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위(包圍)...
[천년 고탑과 러브호텔]
여기가 어디인줄 아십니까?
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에 있는
간월사지(肝月寺址) 삼층석탑입니다.
그런데 이 절터와 석탑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속칭
러브호텔에 완전히 포위 당해 있습니다.
러브호텔은 육신의 쾌락을 추구하는 곳이고,
천년 고탑은 아직도 살아있는 서방정토 입니다.
낯과 밤이 없습니다.
민망스러워 어쩔 줄을 모릅니다.
밤낯 없이 쾌락의 신음 소리가 들리기 때문입니다.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탑 안에 계신 여래(如來)께서도 그 소리를 듣고 계실 것입니다.
간월사는 8세기 신라 선덕여왕(636) 때 고승 자장 스님이
창건한 아주 큰 대찰 이었습니다.
절은 임진왜란 때 왜병에 의하여 완전 페사 되었고 지금은
금당터(金堂址)의 주춧돌과 석조여래좌상 그리고 쌍탑 형식의
삼층석탑만이 남아 비운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1988년경 어느 날 이였습니다.
지축을 흔드는 굉음을 일으키며 이 간월사지 등억리 일대에 수 십대의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들이 닥쳤습니다.
그리고는 이들은 무자비하게도 간월사지 주변을 깡그리 깔아뭉개
온천관광지를 개발 했습니다.
그리고 십 수 년이 흐른 지금 온천물은 바닥이 났지만 이 일대는
울산의 자랑스런(?) 러브호텔 촌으로 번성하여 탐욕의 장으로 변해
밤낮 없이 쾌락의 향연을 벌리고 있습니다.
간월사지와 삼층석탑은 완전히 러브호텔 촌에 포위되고 말았습니다.
보기조차 민망스러운 이런 모습은 차라리 석탑을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싶어 집니다.
그러나 그러기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주체하지 못하고 가금만 쓸어 낼뿐입니다.
"여래의 천년 숨결 느껴보려
간월사지 올라보니
절은 간데 없고 러브호텔만 즐비하다.
어이! 탐욕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불쌍한 중생들아!
여기가 바로 불국의 정토인줄
왜 들 모르는가."
>글-未知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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