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부산 회동저수지 산책길 완주기(2편)

migiroo 2010. 10. 6. 10:15

 

 ▶2010.10.3(일)-일상탈출


▶제2편


■ 부산 회동저수지 산책길 완주기(2)


●부산의 팔대 절경 중 하나인 오륜대

 

 


이제부터는 오늘 산책길의 하이라이트 오륜대의 오름이다.

먼저 오륜대(五倫臺)란 어떤 곳인가 알아보자.
오륜대는 회동저수지(오륜대본동)에 있는 기암괴석 절벽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산봉우리를 말하는데 부엉산(175m)이라고도 부른다. 이 오륜대에는 조선시대로부터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조선 영조 16년(1740) 편찬된 동래부지에 의하면 오륜대는 동래 동쪽 20리에 사천이라는 냇물이 있었고, 그 가까이에 우뚝 세워진 바위(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 바위산은 흐르는 물가에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아 경치가 아주 좋은 이곳에 오륜(다섯 가지 윤리 덕목)을 갖춘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해서 `오륜대‘라고 부른 것이 오늘에 유래한다. 또 `다섯 노인이 지팡이를 꽂고 노닐던 곳’이라고 오륜대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하는데, 종합해 볼 때, 자연경관이 뛰어난 이곳에 학문하는 선비들이 살면서 `오륜대‘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오륜대는 깊은 산림지대로 맑은 개천과 기암절벽으로 경치가 좋은 곳이다. 1946년 회동댐을 형성하자 그 경관이 크게 바뀌었지만 오늘날에도 그 아름다운 경관만은 살아 있는 곳이다.


부산에는 경치 좋은 대((臺)가 많다.  부산의 대는 외팔대와 내팔대로 나누는데. 외팔대는 해안팔대를 말하고 내팔대는 내륙팔대를 말한다.


외팔대(해안팔대)는 동백섬의 해운대, 영도의 태종대, 다대포의 몰운대, 용당동의 신선대, 용호동의 이기대, 가덕도의 연대, 기장의 시랑대, 수영의 첨이대를 말한다.


내팔대(내륙팔대)는 범일동의 자성대, 금정산의 의상대, 오륜동의 오륜대, 회동동의 동대, 달음산의 중군대, 동래성의 동장대, 동래읍의 학소대, 덕포동의 강선대를 말한다. 이와 같이 부산은 바다와 육지를 통하여 아름다운 자연 절경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만 각설하고 오륜대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오륜대로 오르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급경사 길로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야 말로 헉헉 숨을 몰아쉬며 수백 계단을

올라야 한다.

다섯 사람의 젊은이 들이 나와 함께 계단을

오르면서 카메라 삿터를 눌러 달라고 한다.

 

 


그러나 고행 뒤에 행복이 찾아옴인가, 힘든 계단을 다 올라오니 환상적인 숲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백, 수천의 각종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빼곡이 서있다. 잠시 숲 향에 취해 숨을 고른다.

 

 

 

길은 꼬불꼬불 지그재그 급경사로 계속 이어진다. 길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깔딱 고개다. 사람들은 왜 산에 오면 기를 쓰고 정상에 오르려 하는지 모른다. 멀리서 봤으면 됐지 꼭대기 까지 올라가서 뭣을 보려고 하는지 모른다.


옛 사람들은 좋은 풍광을 즐기기 위하여 산 앞에 정자 같은 것을 지어 놓고 산을 바라보는 개념으로 풍광을 즐겼는데, 지금 사람들은 기를 쓰고 산에 오르려한다. 산속에 들어가면 보이는 것은 풍광이 아니라 나무와 숲만 보일뿐인데 말이다. 

 

 

 
오후 3시 오륜대 전망대 위에 섰다.

그리고 한 눈에 보이는 강(저수지)물을 바라본다.

하늘과 산과 강물이 어우러져 파노라마처럼 시야에 펼쳐진다.
저수지의 거대한 물은 댐에 갇혀 흐름을 멈추고 있다.
오늘 내가 걸어온 구간과 구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먼 길을 내가 걸어 왔다니 생각하니 내 스스로 놀랍다.

올라오는 길은 고통스러웠으나 내려가는 길은 너무도 쉽고 빠르다. 금새 산 아래 작은 마을에 닿았다. 마을 텃밭에 아주머니 한 분이 배추밭을 매고 있다.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이 넘는 전대미문의 오늘의 이 파동을 정부는 몰라라 하고, 김장철을 맞은 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왜 배추 값이 금값이 되었는가?
이른바 4대강인가 뭔가 하는 사업 때문에 강 유역 하천의 엄청난 경작지가 없어져 버린 탓이고, 거기다 이상 기온과 과다한 비로 인하여 체소 수확율이 확 줄어들었기에 일어난 배추 파동이라고 한다. 어쩠던 MB정부가 아무리 서민정책을 편다 해도 그것은 한낱 그림에 떡 같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아주머니 수고 하십니다. 배추가 아주 잘 됐네요.”하고 내가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그 배추밭 아주머니는 나를 한번 휙 돌아보더니 대꾸도 안하고 다시 밭은 매고 있다. 안 면식도 없으면서 아무나 보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산책길은 잠시 차길과 합류했다. 포장도로 위에 파란 페인트로 산책길임을 표시해 놨다.

 
길은 다시 차길을 버리고 호젓한 강변길로 이어진다. 대나무 밭도 나오고 과수원도 보인다. 길 주변 농가들이 잽싸게 농사일은 접어 버리고 음식점으로 변신해 있다. 묵 파는 집, 매운탕 집, 파전, 막걸리 파는 집들이 즐비하고 왁자지껄 한 무리의 남녀 등산객들이 식당 들마루에 모여앉아 막걸리 사발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길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왼쪽 편은 호반이고 반대편은 산이다.
아직은 추락방지용 목책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밧줄이 대신하고 있다.


❋ 잠간, 한 마디

 

회동저수지의 산책길이 새로 정비되어 개설 됐다고는 하지만 전 구간이 정비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여기저기 위험한 곳이 보이고, 미처 손보지 못한 곳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사람들이 좁은 오솔길을 걷다가 잘못하여 미끄러져 저수지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책(가드레일)은 꼭 필요한 것인데 아직도 목책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아무래도 예산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런 산책길 조성은 우리 생활 주변에 많이 정비되고 생겨야 한다. 그래야만 삶의 질이 높아지고 윤택해 진다. 잘 먹고, 잘 입는 것만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방 정부에서는 권력자의 생색내는 다른 곳에만 예산을 사용하지 말고 마을 주변에 있는 야산이나 하천 같은 곳을 잘 정비하여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일상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개선해 주는 것이  잘 하는 정부 일 것이다.


일이란 먼저 할 일이 있고, 나중에 할 일이 있다. 예를 들자면 작금 많은 국민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 같은 것에 우선하여 마을(아파트) 주변을 살기 좋게 정비해 주는 것이 먼저 할 일이 아닌가 생각 든다.


잠간 한 마디가 너무 길어졌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강변에 앙증맞게 예쁜 원두막 두 체가 앉아 있고 사람들이 둘러 앉아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과 사람과 바람 그리고 원두막.... 한편의 서정시 같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든 원두막, 생각만 해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원두막이 현대판 쉼터로 변신하여 이렇게 강변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니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은 오후 4시. 숲길을 계속 걷는다. 꽤 오래 걸은 것 같은데 피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숲에서 나오는 맑은 기(氣)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종점 회동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오솔길에 작은 나무다리가 나 있다. 다리가 참 예쁘고 좋다.

 

 

왜 이런 자연스러운 것들이 사람의 심성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일까?
사람의 감성에는 원래 인위적인 것 보다는 자연친화적인 것을 좋아하는 원초적 본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첨단문명에 익숙해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불편함을 감수 하는 자연적인 것 보다는 편리함과 편안함을 더 해 주는 인위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징검다리 보다는 콘크리트 다리를 좋아하고, 흙길 보다는 포장길을 선호한다.  
 

 

 

이제 길 끝이 가까워 오는 것 같다. 울창한 소나무 오솔길을 지나니 저수지의 서편 끝이 보이고 하얀 햇살이 내려 앉아 있는 나무다리가 길게 누워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굉음이 들려온다. 바로 부산의 도시고속도로를 질주 하고 있는 차 소리이다. 도시고속도로는 바로 산책로 오른 쪽에 있었다.

 

 


숲속의 맑은 향기, 솔바람 소리는 질주하고 있는 차들의 소음 속에 묻혀 버리고
뚝 방에 막혀 버린 강물은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주변에 맴돌고 있다.
이제는 산책길이 끝이라 여겼는데 길은 다시 둑을 지나 반대편 숲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는 점점 서녘으로 기울고 갈 길은 아직도 남았으니 서둘러 발길을 재촉 한다.


세 번째 마지막 강변 조망대에 이르렀다. 강물은 저 멀리 아홉산을 물위에 그리고 회동댐을 지나는 도시고속도로의 교각이 괴물처럼 강물을 가로질러 있다. 

 

 

 

●미지막 이정표

 

 

 

마지막 이정표 같다. 회동저수지 산책길의 종점이 회동댐이라 했으니 이제는 정말 마지막 길인 듯 싶다.


오후 4시 반. 드디어 긴 여정의 끝점에 이르렀다. 그 마지막 끝점엔 강물을 막고 서있는 거대한 도시고속도로 교각과 상판이 괴물처럼 버티고 서서 나를 맞는다.

 

 

사색(?)하는 회동저수지 수변 길, 장장 18.7km, 5시간 완주를 끝낸다.
나는 거대한 다리 교각 밑에 앉아 물 한잔을 마시며 그 마지막 사색을 한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자꾸만 가슴에 걸린다.
우리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지막은 우리 삶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진다.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임을 말해준다.

 
우리는 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오르는 길이 있으면 내려가는 길이 있고,
내려가면 또 오르는 길이 다가선다.
그리고 그 마지막 길은 언제나 밑바닥길이다.
인생의 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제 돌아 갈 길이 바쁘다.
회동 저수지 길은 호반을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회귀 하는 길이 아니고
시작점에서 종점까지 이어진 외길이다. 언젠가는 호반을 한 바퀴 도는 멋진 길로 발전하리라 기대한다.
 

 

 

시간은 오후 5시, 종점 ‘명장정수사업소’철문을 나선다.
댐 관리소 철문이 곧 닫힐 모양이다.
들어가는 문은 없는데 나가는 문은 있다.
 

 

 

댐에 갇혀 있는 강물이 좁은 수문을 비집고 수영강 하류로 내 닫는다.
그리고 강물은 도심을 거쳐 더 오염되고 드디어 수영만 앞 바다에 이를 것이다. 강물은 그렇게 저수지의 긴 구속에서 벗어나 누구도 간섭 할 수 없는 자유를 얻어 바닷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댐을 빠져 나온 강물이 웬일인지 뿌연 흙탕물이다. 댐 하류 수영강의 마지막 줄기가 길게 하천을 이루며 뻗어있다. 그런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하류의 계곡을 보니 이 또한 절경이다.
그렇지만 철책에 갇히고 주변에 들어서 있는 각종 공장들로 절경은 만신창이가 되고 물은 오염되어 더렵혀져 있다. 아직 여기까진 정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모양인지 부산시의 관심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요즈음엔 지방마다 하천 정비를 경쟁적으로 하다 시피 하는데 왜 이런 절경의 하천을 방치(?)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4대강 개발 보다는 이런 지방 하천 정비를 먼저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루 빨리 옛 절경을 다시 회복하여 시민들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부산시의 관심을 촉구한다.
 


 

 


회동 초등학교 앞 버스 정류소에서 연산역 가는 버스를 기다란다.
그런데 학교 담벼락에 그야말로 아름다운 시 두 편이 눈에 띈다.
차마 그냥 지나 칠 수가 없다.

 
배낭에 넣어 둔 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고 담벼락에 쓰인 시를
앵글에 담는다.
그 사이 버스 한 대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자나가 버렸다.

 
시 한 편은 나태주 시인의 시이고, 또 한 편은 이해인 수녀님 시다.
예쁜 글씨는 박윤규 화백의 글씨라 적혀 있다.
그 아름다운 두 편의 시를 여기에 옮긴다.

 

 

 

 풀꽃”  (나태주 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집”중에서 (이해인 시)


‘우리집’이라는 따뜻한 말에선
  불빛이 새어나온다.
 

잠자리 두 마리가 날고 있는 학교 정문 가드레일 무늬가 참 예뻐서 그것도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시가 있는 학교 담벼락...,
이런 학교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의 심성은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멋진 선생님들에게서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의 가슴도 해맑으 것이다. 파란 가을 하늘에 흰 구름들이 두둥실 떠다닌다.


수영강은 기장군 용천산에서 발원하여 부산 앞바다로 흘러가는 국가 2급 하천 중에서 가장 긴 강이다. 양산 동면-기장군 철마면-정관면-부산 해운대구-연제구-수영구-부산진구-동래구-금정구를 거쳐 남해바다 수영 만에 이른다.
그 여정 중에 회동저수지에 갇혀 있다 부산시민의 식수원이 되고 공장 용수가 되고 나머지는 물은 남해 바닷물이 되고 태평양이 된다.


집에 돌아오니 방 8시가 됐다.


<회동저수지 산책길 완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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