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26(토)
그래도 민들레는 핀다.
꽃샘추위가 며칠 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봄은 왔는데 바람이 너무 차다.
북쪽 지방에서는 눈까지 내렸다는 소식이다.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세상 돌아감도 어수선 하니
사람들의 마음 또한 왠지 불편해 보인다.
동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방사능 공포가 세상을 뒤숭숭하게 하고 있는데
이제는 리비아가 서방의 다국적군에 의해 화염에 싸여 있다.
리비아의 민주화를 외치며 일어났던 자국민들을 무차별 진압했던
카다피의 오만을 응징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어딘지 개운치가 않고, 강대국들의 첨단무기들이 난무하는
장면을 연일 들여다보고 있으니 인간들의 욕망이 얼마나 무모한
짓들인지 새삼 일깨워지기도 한다.
어떤 종교 지도자는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 재앙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신의 경고라고도 하고,
어떤 학자는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징조라고 한다.
또 어떤 지질학 교수는 백두산 화산이 근년에 폭발하여 지구의
대재앙이 곧 불어 닥칠 것이라고 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들의 온갖 작태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계절의 순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진, 폭풍, 쓰나미 같은 자연재앙들도 어쩌면 심오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생각 든다.
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도심에도 봄은 올 것이다.
그리고 봄꽃을 피울 것이다.
마을 뒷동산에 오른다.
어느새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차디찬 겨울의 잔상들을
밀어 내고 있다.
꽃샘추위와 바람이 아무리 쌔다고 하지만
그래도 민들레는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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