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수)
삼순이~
서울에서 아이들이 내려왔다.
겨울방학을 외갓집에서 보내기 위함이다.
초딩 2, 유아1 맞벌이 부부 딸애의 세 아이들이다.
아이들뿐이 아니고 ‘삼순이’도 함께 왔다.
삼순이는 강아지의 이름이다.
이제 3살 박이 하얀 털의 말티즈 종의 귀여운 삼순이는
완전히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 노는 것을 보면
꼭 한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방안에서 기를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 딱 한번 기르다 병들어 죽은 후 부터는 가슴이 아파 다시는
개를 기르지 않게 되었다.
달랑 혼자 사는 아파트에 장시간 또는 여행 등으로 며칠 동안 집을 비울 때
강아지를 혼자 놔둬야 하는 비정함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도 선뜻 개를 기르지 못한다.
삼순이는 한 마디로 말해서 사람으로 치면 착한 아이이다.
말도 잘 듣고 아주 순하여 전혀 개 같지가 않다.
다만 환경이 바뀌니 배설 장소가 일정하지가 않아 문제이다.
아이들은 거의 삼순이를 끌어안고 다닌다.
잠 잘 때도 개를 서로 안고 자겠다고 저희들끼리 싸우곤 한다.
저희들이 먹는 과자나 간식, 음식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
나는 이런 상태를 고치기 위하여 군기반장이 되기로 자임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강아지에 대한 4가지의 원칙을 지키도록 했다.
1.절대로 사료 외에는 먹이를 주지 말 것.
2.잘 때는 반듯이 제 집에서 자도록 할 것.
3.대, 소변은 꼭 화장실 바닥에서 보게 할 것.
4.반드시 매일 1시간 이상씩 산책을 시킬 것.
나는 삼순이의 군기반장이 되어 배설을 아무 곳에서 하거나
아이들과 이불 속에서 잠을 자려 할 때는 엄하게 꾸짖곤 했다.
그랬더니 이놈이 슬슬 내 눈치를 보며 자꾸만 피하곤 했다.
왜 그리 슬픈 눈으로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지...
슬픈 듯 촉촉한 그놈 눈을 보면 꾸짖다가도 금방 안아 주게 된다.
가족 중에서 나만 엄하게 구니 어떤 때는 겁도 없이 짖기도 하고
으르렁 거리기도 한다.
나는 이런 삼순이를 내편으로 만들기 위하여 작전을 바꾸었다.
군기반장 노릇을 엄마 노릇으로 작전을 바꾼 것이다.
1.반드시 먹이는 내가 준다.
2.목욕도 내가 시킨다.
3.산책을 할 때는 꼭 함께 따라 간다.
4.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등, 말을 잘 들으면 몇 번이고 칭찬을 해주면서 간식을 준다.
5.인형 등으로 함께 놀아준다.
지금 삼순이는 내 편이 되어 있다.
말도 잘 듣고 화장실에서 용변도 볼줄 안다.
내가 이 집에서 주인임을 알고 꼬리치며 아양까지 떤다.
내가 외출 후 들어오면 아이들은 TV만 보며 인사도 없는데
삼순이는 제일 먼저 꼬리치며 나를 반겨 준다.
강아지 길들이기 요령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듯 하다.
말 잘 안 듣는 다고 엄하게 다스리려 하지 말고 사랑으로 대해 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놈과 며칠 후면 헤어진다.
서울 아이들 집으로 함께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맡아 기를까, 말까 고심 중이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과 나와 함께 사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삼순이를 위하는 길인지 고심되기 때문이다.
내가 기른다고 결심할 때는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뒤 따라야 할 것이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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