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16
외손녀와 스마트폰
지난 주말 중2 외손녀가 여름방학 중에 외갓집에 머물다 서울 제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외손녀는 열흘 남짓 머무는 동안 가족들과 대화는 물론 공부하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놈의 ‘스마트폰’ 때문이다.
손녀는 이어폰을 귀에 끼고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지냈다.
집에서는 물론, 외출할 때도, 심지어는 밥 먹을 때도,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양손 엄지 손가락으로 카톡(카카오톡)의 문자를 찍는데
그 실력은 바로 달인(達人)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손녀를 꾸짖고 야단을 쳐 보지만 소용없었다.
그런 손녀가 외할아버지는 서운하기 짝이 없었다.
딸애의 첫 아이인 손녀는 어릴 때부터 외갓집 식구들로부터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 하며 자랐다.
맞벌이 부부인 딸애는 제 딸아이를 대부분 외할머니에게 맡겨 양육 시켰다.
겨울, 여름방학 때를 비롯하여 학교에 가지 않는 때는
손녀는 대부분 외갓집에 와서 지냈다.
그렇게 외할아버지의 손녀에 대한 사랑은 각별함을 넘을 정도였다.
하루에도 할아버지 와 손녀의 시외 전화 통화도 수차레나 오고 갔다.
그런데 그런 외손녀가 요즈음 태도가 180도 확 달라졌다.
전화도 없고 소식이 딱 끊겨 버렸다.
바로 그 놈의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빠져 할아버지와의 전화 따윈 안중에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도, 전철을 타도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젊은이들
열이면 8,9명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노약자 인지, 임산부인지 알 수도 없어
자리 양보 같은 정신은 아예 실종 되어버렸다.
길을 걸을 때도 스마트폰을 보고 다니고 심지어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폰을 보고 건넌다.
그 바람에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헤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PC방게임에 중독된 우리 청소년들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차에
이에 더하여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너도 나도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 된다.
국내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50%선을 넘어섰다고 한다.
보급대수로는 2,50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한다.
국민 2명중 1명이 스마트폰 마니아인 셈이다.
지금 나 자신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아무 일 없이 수년 동안 잘 사용하던 터치 폰을 효성 지극한(?)
아들애가 다짜고짜로 스마트폰으로 바꿔 준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스마트폰의 기능성과 활용성에도 불구하고
백수 노인이 별로 사용할 일이 없다보니 공연히 통신료만 전보다
두 배, 세배 더 내게 되어 통신사만 배불려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다시 터치폰으로 환원하려 해도 이놈의 비싼 스마트폰을
처치 할 방법을 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 중에 있다.
지금 중2 외손녀...,
중3을 코앞에 두고 있는 15살 외손녀는 지금 막 초경을 맞았다.
사춘기 초입에 들어간 손녀가 공부도 팽개치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으니
이런 난감한 문제가 어찌 우리 아이뿐이겠는가?
“손아, 나 외할아버지인데....”
“할아버지 나 지금 바빠, 조금 있다가 내가 전화 할게....”
그러나 기다려 봐도 손녀의 전화는 없다.
분명히 폰팅(스마트폰 사용)을 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손녀는 이제 내 친구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그 아이의 친구가 돼 버렸다.
‘비러머글 스마트폰....‘
인간의 이기(利器), 첨단 과학문명은...
이렇게 인간관계를 단절시켜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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