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내가본國寶문화재

▶국보 제92호-청동은입사포유수금문정병

migiroo 2010. 10. 1. 23:01

 

▶내가 보고 느낀 국보급 문화재(11)

 

▶국보 제92호

 
●청동은입사포유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   
    -물가풍경 무늬 정병
    -고려시대(국립중앙박물관)

 

 


옛 금속공예품이나 도자기를 감상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에 물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는 것“ 이란다.


도사끼리 나누는 선문답 같은 대답이다.
우리네야 평범한 범부이니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을 리
없으니 마음으로 보라는 말이 우문에 우답으로 들릴 뿐이다.


그러나 눈으로 보되 마음으로 느끼는 감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좋다. 정말 좋다."
“멋있다. 정말 멋있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이미 그는 도자기를 보는 마음의 눈을
가진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동은입사포유수금문정병


모든 도자기 이름이 이런 식이다.
한문 세대가 아닌 요즘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너무 난해하고
생소한 이름일 것이니 쉽고 멋진 이름을 지어 한문 이름과 함께 썼으면 싶다.

 


지난 여름방학 때 서울에서 온 초등6년생인 외손녀를 데리고 경주박물관에 갔을 때다.
외손녀가 국보195호 토우장식장경호(土偶裝飾長頸壺)를 호기심 있게 보다가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할아버지, 토우장식장경호가 무슨 뜻이야?”


할아버지는 어떻게 대답을 해 주나 하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볼팬으로

한문을 또박또박 써가며 이름을 하나하나 토막을 내어 설명한다.


土偶(흙 인형)
裝飾(꾸미다. 장식하다.)
長頸(긴, 목)
壺(병)


할아버지의 설명을 유심히 듣던 외손녀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할아버지 왜 그런 어려운 이름을 사용하는 거야?
  그냥 ‘인형붙인 흙 항아리‘ 라고 하면 안 돼...?“


아무래도 이놈을 대학 보낼 때 사학과에 보내야 될듯했다.


그러나 그 어려운 한문자 이름‘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을 한자, 한자 뜯어보면

정병에 새긴 기법이라든가 무슨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지 다 들어난다.
바로 그것이 한문이 주는 묘미 일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어려운 한문 이름을 고집하는 지도 모른다.
문화재를 이해하려면 한문도 열심히 배워 둠이 좋다.

 

"해지(외손녀 이름)야! 문화재를 이해 하려면 학교에서 배우는
 한문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알겠지...?"

 

할아버지 말을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 들었는지 손녀는
어느새 신라 금관이 있는 쪽에 서 있다.

 

본론은 시작도 안 했는데 서론이 너무 길어 진 듯 하다. 

 


어려운 이름 풀이는 차치하고 그 아름다운 자태에 단번에 반해 버렸다.
늘씬한 몸매에 지적인 용모, 성숙하고 우아한 여인이 엷은 미소를 지며 내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양귀비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고, 이효리가 예쁘다 한들 이보다 예쁠 수 없다.

그저 아름답고 예쁘다는 말 이외의 표현은 모두 군더더기 일듯하다.
지난 달 추석 전날 중박에 가서 본 감정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게 가슴에 남아 있다.

 

기린처럼 길고 가느다란 목, 한번 손에 들어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급격히 풍만해 지는 몸체 곡선의 그 부드럽고 유연함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정병 안에 들어 있을 맑고도 투명한 물이 손에 흔들려 출렁이는 듯하고,
너무 예쁜 뚜껑이 달린 물 꼭지에서 청명한 생명수가 쪼르륵 나올 것 같다.


앙증맞게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너무 긴 목선과 과감한

신체 곡선이 주는 풍만함에서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터저 나온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녹슨 그 연 초록색 색감이 너무 좋다.
시간이 오래 되면 금속 표면에 생기는 부식생성물(腐蝕生成物)을 녹이라 하는데
청동금속의 초록 색 녹은 그 색감이 이질적이지 않고 옅은 화장을 한 여인의 얼굴처럼

우아함을 더해 주고 있다.   


어찌 그 좁디좁은 몸에 한 폭의 물가풍경을 모두 그려 넣을 수 있는지...?
우선 무슨 그림이 있는지 하나, 하나 나열해 보자.


하늘, 갈대밭, 섬, 수양버들, 오리, 물새, 기러기 떼, 어부, 낚시꾼...


넓은 호수 풍경이 모두 서정적으로 묘사되어있다.
가히 신선들이 마시는 물을 담아 두는 정병인 듯 하다.
다시 한 번 서정시 같은 정병의 그림들을 펼쳐보자.

 


하늘에는 기러기 떼들이 유유히 날아다니고
갈대밭의 갈대들은 바람에 흔들린다.
물가 언덕 위의 수양버들 가지가 길게 늘어져 있고,
호수에는 오리와 물새들이 즐겁게 헤엄치고 있다.
쪽배에는 노 젖는 어부와 낚시꾼이 고기를 낚고 있고,
병목에서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마치 호수가의 풍경을 한 폭의 파노라마로 보는 느낌이다.


은실을 박아 장식한 청동정병으로 고도의 세공기술이 고스란히 들어나 있다.
아래 사진은 우연히 인터넷 바다에 올려 진 것을 여기에 옮겨온 것이다.
정병의 물가 풍경을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이다.

 

정병은 부처님이나 보살에게 바치는 맑은 물을 담는 물병을 말한다.
관세음보살이 늘 손에 쥐고 있는 지물이기도 하다.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보면 달빛 비치는 바위에 앉은 관음보살 앞에
언제나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정병이 놓여있음을 볼 수 있다.
수양버들과 정병의 관계도 수월관음도에 그려진 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관음보살과 버드나무는 어떤 관계일까?
여기 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5세기 초 관음보살이 버드나무 가지와 맑은 물을 중생에게 받고
그들의 병을 치료해줬다는 관세음경이 중국에 알려지면서 불교의
의식구로 버드나무 가지가 꽂인 정병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후 고려에서는 이 정병을 귀족들은 물론 일반인들로 널리
사용했다니 정병이야 말로 심신을 맑게 해주는 상징적 물건이
된 셈이고 관세음보살을 나타내는 지물(持物)로 굳어 진듯 하다.

 


조금은 은은한 녹색으로 녹슨 정병의 색감에서 세월의 흔적들이 보인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정병은 12세기 고려시대 것이라 하니
고려 중기쯤으로 잡아도 최소 8-900년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게 오래 됐는데도 그 모습이 너무 우아하다.


옛 금속공예품이나 도자기 같은 것을 보면 늘 부럽다.
천년, 수백 년 나이를 먹어 늙었는데도
어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질투가 난다.


나도 늙어 아름다워 질 수 있는 비결을
연구 하여야 되겠다.


>미지로 생각 


 

■문화재 설명(*문화재청)


●청동은입사포유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   
    -물가풍경 무늬 정병 


고려시대 대표적인 금속 공예품의 하나로 높이 37.5㎝의 정병(淨甁)이다.


어깨와 굽 위에 꽃무늬를 돌리고, 그 사이에 갈대가 우거지고 수양버들이 늘어진 언덕이 있으며, 주위로 오리를 비롯하여 물새들이 헤엄치거나 날아오르는 서정적인 풍경을 묘사하였다. 먼 산에는 줄지어 철새가 날고 있고, 물 위에는 사공이 조각배를 젓고 있다. 이들은 모두 청동 바탕에 은을 박아 장식한 은입사(銀入絲)기법을 썼으며, 은상감무늬이다.


물을 따르는 부리에는 뚜껑이 덮혀 있는데 구멍을 뚫어 장식하는 기법으로 덩굴 무늬를 새기고, 그 옆면에는 연꽃 무늬를 배치하였다. 목 부분에도 뚜껑이 있는데 은판(銀板)을 뚫을새김으로 장식하였다.


이 정병은 형태에 있어서 안정감 있고 유려한 곡선미를 보여주며, 무늬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고려 전기부터 크게 발달된 입사기법(入絲技法), 즉 은을 박아 장식하는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은입사정병은 여러 점이 알려져 있으나, 이 정병은 잘 조화된 우아한 모습을 보여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출처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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