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4대강의 눈물

강의 기억

migiroo 2013. 2. 22. 22:32

 

 >상주 경천대에 올라...

 

江~

 

 

 

 

 

오늘 상주 경천대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본다.
그러나 강물은 흐름을 멈추고 있다.
강은 시간이 정지된 듯 침묵에 잠겨 거대한 호수가 되어있다.
입춘이 지난 지 한 달여가 되었지만 강물은 아직도 얼어붙은 동토의 강이다.
그 강에 그 흔한 겨울 철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강, 강~


그 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본다.
나에게도 강에 대한 잊혀 지지 않는 어린 시절 추억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두려움의 기억들이다.

어쩌다 장마철에 강가에 가면 그 노도 같이 흐르는 강의 모습은 바로 공포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것 같은 강물의 기세와 우렁찬 물소리만 들어도 강에 대한 경외심은 두려운 공포감으로 이어졌다.

 
한 여름 동무들과 강가에 가곤 했지만 감히 발조차 담그지 못했다. 길게 누어있는 모래밭에서 공을 차거나 씨름을 하며 놀던 어린 시절 기억들이 강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어머니는 늘 강가에 나가지 말라고 나에게 꾸짖으시면 서도 걸핏 하면 강가에 나가시어 집 나간(군대) 형들의 안위를 위하여 강에 빌곤 하셨다.

 

 


이런 강에 대한 나의 과거 기억 중에는 결코 잊혀 지지 않는 몇 개의 두려운 기억들이 있다. 바로 죽음에 대한 기억들이다. 어릴 적 또래 친구 한 명이 강에서 놀다 죽은 기억이 그것이고, 나의 어머니나 다름 없었던 이모님이 젊어 돌아가시자 그 분골을 강에 뿌리며 울던 기억, 그리고 또 큰 형님이 어느 여름 날 강에서 헤엄치다 익사한 사고가 발생한 기억이다. 이런 죽음에 대한 아픈 기억들이 나의 강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더 가중 시켰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 강을 떠나온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강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도 여전히 내 가슴속에 깊이 각인 되어 있다.


강은 결코 인간들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신의 영역이고, 강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식물 등 자연 생태계가 함께 공유하는 영역이라는 관념이 강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자연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라 여기고 있고, 신(자연)에 대한 역모라고 생각하게 됐다. 강과 산의 존재는 정복이나 도전의 대상이 아니라 순응의 대상이여야 하고, 경외의 존재로 받들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제 4대강을 살린다는 명분아래 4대강을 처참하게 파헤쳐 망가트린 주역들은 물러나지만 그와 그를 추종하는 특정세력들이 4대강을 어떻게 유린하고 능욕했는지 또 다른 현장을 오늘 나는 바라보며 이제 다시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가 이끌어 갈 박근혜 정부가 내일 모래면 들어선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MB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어떤지 지난 시간 그녀는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4대강 주범(?)들과 함께 했거나 방관했던 세력들이 정권을 이어 받았으니 4대강의 원상회복은 더 어려워 질듯 하여 착잡한 심정과 아픈 마음이 가슴을 여미게 한다. 
 
그렇지만 강은 그대로 있지 않을 것이다.
강의 분노, 강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인간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강은 곧 대답을 할 것이다.

 
오늘은 상주를 지나는 낙동강 상류에 왔다.
상주 경천대에 올라 강 상류와 하류에 가득 담겨 있는 강물을 바라본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 상주보, 낙단보가 하류 쪽에서 강의 흐름을 막고 있다.
강물은 거대한 보에 막혀 그 흐름을 멈추고 강의 역사까지 멈추게 했다.

 
경천대 앞 강가 은모래 사장은 깡그리 물속에 잠겼고.
강바닥을 긁어 퍼 올린 모래들이 산더미처럼 아직도 강가에 쌓여 있다.

 

 


경천대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멀리 상주보가 보인다.
강물은 흐름을 멈추고 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다.
흐르지 않는 강은 이제 더 이상 강이 아니다.
고여있으니 여름에는 녹조현상으로 오염 될 것이고, 겨울철에는
꽁꽁 얼어붙어 철새들조차 찾을 수 없는 불모의 강이 될 것이다.

 

 


꽁꽁 얼어있는 강가, 나목이 된 나무들이 차디찬 얼음 속에 몸을 맡기고 있다. 보가 생기기 전에는 필시 슾지의 나무였을 것이나 강물이 차오르자 수생식물이 되버린 것일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겨울 철새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경천대에서 상주보가 있는 강 하류 쪽으로 내려 가다보면 강 가운데에 ‘경천섬’이 나타난다. 섬은 육지와 하얀 아취형 다리로 이어져 있고 섬 안은 잔디밭이 조성되고 아기자기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어인일인지 일요일인데도 단 한 사람도 산책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사람만을 위한 공원이다.
필시 인공섬 인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상주보가 생기 전에는 사람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자연 습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고, 작은 물고기들이나 동물과 곤충들이 사는 습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포크레인이 투입되고, 불도저가 들어가 숲과 나무를 깡그리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잔디를 심어 공원으로 조성했으니 이는 오로지 사람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가.
욕심 부리지 말고 자연에 조금 양보하여 습지 그대로 놔뒀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제는 사람도 새들도 물고기도 없는 인공섬이 되버렸지 않은가.

 

 


상주보가 눈앞에 보인다. 강물은 상주보를 넘어 더 하류 쪽 낙단보까지 물이 차 올라와 있다. 도대체 이 많은 물을 가두어 어떻게 퍼 올려 어디에 사용하려 한 것일까?
MTB 자전거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상주보에 이르렀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 상주보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수문은 미관을 고려한 미려한 디자인으로 조형화했다고 하나 아무리 봐도 미려한 감성을 일어나지 않으니 나의 삐뚤어진 사고 때문인지 내 눈에는 수문의 지붕이 이상하게 생긴 거대한 골리앗 머리같이 보인다.

 


 

 

수문에 갇힌 물이 갈 길을 잃고 돌더니 이내 수문을 넘어 급하게 폭포를 이루며 하류 쪽을 낙하여 흘러간다. 그러나 조금 가면 다시 낙단보라는 수문에 막혀 버릴 것이다.

 

 

 


모래밭 강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멘트 불럭 방호책이 깔끔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상주보에서 생산하는 수력 발전량이 3,000Kw이고, 년 간 발전 생산량이 15,345mwh 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금년 초 정부의 감사원에서 4대강 16개의 보에 대한 감사결과 14개의 보가 모두 부실 시공됐다는 감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 됐는데 상주보는 안전 한 것인지 걱정이 된다. 만약에 보에 균열이 생겨 붕괴되기라도 한다면 대 재앙이 발생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말이 많고 말썽도 많은 4대강 사업이지만 기왕 만들었으니 잘 활용만 한다면 후세에 길이길이 그분의 치적(?)으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 까....,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 걱정은 이 많은 강변의 인공시설을 관리하기 위하여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겠는가 하는 우려이다. 서민들의 삶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런 대 사업이 과연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인가? 라는 회의가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에서 발원하여 부산 앞 바다 다대포 물운대까지 장장 506.17km를 도도히 흘러간다. 그 흐름은 수 백년도 아니고, 수 천년도 아니다. 수 만년, 수 억년 동안 흘러온 강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인공 보에 막혀 흐르지 않는 강으로 바뀌고 말았다. 낙동강에 설치된 보는 모두 8개, 상주보를 시작으로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고령보, 달성보, 합천보, 창녕보로 이어진다.


이 8개 보 주변은 다시 공원으로 조성되어 자전거 길을 비롯하여 산책길, 강변 카페, 요트장 등이 들어서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 됐다. 그러나 그 것은 오로지 인간들만을 위한 낙원 일뿐 다른 생태계를 위한 배려는 하나도 없다. 인간만을 위한 시설은 아무지 잘 만들어 놔도 오염을 피할 수 없다. 자연생태계를 배려하지 않은 자연 개발은 필시 인간들에 오염되어 쓸모없는 불모의 땅이 될 것이다.


강은 그냥 놔두는 것이 가장 인간을 위하는 길이다.
강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막아 강물의 흐름을 막고, 습지를 매워 공원을 조성하고, 둑을 쌓아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도로를 내고.....
이런 반 자연적 행위를 하지 않아도 조금 불편함을 참고, 조금 부족함을 참고, 자연을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인간을 위하는 것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한반도의 젖줄이고 문명의 발상지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4대강 유역... 그 강을 단 2년 만에 파헤치고 막아 버렸으니 역사에 대한 역행이고, 자연에 대한 무모한 만행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분의 4대강 사업이 모두 잘 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로지 인간들만 위한 개발이라는 점이다.

어찌 이 세상이 인간만을 위한 세상일 수가 있은가.

아무리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그 미물 또한 인간과 함께 대등한 입장에서

이 세상(4대강)을 공유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경천대를 떠난다.
어제, 오늘 경천대 주변 낙동강
강변 MTB 길 53km를 걸었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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