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iro Gallery/숲,꽃 이야기~

이질풀 이야기~

migiroo 2012. 10. 7. 10:13

이질풀 이야기~

 

 

 

 

경주 월성의 숲길을 걷는다.
월성(반월성)은 천년 신라의 왕궁이 있었던 곳이다.
토성으로 되어 있는 성곽은 다 허물어져 그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고,
성곽 주위는 울창한 노송들과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만 성 안쪽은
축구장처럼 텅 비어 잡초만 무성하다.

 

 

 


천 년간이나 존재 했던‘신라‘라는 나라...
그런데 그 왕조가 있었던 왕궁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고려가 신라를 병합한 후 천년 역사의 두려운 흔적을 철저히
지워 버렸는지도 모른다.

 

 

 


숲길 여기저기 가을 야생화들이 다투어 피고 있다.
꿀풀, 망초, 구절초, 맥문동, 벌개취미, 이질풀 등.... 
이 중 ‘이질풀’이 너무나 예쁘다.

 

 

 

 

이 예쁜 꽃을 왜 그런 질병이름을 붙였을까?
이질은 5,60년 이전 대에 유행했던 흔한 질병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왜 하필 이질 인가?”
앙증맞고 깜찍하게 예쁜 꽃인데 말이다.

 

 

 

 

빨강 꽃잎이 다섯 개, 두 송이가 한 짝을 이루어 나란히 피어 있다.

야생화에 무지한 나로서는 그저 꽃이 예쁘다는 것 밖에 모른다.
나의 꽃 친구에게 ‘이질풀’에 대하여 알아보니 너무도 재미있다.
꽃에서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신비롭다.
 

 

그리고 옛날 이 꽃을 이질 병을 고치는데 약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백성들이 이 풀을 다른 풀과 쉽게 구별하여 채취할 수 있도록 예쁜
이름 대신 질병 이름 그대로‘이질풀’이라 지었다고 한다.
예쁘다는 감성적 이름을 버리고 실용적인 기능을 중요시한 조상들의
깊은 안목과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질풀은 한 꽃대에서 두 송이 꽃이 피는데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꼭 붙어 있다.
그리고 먼저 한 송이가 개화한 다음 다른 꽃이 뒤 이어 개화하고,
또 한 송이가 열매를 맺으면 뒤이어 다른 한 송이 꽃이 서서히 열매(씨앗)를 맺는다.


이질풀은 꽃도 아름답지만 더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은 꽃이 피고 진 다음
씨앗을 맺는 과정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신비하다.

 
이상의 이야기는 내가 관찰한 내용을 전문성 없이 옮긴 이야기 이고
보다 전문적인 설명을 풀어 옮기면 이렇다.

 

 

 

 

 
이질풀은 이름 그대로 약용식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풀(꽃)들은 약효가 있지만 
이질풀은 그 가운데서도 특출한 약효를 가지고 있다.

 
이질풀의 종류에는 선이질풀, 흰꽃이질풀, 둥근이질풀 등 10여종이 넘는다.
꽃의 색깔은 대부분 붉은색 계통이지만 간혹 흰색의 꽃을 피우는 것도 있다.

 

 

 


이질풀은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들판이나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줄기는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거나 기어가듯이 뻗고 식물체 전체에 털이 많다.
잎은 3~5개로 갈라지는데 동물의 발바닥처럼 생겼다.

꽃은 8월쯤이면 피기 시작해서 지역에 따라 10월까지도 볼 수 있다.
잎겨드랑이에서 큰 꽃자루가 나오고 다시 갈라져 2개의 작은 꽃자루가 만들어지면서
그 끝에 꽃이 달린다. 

 

 

 

 

이질풀은 그 꽃도 아름답지만 씨앗을 맺는 과정이 더욱 신비하다.
10월에 익는 열매는 5개의 꼬투리로 갈라져 주머니에 5개에 씨앗이 들어 있다.
하늘로 향해 곧게 서는 꼬투리는 새의 부리를 닮아 보이기도 하고 나란히 서있는
촛대를 닮기도 했다. 
그리고 꼬투리에는 씨앗이 들어있지 않고 바로 아래 조그만 주머니가 있는데
바로 그 곳에 씨앗이 들어있다.
마지막으로 열매가 익으면 바로 땅 밑으로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고
꼬투리가 벌어지면서 위로 말려 올라가다 용수철을 튕겨내듯 주머니 속의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낸다.

 

 

 


이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작은 풀꽃에 이러한 신비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니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리고 자연은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생태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식물의 세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우주 만큼이나 깊고 신비하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들판의 이름 모를 하찮은 풀 한 포기에서도
인간보다도 더 경이롭고 놀라운 면이 있음을 깨닫는다.


*위의 사진 중 씨앗 맺는 과정이 담긴 사진 일부는
내가 찍을 수가 없어 인터넷에서 캡처 해 온 것들임을 밝혀 둔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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