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그 작은 행복..."
재작년인가 화원에서 수련(睡蓮) 한 뿌리를 사왔다.
그 것을 진흙이 담긴 작은 그릇에 심어서
물을 가득히 채운 옹기 속에 넣고 햇볕이 잘 드는 아파트 베란다에 내 놓았다.
그런데 3년째가 됐는데도 꽃은 안 피고 잎만 계속 피었다.
환경이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꽃 보기를 포기 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옹기 속 수련을 보니 가느다란 꽃대 위에
하얀 꽃 봉오리 하나가 물 위로 살짝 고개를 쳐들고 있지 않은가.
나는 환호를 지르고 손 벽을 치며 그 작은 수련 꽃을 보려고
수 없이 베란다를 들락거렸다.
그리고 이 작은 수련 꽃 한 송이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듯 행복하게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니
행복이란 대단하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도 행복이 있고,
바로 내 주변에 얼마든지 행복이 있음을 발견했다.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 들었다.
바로 내 가까운 곳에 있을 것만 같고...
이젠 사랑을 하기엔 너무 늙어버린 나...
그런 내가 또 불쌍하고 츠근하다.
잃어버린 나의 사랑...
지금 그녀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에 그녀를 그리워 했던가...
모든 것은 허무하고 허망함이 아니라...
그래도 이렇게 작은 수련을 보면서
그녀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오늘 나는 너무나 오랜만에 작은 행복감을 맛보았다.
그녀를 닮은 수련 꽃도 보고...
그녀의 맑은 웃음도 보고...
아무튼 비 내리던 오늘은 기분이 참 좋은 날이었다.
>글:미지로(2007.8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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