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경주 함월산 왕의 길을 걷다.

migiroo 2013. 7. 16. 23:58

 

2013.7.15


경주 함월산 왕의 길을 걷다.
-경주 신문왕 호국 행차 길~

 

 

 


어젠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무더위가 극성이다.
긴 장마철이라 하지만 폭염과 폭우가 서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방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행이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기에 간단한 배낭을 챙기고 집을 떠난다.
크게 힘들지 않고 산 속을 걸으면서 하루만이라도
자연 속에 묻혀 있고 싶기 때문이다.


경주 함월산(584m)에 조성된 산속 작은 길을 찾는다.
길 이름이 좀 이상한 ‘신문왕 호국행차 길~’ 이다.

 

 

 


2011년 경주시와 문화재청에서 문화유적 생태탐방 길로 조성한 길이다.
호국이라는 용어가 붙은 것은 신문왕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마무리한
부왕 문무왕을 기리고 호국의 의지를 다지기 위하여 행차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냥 단순한 둘레길이 아니라 천 년 전 왕이 다니던 역사의 향기가 서린 길이다.
코스는 덕동댐 추령터널 옆 함월산 모차골에서 출발하여 수랫재 용연폭포,
기림사까지 약 5km(왕복10km) 구간이다.


모차골 어느 폐사된 암자 옆에 차를 세우고 산속 길로 들어간다.
모차골이라는 이름 또한 신문왕과 관련이 있는 골짜기 이다.
바로 신문왕이 마차를 타고 행차 했던 곳이라 하여 마차골이라 했는데
어느 때부터 인가 모차골로 발음이 바뀌어 버렸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속, 숲길은 그야말로 녹색세상이다.
하늘은 폭염을 쏟아내고 있지만 숲에 막혀 산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숲 터널을 이룬 산길은 동굴 속처럼 시원하다. 
작은 계곡 물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도 들린다.
비온 뒤라서 길은 촉촉이 젖어 있다.
녹색이 주는 감성은 바로 행복이고 희망이다.
오르막길에서는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지만 정신은 맑아지고
녹향을 마셔서 그런지 기운이 펄펄 솟아오른다.
육체뿐만 아니라 진정한 정신적 운동,
바로 자연이 주는 힐링(Healing) 길이다.

 

 

 

 


녹색은 인간의 감성을 가장 편안하게 하고 평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현대 도심은 녹색을 기피한다.
모두가 시커먼 시멘트 회색도시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마다 녹색지대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비싼 땅에 나무를 심는 다는 것은 손해라는 철저한 이기주의로
도심 속의 녹색지대 형성은 너무도 어렵다.


지난 MB정권은 아예 녹색성장 운동을 국가 중요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의 녹색 운동은 삐뚤어진 운동으로 변하고 말았다.
녹색의 4대강을 파헤쳐 강바닥을 긁어내고 강물을 막아 거대한
콘크리트 보(堡)를 설치한 역 녹색운동을 벌렸기 때문이다.
진정한 녹색성장 정책은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신문왕은 신라의 31대 왕이다. 
그는 문무왕의 맏아들로서 681년 왕위에 올라 12년간 신라를 통치하였다.
그는 재위 동안 강력한 전제왕권을 확립하여 호국의 의지를 강하게 펼쳐 나갔다. 
신문왕과 만파식적 이야기는 유명한데 바로 그의 호국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왕 문무왕을 기리기 위하여 감은사를 짓고
부왕의 유언대로 문무왕을 수중릉에 묻으니 그의 효심 또한 대단했던 모양이다.


오늘 내가 걷는 왕의 길은 바로 신문왕이 부왕에 대한 애틋한 효심과
만파식적을 통한 호국의지를 펼쳐나가기 위하여 행차 했던 천년 역사의
숨결이 숨어 있는 옛 길인 것이다.


하루 종일 녹음 속에 파묻혀 신문왕을 생각하며
왕복 10여 키로 왕의 길을 걸으니
몸과 정신이 그야말로 맑아졌다.

 

 

 


오르막 내리막은 있지만 길은 원만하고
마지막 용연폭포에서 힘찬 폭포소리에 묻혀
맑디맑은 계곡물에 탁족(濯足)을 즐기니
내가 바로 신선이다.

 

 

 

 

 

 

 

 

 

 

 

 

 

 

 

 

 

 

 

 

 

 
>미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