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5
우리 어머니...
(-어머니 기일에...)
▲1968년 해군 소위 -해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은 딱 이 한장의 사진 뿐입니다.
엄마와 사진 한장도 함께 찍은 것이 별로 없으니 더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이제는 잃어버린 고향 대전으로 향합니다.
내일이 어머니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맑지만 어느새 가을이 가면서 겨울의 차가움이 느껴집니다.
어머니 돌아가신지 너무 오래되어 정확히 얼마나 됐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내 30대 초반 한창 젊은 시절에 돌아 가셨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첫 아이를 출산하기 전 이었으니 1973년도 쯤 되는 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돌아가신지 벌써 38년이나 지난 듯 합니다.
나이 58세, 너무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너무나 원통하고 애통합니다.
어머니는 5,60년대 경제적으로 국가나 개인이나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어린 동생들을 낳으시고 지독히 가난한 가운데 자식들을 길렀습니다.
몰락한 양반 가문, 아버지는 날마다 갓 쓰고 먹 갈아 글이나 쓰시고
동네 사랑방에 나가시어 시조만 읊으시며 유유자적 사신 분입니다.
도무지 삼시 세끼 끼니 걱정 같은 것은 하시지도 않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분이셨습니다.
그러니 어머니이가 밖에 나가 일을 하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루 밥은커녕 보리죽도 제대로 먹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어머니는 자식들을 무려 6남 2녀를 낳아 기르셨으니 그 고생 아마도
하늘에 닿았을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꽃다운 열아홉 살에 몰락한 선비 집 외아들의 재취(再娶)로 시집 오셨습니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 대신 자식들 양육을 모두 떠 안으셨으니 하루하루 먹고 살기조차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어머니의 고생은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당신은 먹지 못해도 자식들을 위해서 라면 무엇이든지 돈 대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시장바닥에 나가 일을 하셨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어머니는 유달리 옷을 잘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동네 삵 바느질은 도맡아 하시면서 그것도 모자라 산에 나무도 해다 파시고,
채소 장사도 하시였습니다. 이런 고생을 하시면서 8남매를 기르셨으니 아마도 일찍이
돌아가신 것이 그 고생의 후유증일 것이 분명합니다.
60년대 장성한 형님 둘은 군대에 가 있었고, 셋째 형은 가출하여 행방이 묘연한지
수년이 지난 상태였고, 나도 18세 새파란 나이에 자원하여 군에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어머니가 쓰러지신 것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 후의 일입니다.
병원에서 어머니의 사인은 치명적인 간경화증이라 했습니다.
바로 집 나가 있는 자식들과 집에 있는 어린 자식들 때문에 얻은 가슴의 병 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날마다 가슴이 답답하시다 하시면서 늘 습관처럼 가슴을 치곤 하셨습니다.
그러나 자식들 어느 누구도 그런 어머니의 가슴앓이를 관심 있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가슴의 병이 도져 쓰러지시고 병원에 가서야 비로소 어머니의 병환이
돌이킬 수 없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식들은 정신을 차렸지만
모두 소용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고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의사도 손을 놓고 그냥 퇴원하여 편안히 남은 삶을 지켜 드리라 했습니다.
어머니의 병은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 됐던 것입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자리에 누우신지 반년 만에 그 한 많은 눈을 감으셨습니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집 나간 자식들을 걱정 하셨습니다.
그나마도 난 어머니의 임종도 못 지켜 본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내가 해군 대위 때 이었습니다.
해군으로서는 최전방 격인 남해의 어느 절해고도에 위치한
해군부대에 복무할 때 어머니가 돌아 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 돌아가신 3일 후에야 겨우 사령부의 명령을 받고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장지에서 하얀 수의에 꽁꽁 묶여 땅 속에 묻힐 때에야
나는 어머니와 상봉을 하고 영원한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 이었습니다.
나는 어머님의 임종 마져 지켜보지 못한 천하의 불효자 입니다.
그런 어머니, 우리 어머니 기일이 내일 밤입니다.
이제는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고향 대전, 작은 산모퉁이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곳에 따로따로 묻혀 계십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옵니다.
그 차가운 땅 속에 묻혀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어머니 기일에 붙여~
가슴 응어리 도져 끝내 눈 감으시고,
자식 걱정 한(恨) 서려 끝내 숨 거두시니
세상 등지신 나이 겨우 오십 젊은 나이.
그 한 얼마나 크셨으면 눈을 감지 못하시고
당신 새끼들 바라보셨나.
6남 2녀.
주렁주렁 새끼들 잘도 낳으시더니
시도 때도 없이 먹을 것 달라 울며 보채는
새끼들 먹여 기른다고 얼마나 고생 하셨나.
하루 종일 거친 시장바닥에 나가시어
이것도 팔고 저것도 팔아
억척같은 손으로 한 푼, 두 푼 벌어서
삼시 세끼 굶기지 않고 자식들 먹여 가며
교육 시키신다고 얼마나 고생 하셨나.
그 곱던 얼굴 화장 한번 안 하시고,
그 여린 손, 발 다 달으셨는데...
이제 자식들 다 키워 놓고도
호강한번 못하시고
이 풍진 세상 뜨셨으니
이 애통함을 어이하리. 어이하리~~~
엄마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어머님 은혜 알았으나 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그리운 우리 어머니....
이 불효막심 자식들 어찌 하리까.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어머님 은혜 - 경음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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