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내가본國寶문화재

▶국보 97호, 청자음각연화당초문매병

migiroo 2011. 1. 30. 17:08

 

■ 내가 보고 느낀 국보급 문화재(21)
 
▶국보 제97호, 고려청자
 
●청자음각연화당초문매병(연꽃무늬매병) 
  -소재지 : 국립중앙박물관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
구차한 설명도 필요 없다.
그냥 곁에서 바라만 보고 있으면 된다.
그 앞에만 서면 가슴이 벌렁벌렁 설레인다. 


어쩌면 저럴 수가 있는지....
어쩌면 저런 자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신이 있다면 분명히 그의 작품일 것이다.


이 세상 어는 여인의 자태가 그의 아름다움에 비하겠는가?
눈에 보이는 모양도, 눈에 비치는 색감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기품에서 압도당하고 매혹 당한다.


우아함, 기품, 유려함, 풍만함, 매혹적인, 은은함.....
어떠한 아름다움에 대한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한 낱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그냥 “좋다. 좋다.” 이 말 한마디면 족하다.


희디 흰 달항아리를 보고 넋을 잃었었는데....
그의 청아한 자태에 또 다시 정신이 몽롱해 진다.


그의 이름 ‘청자음각연화당초문매병’.....
그냥 ‘연꽃넝쿨무늬매병’이라 부른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조각, 공예관.....
그날 내 마음 속엔 어떤 이별이라는 슬픔에 빠져 있었는데
그를 대하고부터는 슬픔은 사라지고 깊은 적요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가버렸다. 

 

 

 

 

작은 주둥이 부분을 내려온 선은 어깨에서부터 갑자기 벌어지기 시작하여

급자기 풍만해 진 유려한 곡선은 마치 성숙한 여인의 나신처럼
어께를 흘러내려 서슴없이 아래로 쭉 뻗어 내려간다.


몸체에는 문신을 한 것처럼 굵은 선으로 음각된 연화당초문이 장식되어 있고,
유색은 형용할 수 없는 비색을 발산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런 색을 ‘담녹청색(淡綠靑色)’이라 부른다는데 나로서는

그저 신이 만들어낸 비색으로만 비칠 뿐이다.

 
누가 이런 유일무이한 작품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고려시대 때에 만들어 진 이라고 추정할 뿐이라는데....
이런 항아리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져 있었을까?
달고 달은 청주일까?
아니면 수정 같은 옥수일까?
아무래도 만병통치 효험 있는 약수 같은 것이 들어 있었을 듯싶다.


한 모금 따라 마시면 혼미한 정신이 맑아지고,
두 모금 따라 마시면 몸 안의 온갖 속진이 말끔히 씻겨 내리고,
세 모금 마시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신선이 됐음이다.


그러나 지금은 물도, 약수도, 청주도 없는 텅 빈 항아리일 뿐....
그저 견고한 유리방에 갇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니 아름다움은 곧 자유가 아닌 구속인 듯 싶다.


 

※문화재 자료(*문화재청)

 

청자음각연화당초문매병(靑磁陰刻蓮花唐草文梅甁)

  -국보 제97호(연꽃 넝쿨무늬 매병)
  -소 재 지 :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시대 만들어진 청자매병으로, 높이 43.9㎝, 아가리지름 7.2㎝, 밑지름 15.8㎝이다. 원래 매병의 양식은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는데, 고려 초기에 전래된 이후 곡선이나 양감에서 중국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여 고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창조하게 되었다. 이 매병은 작고 야트막하나 야무진 아가리와 풍만한 어깨와 몸통, 잘록한 허리, 그리고 아래부분이 밖으로 약간 벌어진 곡선에서 전형적인 고려자기 임을 알 수 있다. 아가리는 일반적인 매병 양식으로 각이 져 있으며 약간 밖으로 벌어졌다. 몸통에는 연꽃덩굴 무늬가 전면에 힘차고 큼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맑고 투명한 담록의 회청색 청자유가 전면에 고르게 씌워져 있으며, 표면에 그물 모양의 빙렬(氷裂)이 있다. 유약의 느낌이나 작품의 모양새를 보면 전라남도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가마에서 구워 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12세기 고려 순청자 전성기의 작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