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일상에서의 想念

U턴~

migiroo 2012. 8. 17. 01:02

>2012.8.14


U턴~

 

 


간단히 배낭을 꾸린다.
그리고 잠시 길을 떠나고자 집을 나선다.
무작정 걷기로 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얼마만큼 걸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다.
어디로 갈까?
목적지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길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 많은 길은 모두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우선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얼마를 걸었을까.
후드득~ 빗방울이 보이더니 이내 폭우로 변한다.
아뿔싸, 우산도 챙기지 않았다.
하필이면 주변에 비를 피할 곳이 전혀 없다.
뛴다.
그러나 뛰어 봤자 소용없다.
절망이다.
뜀을 멈추고 포기하기로 한다.
빗물이 점점 반바지 차림의 옷을 점령해 간다.
아랫도리 속옷까지 축축해 지기 시작한다.
어릴적 속옷에 오줌 싼 기억이 떠오른다.
빗물은 이미 운동화 속까지 침투한 상태다.
최악의 상태이다.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배낭속의 카메라와 호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걱정된다.
고가의 카메라에 빗물이 들어가면 큰일인데....


결국 U턴이다.
고작 7-8km정도를 걷고는 걷기를 포기하기로 한다.
여벌의 옷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카메라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변명치곤 치졸하다.


버스가 왔다.
버스에 오르니 모두들 물에 빠진 늙은 쥐 보듯
온통 젖은 내 모습을 처다 본다.
버스는 내가 걸어 왔던 길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이렇게 때로는 U턴이 필요하다.
잘못됨을 다시 돌려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U턴을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인생이다.
인생은 그저 앞으로 가는 직진뿐이다.
그리고 그 직진 끝에 도달하면
다시는 돌아설 수 없는 원점이 된다.


오늘은 U턴했지만....
다시 걸을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도 아니고
제주도 올레 길도 아니지만 
나는 내일 떠날 것이다.


집에 오니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인다.
누구 약 올리나....
비러머글....


여전히 친구로부터의 소식은 두절이다.
긴~ 기다림이 시작 될듯하다.
불안하다.
희망 없는 기다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유통기한 지난 컵라면 하나 먹고
잔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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