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4.11
■박물관의 ‘만첩홍도‘
그대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그토록 모진 고통을 감내하고
찬란한 만첩홍도를 피웠는가?
국립경주박물관 옥외 전시장의 석조유물(石造遺物)을 둘러봅니다.
그런데 그 것들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잔디밭 한쪽 구석에 사람 다리만한 고목이 하나 있는데 죽은 것으로
알았던 그 고목에 그야말로 찬란한 꽃이 만개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에 많은 봄꽃들이 피어있지만 그 꽃이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바로 '만첩홍도(萬疊紅桃)' 였습니다.
목은 시커멓게 타서 누가 보더라도 죽은 나무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고목에 가지가 서너 개 올라와 꽃을 피운 것입니다.
생명력이란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한 대상입니다.
모질고 끈질긴 것 또한 생명인 듯 합니다.
죽은 것 같으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식물들이야 말로
모든 진화된 생명체의 으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지가 무참히 잘려 나가고, 뿌리가 뽑혀 넘어 져도
식물들은 다시 새 뿌리를 땅에 내리고 가지를 뻗어 올려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그 어떤 수난도 견뎌내고
고통을 감내하다 봄이 되면 찬란한 꽃을 피우는 식물들.....
그 경이로운 생명력 앞에 고개가 숙여 집니다.
만첩홍도는 장미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겹꽃북숭아'라고 부른답니다.
꽃잎이 여러 겹 핀다고 하여 만첩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붉은 꽃은 만첩홍도, 흰 꽃은 만첩백도라 하는데 모두 복숭아나무를 말합니다.
매화도 만첩홍매, 만첩백매 등으로 부른 다고하네요.
만첩이란 글자 그대로 여러 꽃잎이 겹쳐졌다는 한자어입니다.
다시 말해서 겹복숭아 꽃을 말합니다.
보통 복사꽃이라고 부르는 복숭아꽃은 홑꽃잎을 가지고 있으나
만첩홍도는 장미처럼 여러 꽃잎이 겹겹이 붙어 있습니다.
만첩홍도는 중국이 원산지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중국식입니다.
무릉도원(武陵桃源) 할 때의 '도'자도 복숭아 도(桃)자를 쓰는데
만첩홍도 또한 桃자가 들어갔으니 예사로운 꽃이 아닌 듯 싶습니다.
그래서 신선들이 먹는 과일이 '천도복숭아; 가 된 것이 아닐까요?
죽은 줄만 알았던 박물관의 고목 한그루....
결코 죽지 않고 그 찬란한 꽃을 피웠으니 만첩홍도 이고,
박물관의 옛 석조물들....
천년 이상 모진 세월 견뎌 내면서 깨지고, 부서지고,
마멸됐지만 아직도 면면히 그 조각이 살아 숨 쉬고 있으니
결코 죽지 않을 살아 있는 소중한 우리들의 유물들입니다.
다시 한 번 생명의 위대함 앞에 머리를 숙입니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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