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7
마곡사, 그 겨울의 길목에서(4)~
●차마 떠나지 못하고~
극락교를 나오니 거기에 가을이 멈춰 서서 나를 붙든다.
차마 떠나지 못함인가?
명부전과 매화당 건물이 있는 또 다른 경내 영역...
아직 떠나지 못한 가을이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있고,
그의 밑에는 선혈같은 피빛 낙엽이 쓸쓸히 쌓여있다.
붉은 단풍과 고찰, 자연과 인공물의 관계인데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한편의 오케스트라처럼 하모니가 너무도 자연스럽다.
고색 찬연한 팔작지붕의 명부전이 붉은 낙엽에 파묻어 있다.
명부전은 1939년에 지은 건물로 지상보살과 염라대왕 그리고 시왕들을 모신 전각이다.
날렵한 팔작지붕이 학이 날갯짓을 하면서 금방 공중으로 날아 갈 듯한 모습이다.
일반인들은 들어 갈수 없는 금단의 문 ‘매화당’의 단아한 절집이다.
아마도 요사체인 듯 하다. 회벽과 오래된 지붕의 풍판이 조화를 이루어
간결함과 소박함이 주는 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천왕문 지붕 붉은 풍판을 배경에 두고 단풍나무가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잎을 다 벗어 버리고 나무는 나목(裸木)이 되어 긴 동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사람들은 추면 자꾸 옷을 입는데 나무들은 추울수록 옷을 벗는다.
바로 욕망과 집착이라는 옷을 놓지 못하는 인간들의 모습이고,
무소유의 진리를 실천하는 나무들의 모습을 말함이다.
인간들은 이렇게 자연에서 살고 배워야 한다.
명부전 처마 밑으로 보이는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러나 인간의 눈에는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무들의 입장에서 보면 긴 동면으로 들어 갈 고통이다.
단풍은 여심(女心)인가?
여인들이 낙엽을 밟으며 추억 만들기에 여염이 없다.
단풍은 아름답지만 쓸쓸하고 외롭다.
나처럼....
서둘러 폰으로 사진을 찍고 달린다.
천왕문, 해탈문을 나와 일주문 쪽으로 달려가도 일행들이 보이지 않는다.
나를 버리고 가버린 것일까?
핸드폰이 울린다.
“빨리 안 나오고 뭐 하니, 여기 일주문 밖이야...”
허겁지겁 일주문을 향하여 달리기를 한다.
마곡사와는 이렇게 이별이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
천불을 봉안한 영산전도 못 보고,
천년 시간이 잠들어 있는 부도도 못 보고,
조사당, 응진전도 둘러 보지 못하고 간다.
다음에는 꼭 혼자 와서 실컨 보고 가리라.
그러나 내 나이 몇인데 언제 또 와 보려나...
마곡사여, 안녕....
사진 정보
촬영 일자 : 2012.11.17(토)
촬영 장소 : 공주 마곡사
날씨 : 흐림(바람 과 구름)
촬영 카메라 : 스마트 폰 I-Phone 4s
(일부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온 것)
참으로 허접한 글 읽어 주시여 감사합니다.
>미지로(2012.11.1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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