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전국문화재 斷想

통도사 산내 암자 도보 순례(1편-서운암. 옥련암. 백련암)

migiroo 2013. 11. 21. 23:08

>2013.11.18


제1편, 서운암. 옥련암. 백련암


통도사 암자로 가는 길목에서 늦가을 만추를 만났네!
-통도사 산내 암자 도보 순례

 

 

 


겨울이 성큼 산사 암자 앞까지 온 듯 하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바람까지 불고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그러나 통도사가 자리한 영축산 아래 산문 길은 의외로 단풍이 절정이다.
마지막 만추의 붉은 단풍이 암자로 걸어가는 나의 발길을 즐겁게 한다.

 

오랜만에 통도사 산내 암자 몇 곳을 돌아보고자 순례 길에 오른다.

지난 2010년 1월 이었으니 꼭 3년만에 다시 걷는 암자 순례길이다.
좀 추운 것이 무슨 장애가 되겠으며 바람이 좀 분들 무슨 상관인가.
상념에 잠겨 터벅터벅 걸으면서 발끝에 시선을 두고 바람을 맞는다.
그리고 걸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찬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처럼 온갖 삿된 욕망을 아무 미련 없이
이 산길에서 비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부질없는 짓임을 안다.
결코 욕망을 버릴 수도, 비울 수도 없다는 것을....

 

 

 

 


 

 

 

서운암 장독대에 나를 묻고~


 

 

 


서운암 산문 앞에 이른다.
마지막 단풍이 암자로 가는 길목에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서운암 연지(蓮池)에는 낙엽들이 내려 앉아 바람에 일렁이고 있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운암 장독(항아리) 밭에는 하얀 햇살이 내려 앉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매년 야생화 축제가 열리고, 사찰의 간장, 된장을 파는 곳으로 유명한 서운암...
수많은 장독들이 스님들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장독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이 많은 장독마다 모두 간장, 된장이 들어 앉아 있을까?
문득 내가 된장이 되어 장독 속에 갇혀 세상을 등지고 싶어진다.
그러나 세속에 대한 욕망과 사랑 하고 싶은 미련은 언제나 내 약해 빠진
의지를 꺾어 버리곤 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제발~
서운암 장독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속세를 등지고 싶어진다.
그러나 찬바람만 불뿐 서운암 장독대는 대답을 주지 않는다.

 

 

 

 

 


서운암 장경각 16만 도자대장경

 

 

 

 

해인사에 목판 팔만대장경이 있다면 통도사에는 도자십육만대장경이 있다.
통도사 성파 큰스님께서 조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불교발전과 그리고 
우리의 면면한 민족문화를 대대로 보존하고자 하는 서원으로 
16만대장경을 도자기로 구어 봉안한 곳이 서운암 장경각이다.
그 무단청의 정갈한 전각이 높은 언덕위에 앉아 영축산을 바라보고 있다.
해인사에서는 목판 팔만대장경을 보다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하여
동판대장경을 조성 했다는데 통도사에서는 도자대장경을 조성했으니 아마도
목판은 물론, 동판대장경보다 더 오래 보존이 되지 않을까 생각 든다.
동판은 화재시 불에 녹아 없어지지만 도자기는 불에서도 타지 않기 때문이다.

 

 

 

 

 

 

법당 창호가 아름다운 옥련


옥련암 들어가는 산문 길의 단풍은 더 아름답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의외로 만난 옥련암 만추의 단풍 길....
그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다니 이 또한 행운이듯 싶다.

 

 

 

 

 

옥련암 약수물을 마시면 장군처럼 힘이 쌔 진다하여 ‘장군수’라 한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암자 앞 약수터에는
물을 길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옥련암 주 법당 건물의 현판이 ‘큰빛의 집’이라는 한글 현판이 걸려있다.
비로자나불 화엄의 빛이 비추는 법당이라는 뜻인가?
한자로 쓰면  대광명전, 대적광전이다.
이들 법당에는 법신불이신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전각들이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과연 지권인을 취한 비로나자불이 화려한 보관을 쓴
문수, 보현보살을 협시불로 하여 좌정하여 계신다.
삼존불 후면에는 탱화가 아닌 섬세하게 조각한 목각 탱이 있는데
250의 아라한상이 갖가지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다.

 

 

 

 

 

목탱은 모두 음, 양각의 고부조 돋을새김으로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부처님의 초기 제자들인 250 아라한을 새긴 것이다.  
옥련암에는 모두 1,250 아라한이 목각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경기도 여주 목각박물관장인 인간문화재 박찬수 선생의 작품이다. 

 

 

 

 

 

법당 안의 목각 조각도 볼만하지만 법당 앞면 화문 문양의 아름다운
창호도 또한 볼만하다. 법당의 창호는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엄한다.
부처님이 상주하는 곳임을 상징하기 위함이다.

 


   
■ 수령 650년 은행나무가 있는 백련암(백련정사)

 

 

 

 

 

백련암으로 들어가는 소나무 숲길이 너무 좋다.
수백 년 묵은 소나무와 나이 어린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소나무 사이사이 단풍나무들도 곱게 물들어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있다.
아직은 소나무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보이지 않지만...
부디 재선충에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늦가을 마지막 단풍이 암자 길목에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그러나 그도 떠나고, 나 또한 떠나야 하는 거.....
가을 너라고 해서 떠나지 않고 머물 수는 없는 거....

 

 

 

 

 

원산 스님이 계신다는 백련암에 이른다.
산문에 드니 수령 650년이나 된다는 은행나무가 길손을 맞는다.
은행나무 아래는 그야말로 떨어진 은행잎으로 온통 황금빛이다.

 

 

 

 

 

백련암 감로수는 그야말로 맑다 못해 수정처럼 투명하다.
석조 입수구에는 커다란 어미 석두꺼비 한 마리가 새겨져 있고,
가상 자리에도 애기 두꺼비가 물속에서 머리를 쳐들고 있다.

 

 

 

 

암자에는 언제나 인적이 드물다.
찬바람이 부는 암자 마당엔 쓸쓸함과 고요함이 내려 앉아 있다.
원산스님은 출타하셨는지....
공양간 굴뚝에 연기조차 안 보이니 점심 공양하긴 틀린 듯싶다.
몇 년 전 인가?
원산스님을 만나 좋은 법문도 듣고 화두(話頭) 하나를 받아온 적이 있다.
그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信受奉行(신수봉행)’


나는 아직도 이 화두를 풀지 못하고 있다.
원산 큰 스님은 일찍이 경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득도 하신 분이다.
1995년 조계종 초대 교육원장을 역임하신 후 한 때는 지금 백련암
뒤편에 있는 죽림(竹林)굴에서 3년간 무문관(無門關) 이라는
수행에 들기도 하신 분으로 지금은 백련암 감원의 소임을 맡아
포교에 힘쓰시고 있는 통도사의 큰 스님이시다.


백련암의 맑은 감로수 한 모금 마시니 뱃속에 찌든 속진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원산스님을 뵙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백련암 산문을 나온다.

 

*남어지 사진~

 

 

 

 

 

 

 

 

다음 제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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