨끗함 때문이다.
백자 앞에 서 있으면 속진으로 시커멓게 된 나와 대비되어 부끄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조선(한국)사람들은 왜 백색을 좋아 했을까?
그 순백에서 무슨 꿈을 키웠을까?
아무것도 없는 무소유의 깊은 사유를 백자에 담았을까?
절재와 검소함과 청렴함의 정신을 심었을까?
어찌 보면 작은 그릇이지만...
그 속에 한없이 넓고도 깊은 우주를 담은 것 같기도 하고,
심오한 마음의 세계를 그려낸 것 같기도 하다.
횐 색은 딱 하나 밖에 없는 색깔 같지만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백자의 흰색은 청자처럼 여러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눈꽃 같은 설백색이 그것이며,
약간 푸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청백색이 그것이고,
엄마의 젖가슴에서 나오는 우유 빛의 유백색이
바로 백자의 각기 다른 흰색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같이 백자의 흰색을 분별 할 수 있는 안목이 트인다면
그 눈은 바로 혜안이고 깨침일 것이다.
중박의 한국 도자기실 옆에 있는 중국과 일본 도자기를 잠시 본다.
조선백자나 고려청자와 어떻게 다른가?
시각적 형태가 아닌 마음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본다.
도자기 무뢰한인 나 도 그 느낌이 다름을 본다.
제법 보는 눈과 마음이 있다는 증거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들(일본, 중국) 도자기 들은 한결같이 표면에
갖가지의 무늬를 가득히 채워 넣어 빈틈이 없다.
일본, 중국의 도자기는 화려함과 시각적 관념을 중요시 한 것 같고,
우리(고려나 조선)의 도자기는 시각적 관념을 초월한 정신세계 즉
사유(思惟)적 관념을 중요시 한 듯하다.
그래서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를 보면 한없는 여유가 보이고,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내면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이런 내 이야기들을 전문가들이 보면 황당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저 백자를 본 내가 보고 느낀 점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 날 조선백자를 보려 중박에 갔을 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래서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백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만남 이 후, 조금 아주 조금...,
도자기를 보는 안목이 트이는 듯 했다.
중박을 나왔을 때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하얀 백자 표면에 빗물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빗물은 보이지 않았다.
>미지로의 생각
■문화재 설명(*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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