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 이야기(어느 선인장)~
▷2011.9.18
요상하게 생긴 어느 선인장 꽃
한 3,4년 전쯤인가?
남도 여행 중 밥 먹으러 어느 식당에 들어갔었는데
식당 테이블에 작은 선인장 화분이 하나 눈에 띄었다.
그런데 손가락만한 작은 선인장에 아주 희귀한 꽃이 피어있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선인장 이름을 물으니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식당을 나오면서 선인장 한 뿌리를 얻을 수 없냐고 하니
선뜩 아주머니가 선인장 한 줄기를 잘라 주었다.
크기는 불과 새끼손가락만 하고, 사각뿔 모양의 가지의 네 모서리에
잔가시가 아래로 촘촘히 박혀 있었다.
나는 그 선인장을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배낭 작은 주머니데 넣고는
며칠 후에 집에 돌아 왔는데 또 다시 며칠이 지날 때까지 선인장을
깜박 잊고 있었다.
열흘쯤 지난 다음 번뜩 선인장 생각이 나서 배낭 주머니에 있는
선인장을 찾아 꺼내 보니 거의 초죽음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종잇장처럼 바싹 말라 전혀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 버릴까 하다가 선인장을 선뜻 잘라준 고마운 그 식당 아주머니
생각이 나서 혹시나 살지 않을까하고 선인장을 화분에 심었다.
그런데 무려 한 달이 지난 다음 아주 서서히 기적처럼 선인장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나 감동스럽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느끼며
기적 같이 살아난 그 선인장을 그 후 애지중지 돌보아 주었다.
햇볕도 잘 쏘여주고 통풍이 잘 되도록 바람이 있는 창가에 두고,
겨울철에는 방안에 드려 춥지 않게 보살펴 주었다.
그 후 몇 해가 지났다.
선인장은 여러 개로 식구를 늘렸다.
그런데 결코 15cm이상, 키가 크지 않았다.
더욱이 처음 분양해 왔던 모태 선인장은 자식들을 여럿 번식시키고는
자신은 미련 없이 세상을 뜨고 말았다.
며칠 전 기적처럼 그 선인장이 이상하게 생긴 꽃망울 한나를 맺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 다음 딱 한 송이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러나 꽃은 결코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색깔도 우중중층하게 생겨 어딘지 애수에 젖은 듯한 모습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에서 요상하고 못 생긴 꽃이었다.
그러나 그 못생김(?)에 얽힌 나의 선인장 이야기 사연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찡~ 할 만큼 이 한 송이 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나는 아직도 이 선인장 이름을 모른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찾아 봤지만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아무래도 선인장 화원에 들고 가서 이름을 알아 봐야 할듯하다.
그러나 이름을 모른들 어떠하랴.
마치 나를 위하여 그 모진 고통을 견뎌내고
드디어 찬란한 한 송이 꽃을 핀 것처럼
이 꽃이 나에게 분명히 행운과 행복을
안겨 줄 것 같다.
오늘 복권 한 장 살까?
추기 : 선인장 이름이 '서우각' 이라는 것을
아래 댓글을 다신 쮠이맘 님이 가르쳐 주었다.
>미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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