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思惟의 방

사색의 창(1)

migiroo 2012. 9. 5. 14:08

 

 >2012.9.4

 

사색의 창(1)

 

오늘은 재수 좋게도 버스에 타자마자 자리에 앉았다.
다음 환승까지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생겼다.
차창가로 보이는 아침 하늘을 상쾌한 기분으로 바라보다가
가방을 열고 책을 꺼내 읽는다.

 

한상복의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이다.

 

지난 봄에 산 책을 아직도 다 읽지 못하고 뭉개고 있다.
정독을 하는 독서 습관과 한 책을 한번에 완독하지 않고 이 책 저책을
돌아보며 다독을 하는 나의 독서습관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내용이 나오면 몇 번이고 다시 읽는 다든가 메모를
해 두는 독서 습관 때문에 한권의 책을 완독하는데 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
이제 책의 종반부에 이르렀으니 오늘은 끝을 낼 수 있을 듯 싶다.
 
책의 종반부에 다다르니 이렇게 쓰여 있다.
삶이 6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어느 항암 치료 중인 여인의 이야기 이다.

 

남편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자신의 남편에 대한 생각, 툭하면 남편과 다투고 의견 충돌로 산 자신의 삶, 남편과 싸울 때마다 늘 승자는 자신이었고 남편은 패자(?)였던 점, 언제나 남편의 주장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주장대로 남편이 따라 주기만을 고집했던 자신, 늘 남편이 아내인 자신을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기만을 바랐던 자신의 이기적인 행위.... 그런 자신을 돌아보며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사랑은 같은 곳을 향하여 함께 가는 것이 아니며 각자의 길을 가다가 만나서 쉬고,
또 각자의 길을 가는 거.... 그래서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해하고
노력하는 상대가 바로 지기(知己,사랑하는)가 아닌가.“

 

여기까지 책을 읽고는 나는 책 속의 병상에 누워 있는 그녀를 생각해 본다.
과연 그녀 말대로 사랑은 그런 것일까?
‘만나고 쉬고 하는 것‘ 에는 동의 하지만....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는 것’ 에는 선 듯 동의나 공감이 가질 않는다.

 

 

 

 

‘사랑(부부)은 같은 방향을 함께 손잡고 가는 것.’ 이라는 고정관념에 박혀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사랑은 각자 다른 길을 가다가 만나고 쉬는 것‘ 이라니
어쩜 엉뚱한 말 같이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부부라 해도....
인생은 각자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
어쩌면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말한 그녀의 이야기가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자기성찰과 용서와 이해가 바로 사랑이라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갈아탄다.
교통 카드를 단말기에 대자 ‘환승 입니다.’ 하고 상냥한 여자 목소리 가 들린다.
그러나 어쩐지 그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는 듯하다.
누가 그런다.
버스 안내 방송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고 컴퓨터로 만든 음성이라고...
정말 그럴까?
그럴 것이라고 믿자니 왠지 마음이 허전해 진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는다.
하늘에 구름이 점점 많아진다.
또 비가 오려나...?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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