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4.5
벚꽃은 바람에 날고....
오랜만에 벚꽃 구경하러 나갔습니다.
요즈음은 벚꽃 보려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각 지방마다 가로수 길이나 공원 등에 벚나무를 많이 심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벚꽃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꽃이고, 일제강점기 때 조성한
벚나무 길이라 해서 벚꽃을 배타적 눈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꽃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벚나무는 원래 한국이 원산지이니 가장 한국적인 꽃이기도 합니다.
벚꽃은 뭐니 뭐니 해도 늙은 벚나무의 꽃이 제일입니다.
젊은 벚나무는 꽃은 싱싱하지만 어딘지 외소해 보이고 빈약해 보입니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전국적으로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벚꽃 축제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역사 깊은 경남 진해의 벚꽃 입니다.
그리고 경주 보문호 일원, 강능의 경포대 주변도 벚꽃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공주의 계룡산 산벚꽃도 좋고, 제천의 청풍호반 벚꽃, 정읍의 내장로 벚꽃길,
완주의 송광사 경내 벚꽃, 부안 내소사 벚꽃 터널도 정말 멋있는 곳입니다.
진안의 마이산 벚꽃, 하동의 화개장터 주변....
그리고 서울의 고궁과 여의도의 윤중로 벚꽃도 유명합니다.
울산에는 언양 작천정 주변 벚나무 군락지를 최고의 벚꽃으로 칩니다.
거기에는 수백그루의 벚나무가 모두 수십 년, 수백 년 묵은 노거수들입니다.
벚꽃이 만개할 때 가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그런 작천정에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어 오늘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축제장이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벚꽃은 여전히 장관인데 벚꽃 아래에 온갖 상인들이 천막을 치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벚꽃 축제가 아니고 무슨 시장바닥 같았습니다.
온갖 음식점과 갖가지 물건들이 벚꽃보다 많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축제장에는 의례히 떠돌며 장사하시는 분들이 모여들게 마련 입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인데 어찌 하겠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벚꽃 애기보다는 그들(상인들)의 진한 애환이 드리운
또 다른 삶의 현장을 잠깐 사진 상으로나마 들여다볼까 합니다.
벚꽃 길은 그냥 사람들만 다니게 하고, 장사 하시는 분들의 천막은
벚꽃 단지 옆 너른 광장에 조성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
축제를 주관하는 행정 당국의 머리가 거기까지가 한계인듯 합니다.
이번 주말은 작천정의 벚꽃이 절절에 이를듯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하필 토, 일요일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 예보 입니다.
강한 바람까지 불거라 했습니다.
벚꽃의 떨어짐은 자연의 수순이지만 그 많은 영세 상인들은 어찌합니까.
주말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모여 들 것인데 강한 비바람이 불면 장사는
그야말로 망한 거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하필 주말에 비바람을 주시는 지...
키작은(난쟁이) 예술단들이 참으로 안 돼 보입니다.
주말에 한껏 돈를 벌려고 기대 했는데.... 비바람이라니...
제발 그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누가 이 작은 여인을 깔 볼 수 있겠습니까?
누가 이 작은 거인들을 멸시할 수 있습니까?
최선을 다하여 살아 가고 있는 그녀의 열정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연해 집니다.
그녀의 트로트 노래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분들 장단 치고 노래하고 못하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달인들 입니다.
그런데 구경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엿을 사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디 이분들이 건강하고 멋지게 세상을 살아 가시길를 기원합니다.
또 이 여장 남자 이 양반 화장한 모습이 죽여 줍니다.
지금 한창 관객들 앞에서 찐한 음담패설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먹고 산 다는 것만큼 모진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거룩한(?) 일입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거룩한 일입니까?
자신의 불행한(?) 신체적 장애를 딛고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비록 여장으로 어설픈 화장까지 했지만 관객들을 웃기고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이분들의 모습에서 가슴 찐한 감동을 받습니다.
부디 이분들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식당에 손님이 썰렁하니 왠지 미안스러워 지고 가슴이 아픕니다.
여기에서 국밥 한릇을 사먹고 나왔습니다.
국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발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빈 자리 없이 손님이 꽉찼으면 좋겠습니다.
관상과 점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의자가 텅 비었습니다.
하루에 얼마나 벌까.....????
이 모습 또한 가슴이 아픕니다.
명품 가방, 명품 모자 다 있습니다.
백의 디자인도 멋집니다.
뭐 명품이 별겁니까.
핸드백이 명품이 될수 있는 것은 들고 다니는 여인의 마음이 명품이어야 명품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수백만원 짜리 명품 백이라도 그것을 드는 여인의 마음이 아름답지 못하면
싸구려 짝퉁만도 못한 백이 될 것입니다.
제발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금은 보화도 진열대에 가득합니다.
1,2만원이면 어떤 금은보화도 살 수 있습니다.
싸구려 목걸이도 그것을 목에 거는 여인의 가슴(마음)이 예쁘면 멋진 목걸이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값비싼 진주 목걸이를 걸어도 여인의 마음이 천박하면 싸구려 목걸이로 전락 하고 맙니다.
목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형형 색색의 옷입니다.
색의 조화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떤 것은 인도에서 온 것이고, 어떤 것은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온 것 들입니다.
색은 문화의 척도 입니다.
한국은 백색을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하지만 한국인 만큼 색을 중요시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여인은 곧 아름다운 색 입니다.
이 옷도 제발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예쁜 인형들이 너무 앙증맛습니다.
벚꽃도 좋지만 이런 것들을 바라보는 것도 행복입니다.
이 귀여운 인형들이 빨리 주인을 만나기를 기도 합니다.
조랑말이 끄는 꽃수레 입니다.
힘에 지쳐 조는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참으로 몹쓸 짓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바가지에 물도 없고 먹을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 동안 서서 조랑말의 눈을 바라봅니다.
너무도 슬픈 눈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절망의 눈빛입니다.
아마도 옛날 노예들이 저런 눈빛을 가지고 살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입에 물린 재갈도, 등에 얹은 멍애도 너무 무거워 보입니다.
꽃마차에 타고 꽃구경하는 사람들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이 조랑말들은 얼마나 삶이 고달프겠습니까?
세상을 살아 가는 것은 사람이나 조랑말이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이 조랑말이 등에 걸린 멍애를 벗고 너른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애들에게 너무나 미안해 집니다.
늙은 거목에 만개한 벚꽃은 이제 서서히 낙화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꽃은 지지만 죽는 것이 아니고 다시 환생하기 위한 수순입니다.
오늘은 벚꽃 보다는 또 다른 삶의 현장을 본 것 같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사는 모습에서 나 자신을 돌아 봅니다.
>미지로
'※Migiro Gallery > 숲,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화강, 양귀비 그녀와의 해후~ (0) | 2013.05.23 |
---|---|
그대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만첩홍도) (0) | 2013.04.17 |
봄꽃의 향연~ (0) | 2013.04.03 |
♪봄의 전령 영춘화 迎春花~ (0) | 2013.03.12 |
♪첫 만남(꽃다지)~ (0) | 2013.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