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부산 갈맷길, 송도해안 볼레길~

migiroo 2013. 4. 1. 09:24

 

>2013.3.24

부산 갈맷길, 송도해안 볼레길~

  -갈멧길 4-1 구간
 

●들어가는 여정~

 

 

 

 

오늘은 부산 갈맷길을 걷고자 이른 아침 길을 나선다.
갈맷길은 부산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길 환상적인 트레킹 길이다.

부산 동쪽 끝에 위치한 기장의 제1구간을 시작으로 서쪽 끝 제5구간 가덕도까지의 해안 길로 총 연장 약 167.6km나 된다. 이 구간을 다시 다섯개 권역으로 나누어 길을 조성하고 다듬어 길을 냈다. 대부분 남쪽 바다를 끼고 걷지만 때로는 마천루 같은 빌딩숲을 조망할 수 있고, 바다위에 새워진 환상적이 다리도 건넌다.

파도를 가르며 배들이 분주히 입출항 하고, 항만에는 하역 순서를 기다리는 수많은 배들이 묘박 된  장면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 바로 부산의 갈맷길이다. 부지런히 걷다보면 황홀한 아침 해돋이도 볼수 있고, 붉게 물든 장엄한 석양 바다도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코스를 작년에 이미 1, 2. 3개 구간은 완주를 마친 상태, 오늘은 4번째 구간인 4-1코스를 걷기로 한다. 이 코스는 감천항에서부터 시작하여 암남공원, 송도해안 볼레길, 그리고 남항대교까지이나 이중 남항대교를 건너는 것은 바람이 너무 불어 포기 하고, 그 대신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자갈치 시장까지를 추가 연장하여 약 25km를 걸을 예정이다.


원래 4-1구간의 출발점은 영도 쪽 남항대교부터 시작하여 서쪽으로 감천항까지의 코스이나 오늘은 반대로 감천항을 출발하여 남항대교 방향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우선 갈맷길을 걷기 전에 부산의 ‘산토리니’라고 하는 ‘감천문화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나온다.(문화마을 탐방기는 별도로 써서 불로그에 올렸다.)


 

 

 

 

애잔한 마음으로 2시간여 동안 문화마을을 돌아보고 나오니
시간이 벌써 오전 11시를 넘겼다.
서둘러 문화마을을 벗어나니 바로 감천항이다.
감천항은 고깃배들이 분주히 드나드는 비린내 나는 항구인 줄 알았는데
그런 서정적인 냄새가 풍기는 항구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거대한 국제 수산물 가공 공장들과  냉동 공장들이
항만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수산물 공장 항구로 변해 있었다.


 

                                                                      ▲감천항 전경-사진 출처 부산시

 


감천(甘川)이라는 뜻은 물이 좋은 곳이라는 말인데 그 감천은 안 보이고
건물의 조형미가 철저히 무시된 공장 건물들만 항구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모두가 수산물 수출입 가공 공장과 냉동 공장들이었다.
예로부터 물 좋아 감천이라 했는데 그 감천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런 공장들이 있으니 우리가 싱싱하고 다양한 수산물을
수출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누그러 진다.
 

복잡한 감천항 도심지에는 갈맷길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찾아보기 어렵다.
할 수 없이 대로변에 보이는 119소방서로 들어가서 길을 묻는다.
119는 늘 시민들의 편,젊은 친구들이 친절하게 갈맷길 초입길을 안내해 준다.
감천초등학교 앞 마을 앞에 와서야 비로소 갈맷길 안내 이정표를 발견했다.
감천문화마을과 연계된 갈맷길 이정표를 도심지에 새워 줬으면 좋겠다.


감천항은 서편 다대포항, 동편 부산남항 이 두 항구 사이에 위치해 있다.
갈멧길 4-1코스는 장군산과 진정산 그리고 암남공원 서편 해안 길부터 시작하여
동편 해안 송도해수욕장을 거쳐 남항대교까지로 되어 있는 약 17km 해안 길이다.


 

 

 

그런데 멋진 해안 길인 줄 알았던 감천항 쪽 갈맷길이 시멘트 포장길이다.
겨우 1차선 그 길을 걷는데 자동차들이 몸을 스치듯 자나가니 불안하다.
해안에는 창고 같은 건물 냉동 공장 건물들만 빼곡히 늘어서 있다.
공장이 들어서 전에는 그야말로 해안이 절경 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경제 앞에서는 자연경관 따윈 한낱 사치에 불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무슨 갈맷길이 이렇담...‘


가득 불만에 석여 시멘트 포장길을 걷다가 그만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그렇지 이왕에 걷기로 했으니 끝까지 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길을 비록 포장길이지만 길가엔 벚나무 대신 아름드리 백목련 나무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한창 순백의 목련꽃을 활짝 피어 길손을 반겨준다.
어디 백목련뿐인가, 뜸뜸이 서 있은 동백나무 가지엔 그야말로 진홍 빛 동백꽃이
피어 있고, 길 곁에는‘제비꽃’과 ‘현호색’같은 야생화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길손의 발목을 잡는다.


 

 

 

 

 

 

동백은 왜 목체 떨어져 죽는가?


 

 

 

 

다른 꽃들은 죽을 때 모두 시들시들 시들어 그 아름답던 모습들이
가장 추한 모습으로 바뀌어 죽는다.
그러나 동백은 결코 시들지 않고 목체 떨어져 처연하게 죽는다.
그래서 동백나무 밑에 수북이 떨어져 있는 동백꽃을 보면 마치
붉은 피를 쏟은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모지포서 추어탕으로 점심을 때운다.
모지포를 지나니 그제야 비로소 산책길다운 갈멧길이 나타났다.
그러면 그렇지.... 
잔뜩 불만에 섞였던 마음이 비로소 보상을 받고 풀어진다.
그야말로 길은 한 켠으로 목재밧줄난간이 쳐진 좁은 오솔길이다.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왼편으로는 해안 길이다.
길 중간 중간, 나무 가지에 빨강, 파랑색 갈맷길 표지 리본이 매달려있다.
길을 잃다가 이런 길 안내 리본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멀리 떨어져 있던
그리운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반갑기가 그지없다.


 

 

 

 

이런 길을 혼자서 걷자니 쓸쓸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걷는 다면 얼마나 기쁠까 생각하지만...
그런 꿈은 이미 먼 과거의 시간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길이야 말로 혼자 걷는 것이 가장 좋다.
혼자 걸으면 생각할 수 있고, 걸림이 없고, 구속이 없다.
그래서 옛 고승들은 홀로의 길 떠남을‘무애(無碍)의 길’이라 했잖은가.


 

 

 

 

요즘 나는 누구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리고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길에서도 혼자이고, 여행을 떠날 때도 혼자이다.
이 세상 떠날 때도 혼자일 것이니 미리 연습해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길을 빠져 나오니 길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땅 끝임을 알린다.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작은 섬 하나가 돛단배처럼 떠 있다.
바로 무인도‘두도’ 라는 섬이다.

 

 

 

 

전망대의 안내 표지판을 보니 섬은‘새들의 땅‘이라고 설명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새들의 섬으로 사람들이 들어가는 다리를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은 어디까지 일까.
새들의 땅(섬)이라 해 놓고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다리를 놓다니....
그냥 그 예쁜 섬을 바라보지 못하고 꼭 섬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하는 걸까.
참으로 유감스럽고 한심한 소행이 아닐 수 없다.  


 

 


 
섬과 연결 되는 다리가 완성되어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어찌 새들이 편안하게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고 살 수 있겠는가.
촬영된 사진 상으로 보면 다리를 놓는 것이 분명한데....
내가 잘 못 본 것인지는 몰라도 부산시에 항의라도 해 보고 싶다.
제발 다리가 아니기를 바란다.


두도 섬을 보고 즐겁던 마음이 우울해 진다.
다시 U 턴하여 길을 걷는다.
이제부터는 부산 남항 쪽 바다가 보이는 동쪽 해안 길을 따라 걷는다.
그런데 서쪽 해안 길과는 딴판으로 해안이 절경이다.
나무, 해안 바위, 그리고 파도가 서로 조화되어 그야 말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의 힘든 여정이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 듯 하여 기분이 좋아 졌다.


 

 

 

 

길은‘송도해안 볼레길’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동백꽃과 해안 바위들이 만든 풍경은 그야말로 신선이 노니는 선경(仙境)이다.
남항 바다 위에는 수많은 선박들이 점점이 묘박 중이고, 파도는 쉴 새 없이
해안에 부딪쳐 은빛 물보라를 연출하고 있다.


 

 

 

 

만개한 동백꽃이 있는 해안 길은 더 없이 걷기 좋다.
중간 중간에 힘든 계단 길이 있긴 하지만 해안 절경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오솔길을 벗어나니 바로 암남공원이다.
여기서부터는 모든 경관이 자연적이 아닌 인공적 흔적이 뚜렷하다.
공원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운동시설 등 많은 편의 시설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정원도 있고, 예쁜 레스토랑도 보인다.


 

 

 

 

집이 예쁜 것이 아니라‘구름속의 산책’이라는 이름이 예쁜 레스토랑‘이다.
이름이 예쁘니 아마도 음식 맛도 좋을 듯 하다.
레스토랑 이름 하면 ‘몽불랑’이니 ‘보로드웨이’니 하는 외래어 일색 인데...
그러고 보니 레스토랑 들어가 본적이 언제였든가 가물가물하다.

 

 

 

이름 예쁜 레스토랑을 지나니 바로 암남공원 공영주차장이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새벽 동틀 무렵 자동차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얼마나 멋질까.
그러나 절경 이였을 해안을 매립하여 조성한 주차장이라 생각하니
또 심사가 편치 않다.
무엇이든지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떨어내야 하는데....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


 

 

 

 

그런데 그런 부정적 사고를 떨쳐 버리자 하다가도 금 새 또 부정이다.
여기에서부터 송도해수욕장까지의 길은 흙길이 아니고 해안 자연
경관을 무시하고 만든 인공 구조물로 설치한 길이기 때문이다.
요즘 어느 지방이든 산책길에 유행처럼‘데크로드’를 설치한다.
그런데 이곳은 데크로드 대신 페인트 코팅을 한‘스틸로드'이다.


 

 


 
물론 이런 인공 구조물이 사람들이 걷기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절경의 해안 경관을 망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절경을 보려 왔는데 망가진 절경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자연 경관은 사람들이 만들 수 없고 정복할 수도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런 영역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는 길뿐이다.
자연을 손상하여 자연경관을 감상하려는 인공적 구조물 같은 설치는
자연도 사람도 망가트리는 행위이다.

 

 

 

 

아마도 이런 모습을 배를 타고 바다 쪽에서 해안선을 바라다본다면
그야말로 흉측한 모습일 것이 분명하다.

 
해안 경관의 손상도 최소화하고 친자연적으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은 만들 수 없는 것일까?
좀 더 연구하면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환경생태학자, 디자인 미술학자, 건설학자 그리고 행정관료 등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현재의 철책 길 보다 더 멋진 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파른 계단이 너무 많아 노인들은 보행이 어렵다.
나도 노인이니 힘들긴 마찬가지....
힘든 철책 길을 빠져 나오니 드디어 송도의 빌딩숲이 카메라에 잡힌다.
도시는 도시대로 아름답다.


 

 

 

 

은모래 해수욕장은 아직도 겨울옷을 벗지 않고 있다.
모래가 강한 바람에 날리어 눈을 뜰 수가 없다.
모래가 너무 잘고 곱다. 그래서 바람에 더 잘 날리는 듯 하다.
머리와 꼬리만 보이는 고래 조형물이 바다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다.
백사장엔 한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해안 공원에는 가수 故‘현인’의 동상도 보인다.
가수 현인의 본명은‘현동주’이다.
1919년 부산 영도에서 출생, 2002년 향년 84년로 타계 할 때까지
근대 1세대의 대중 가수로서 명성을 날린 가수이다.
누가 현인이 부른‘신라의 달밤’을 모르겠는가.


 

 

 

 

송도 해수욕장 상가들의 간판들이 정말 정갈하고 깔끔하다.
도심지 상가들의 무질서한 간판에 비교하면 얼마나 멋진가.
빌딩건물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크고 작은 간판과 현수막들이
난무하는 우리의 거리 풍경은 참으로 보기에도 민망스럽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모든 거리의 간판들을 강력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송도해수욕장 주변 상가들의 간판들은 개성이 있고 깔끔해서 좋았다.

 

 


 
송도해수욕장을 돌아 도심지를 관통하여 자갈치 시장으로 향한다.
송도에서 약 3.7km를 걸어 자갈치에 도착하니 시간이 벌써 돌아갈 시간이다.
서둘러 비린내 나는 자갈치를 돌아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와 보는 자갈치, 갈치가 많아 자갈치 인줄 알았는데
원래 자갈밭에 형성된 어시장이라 자갈치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다.
북적대는 시장 사람들, 어패류를 비롯한 갖가지 물건들이 길거리에 즐비하다.
사지 않아도 먹지 않아도, 보는 것만 해도 배가 불러와 즐거워진다.


 

 

 

 

대형 마트에 비하여 물건 값도 엄청 싸다.
시장 포장마차에 들어가 솥에서 부글부글 끊는 선지국밥 한 그릇을 시켰다.
수더분한 아줌마가 뚝배기에 가득 국밥을 말아 주신다.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국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소주도 한잔 했다. 소주 한 병을 시킨 것이 아니라 소주도 잔술로 판다.
국밥 값이 5천원이려니 하고 1만원을 주니 6,500원을 거슬러 준다.
국밥 한 그릇이 3,500원, 소주 한잔 값은 특별히 그냥 서비스 한단다.
자갈치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맛있는 국밥과 인심 후한 대접을 받겠는가.


 

 

 

 

꽃샘추위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이 비교적 한산하다.
자갈치 역 앞 지하상가도 둘러 봤다.
그리고 쓸 만한 모자 하나를 샀다. 모자 하나에 단돈 3,000원...
자갈치 기분을 실감나게 맛보고.... 늦은 저녁 다시 전철을 탔다.
쏟아지는 졸음.....
노포역에서 다시 직행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캄캄한 밤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아직도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는 강한 다리가 있음에 감사하고,
아직도 산에 오를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고, 
아직까지 큰 병 안 걸리고 살아감에 감사한다.

 

사용 카메라

케논 EOS 60D

렌즈 TAMRON 18-250mm 망원렌즈

10-24mm 광각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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