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부산 회동저수지 산책길 완주기(1편)

migiroo 2010. 10. 6. 09:58

 

▶2010.10.3(일)-일상탈출


▶제1편


■ 부산 회동저수지 산책길 완주기(1)

 

 

 

 

▸ 들어가는 여정


간밤에 비가 내렸나....?
아침에 일어나 길을 나서니 길바닥이 촉촉이 젖어있다.
하늘은 잿빛 구름이 가득했지만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근래에 새로 개설된 부산 회동저수지 산책길이 퍽 좋다하여 길을 나선다.
어젯밤 인터넷에서 대충 정보를 수집 해 보니 산책길의 총 거리가 18.7km 나 된다. 시간은 빨리 걸으면 5시간 정도 걸릴 듯 하다. 거리상 한나절 완주 하기는 좀 긴 듯 했지만 일단 가 보기로 하고 부산행 버스에 오른다.

그런데 부산에 가까 올수록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뿔싸, 우산도 안 가져 왔는데 비가 오다니 되돌아 갈 수도 없고....
그러나 어찌하랴 일단 길을 나섰으니 비가 오든 말든 가보기로 마음 먹는다.
오전 11시, 노포역에서 1.5km 떨어진 금정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출발점 갈맷길

 

 


 

산책길이 시작 된다는 금정체육공원에서 출발점을 찾지 못해 헤맨다. 몇 몇 지나는 행인들에게 물으니 모두 모른다고 훽~ 가버린다. 그 불친절함에 기분도 상하고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모르면 모르는 데로, 알면 아는 데로 좀 친절하면 누가 뭐라 하나...


알고 보니 출발 지점이 코앞에 있었다. 산책길 안내판이 길 가에 서 있고 ‘갈맷길’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다. 참 이름도 예쁘다. 갈매기을 의미 한다는 모양이다.
안내판에 “회동 수원지 사색길~” 이라고 또 다른 이름이 쓰여 있다. 이 또한 예쁜 이름이다. 예쁜 길 이름을 보니 좀 전에 불친절로 인하여 상했던 기분이 말끔히 씻긴다.


우선 약도와 간단한 정보부터 들여다본다.
 

 

 


  ▸이동 구간 : 금정체육공원(출발점)-상현마을(저수지 시작점)-오륜대(부엉산)
                    새내마을-회동댐(종점.명장정수사업소 회동지소)
  ▸총 산책로 길이 : 18.7km. 
  ▸도보 소요시간 : 5시간(느린 걸음 6시간)

 


●출발


출발, 기분이 좋다.
잔비도 그치고 구름 사이로 잠간, 잠간 햇님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출발 길부터 산뜻한 길이 넓은 강변(하천)으로 나 있다. 새로 낸 길은 말랑말랑한 초록색 스펀치 길이다. 그 옆으로 자전거 길도 나란히 나 있다.

 


그런데 산책길 전 구간이 이런 길로 되어 있으면 정말 재미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변은 무성한 수풀과 이름 모를 가을 들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고, 아직 피지 않은 키 큰 갈대들이 가을바람에 몸을 내 주고 있다. 제법 많은 하천의 물도 의외로 맑아 보이고, 그 물위로 횐 백로들이 허공에 맴돌다 활주하듯 강가에 내려앉는다. 

 

 

 

산책길은 잠시 강변으로 이어지더니 웬일인지 큰 길로 들어선다. 2차선 포장길 옆으로 1m 정도의 산책길이

붙어 있고 차들이 씽씽~ 지나고 있으니 사색은커녕 매연과 소음만 뒤집어 쓸 것 같다.

 


다행히 길은 다시 강변길로 분리되고 제법 강변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강물과 하천에 자연 생성된 수풀들이 어우러진 자연 생태계를 바라보고 있으니 또 그 놈의 4대강이 생각난다. 파헤쳐지고 뒤집어지고 있는 4대강의 가슴 아픈 개발 현장 생각이다. 원래는 4대강도 이 같은 모습일 것인데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민다.

그러나 어쩌랴 도도히 흐르는 강물도 막아 버리는 권력의 힘인 것을....

 


길은 다시 좁은 다리를 건너 하천 반대편 강변으로 이어진다. 좁은 콘크리트 다리는 원래 있던 것을 산책길로 만든 것 같다.


아뿔사, 하천으로 유입되는 하수구에서 하얀 거품이 유입되고 있다. 오염된 생활오수 같은데 여기까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모양인가, 전화로 신고를 할까하다가 그만 둔다. 회동 저수지는 부산시민의 상수원인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면 고발 같은 것은 잘 안 한다. 올바른 고발정신은 밝은 사회를 이루는 조건이라는데... 나 또한 고발정신이 부족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산책길은 강변언덕으로 올라가 이어져 있다. 간밤 비로 인하여 마사토 길이 조금은 질퍽거린다. 길은 제법 넓다. 차 한 대 정도는 다닐 듯 하다.    

 


의외로 주말인데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 길가에 자전거 한 대가 주인을 잃었는지 쓸쓸히 서있다.

그리고 산책길 여기저기엔 빈 벤치가 앉아 있다. 벤치는 늘 비어 있는 듯하다. 누가 여기까지 와서 앉아 줄까?

벤치의 외로움이 내 외로움처럼 가슴 찌릿 전해 온다.

 


연인 한 쌍이 벤치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사랑의 밀어를 강물에 띄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인가. 나에겐 이미 오래전에 강물에 흘러가 버린 것이지만... 어디서 왔는지 청설모

한 마리가 길을 가로 질러 재빨리 도망간다. 

 
산책로는 본격적으로 강변을 끼고 이어진다. 학송정이라는 식당 간판이 보이고 제법 큰 강물이 파문을 일으키고 누워있다. 저수지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여기서부터는 상수원 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회동저수지의 발원지는 수영강으로 부산 기장군 정관면 두명마을 용천산 동양골로 되어 있다.

그러니깐 수영강 상류의 물을 가둬 회동저수지를 만든 것이다.
1946년도에 저수지 댐을 조성했다니 꽤 역사가 오래 된듯하다.


 

 

산책길은 잘 다듬어져 목책을 두르고 길게 누워있다. 소나무 가지사이로 호수 같은 저수지가 보인다.

회동저수지의 시작점이다.

 

 강변 식당들이 여기 저기 나타나기 시작한다. 원래는 강변에서 농사나 짖던 집들 같았으나 모두가 오리불고기나 강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로 매운탕이나 잉어찜 등을 파는 식당으로 변신 한 것 같다. 학송정, 물풍경이 있는 집, 은행나무집 등 식당 이름들이 예쁘다. 몇 체 안 되는 식당 앞마다 자동차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여기까지 차길이 나 있는 듯했다. 

 

 

길가에 폐가 한 체가 주인을 잃고 쓸쓸하게 앉아 있다. 언젠가는 저 집도 한 가족이 오순도순 살았든 때가 있었을 터인데 사람이든 집이든 이세상의 모든 것들은 생멸이라는 자연의 순환법칙을 벗어 날 수 없는 모양이다.

 

어느 노부부가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을 하고 있다.

갈색머리 푸들이다. 꼬리를 짧게 잘랐다.

사진을 찍으려하니 잽싸게 주인에게로 달려간다.  

암놈인지 숫놈인지 분별이 안 된다.

아마도 중성화 수술을 해 준듯하다.

그래도 저놈은 행복한 놈이 것이다.

주인도 없이 길가에서 떠도는 신세의 유기견들에 비하면....

 

 

●산책길에서 만난 이국적인 향나무 숲길


 

 

강변 길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너무나도 멋진 이국적인 풍경을 만났다. 향나무 길인데 마치 녹색 커튼을 쳐 놓은 것 같은 멋진 모습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길이 조성됐는지 알아보니 강변에 살고 있는 어느 부잣집의 담장이다. 담장의 길이는 약 50m 정도로 비교적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   

 

 

향나무 담장 아래 철제 대문이 너무 위압적이다. 대문위에는 섬뜩한 창살 같은 것이 무수히 꽂혀 있다.

아름다운 담장하고는 너무 대조적이다. 담장과 조화되는 예쁜 디자인의 대문으로 바꾸면 얼마나 멋있는 집이 될까하고 상상해 본다. 아무튼 회동저수지 수변길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다니 즐거운 일이다.

 

 

오후 1시가 넘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회동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상수원 관리소 건물도 보인다.
저수지 강변으로 새로 개설된 강변길의 출발점이 있는 상현마을이다. 
동백집, 부산집, 신선집, 농원집, 백운장 등 즐비한 식당 앞에는 승용차들이 가득 들어 앉아 있다. 풍광도 좋은데 먹지 않을 수 있는가. 나도 점심을 먹으려고 여기저기 식당을 기웃거려 보니 5천 원짜리 일인 분 음식을 파는 집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수가... 꼼짝없이 점심을 굶게 생겼다.


마을 어귀에 아주 참하게 생긴 화장실 건물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화장실 환경은 세계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쁜 화장실을 그냥 지나 칠 수가 있는가. 들어가 볼일을 보고 다시 길을 걷는다.


 

 

길가의 예쁜 이정표가 본격적인 수변길이 시작됨을 알려 주고 있다. 얼마나 될지 끝까지 한 번 가보기로 다짐한다, 시간에 억매일 필요가 없다.

 


길은 마을을 맴돌다 강변으로 돌아오고 길가엔 코스모스들이 강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요즈음의 가을 코스모스는 철도 모르는지 일찍 피고 일찍 진다. 꽃들도 지구의 온난화 현상에는 어쩔 수 없는지 그 개화 시기가 일정하지가 않다. 한 여름에 피는 코스모스가 대부분이니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그래도 꽃피는 철을 아는 기특한 꽃이다.

 

 

밟을 때마다 사각 거리는 마사토 길이 길게 누워있다. 대지의 초원처럼 길게 누워있는 저수지의 강물 위로

시원한 강바람이 물결을 일으키고 지나가고 있다.

 

 

길이 험한 구간은 모두 나무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요즘 어딜 가나 이런 다리나 판자 길이 유행이다.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내구성에 한계가 있어 다시 또 보수하고 재 설치해야 하니 비경제적인면도 있어 보인다.
 

 

다리를 지나니 정말 걷고 싶은 강변 오솔길이 나를 반갑게 맞는다. 지금부터는 내내 이런 길이였으면 좋으련만 길이 조금은 좁은 편이다.  


두 번째 이정표가 나타난다. 조금 전에 지나온 상현마을 표시가 반대로 되어있는 것을 보니 회동댐에서 시작 된 표시 인 것 같았다. 나는 금정 쪽에서 출발했으니 출발점이 금정이고 회동댐에서 출발한 사람은 회동댐이 출발점이다. 다시 말해서 출발점이 종점이고, 종점이 또한 출발점인 셈이다. 


 

 

길이 너무 예쁘다. 작구만 예쁘다는 표현을 남발(?)하게 된다. 그러나 달리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첫 번째 강변 조망대(쉼터)

 


저수지 안쪽으로 툭 튀어 나와 있는 강변 조망대(나무 Deck)이다.
사색의 길이라 했으니 조망대에 서서 출렁이고 있는 물을 바라본다.
왜? 이 길을 ’사색 하는 길‘이라고 했는지 생각에 잠겨 본다.


우리에게서 물의 존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물의 고마운 존재를 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나를 있게 해 주고 있는 생명수가 아니던가?


“물은 바로 나이고, 나는 곧 물이다.”


이것을 알게 해주려는 저수지 관리소 측의 깊은 뜻을 비로소 깨닫는다.
회동저수지는 부산 시민의 유일한 상수원이다.
햇빛에 반사된 은빛 물결이 가을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오후 1시 반. 호수가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 취한다. 2시간 반은 걸은 듯싶다. 점심을 먹지 못했으니 배도 고프다. 보온병 뜨거운 물을 종이컵에 부어 커피 믹서를 탄다. 그리고 버스터미널에서 한 봉지 2,000원 주고 산 호두과자를 먹는다. 그리고 또 강물을 바라본다.
물은 끝없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
강물은 멈추지 말고 흘러야 한다. 어디로 흘러가는가?

 


오후 2시. 다시 걷기 시작한다. 말동무 없이 혼자 걷는 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많다.

방해 받지 않고 깊이 생각할 수 있고, 행동에 구애 받음이 없으니 자유로워서 좋다. 그러나 혼자는 너무

외롭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더 좋은 것이다.

 

 

오륜 새내 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오륜대 본동의 절경마다 식당이 자리하고...


강변길은 직선이 아니고 이리저리 구부러진 곡선길이다. 울창한 숲속 길은 호젓하고 너무 아름답다.

길 왼편은 저수지 이고, 오른쪽은 산이다. 오솔길 흙길을 밟는 촉감이 참말로 좋다.

 


오솔길이 끝나고 ‘새내마을‘ 이라는 곳으로 들어오니 식당 마당에 차들이 빼곡이 주차해 있다.
해는 점점 짧아져 어느새 중천을 넘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새내마을을 지나니 오륜대 본동이다. 본동은 회동저수지에서 가장 절경인 오륜대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좋은 자리는 이미 식당들이 차지하고 앉아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식당들이 즐비함을 어찌 탓 하겠는가마는 오륜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식당에 빼앗긴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를 넘어섰다. 시장 끼를 못 참아 나도 인근 식당에 들려 막국수 한 그릇을 사 먹는다.

국수 이외의 일인용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국수를 시켰으나 의외로 맛이 그만이다. 

 


식당을 나오는데 커다란 누렁이가 자꾸 내 뒤를 따라온다, 먹을 것을 달라는 모양인데 줄 것이 없다.

자꾸 따라와 쫒으려 손짓을 하니 꿈쩍도 안 하고 나를 노려본다.

혹시 저 놈이 달려들까 덜컥 겁이 나서 젠 걸음으로 도망치듯 걷는다.
누렁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집으로 돌아가는데

어쩌면 온순한 개를 가지고 공연히 겁을 낸 듯하다.

무섭고 겁이 난다는 생각은 오로지 내 마음의 장난이지

개 탓이 아님을 깨닫고 씁쓸히 웃는다.
 
<제2편으로...>


>미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