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나의 생각, 나의 思考

소치 이상화, 그리고 한국 언론들~

migiroo 2014. 2. 13. 21:39

 

 

 >2014.2.12


소치 이상화, 그리고 한국 언론들~


바야흐로 ‘이상화’의 전성시대이다.
김연아도, 손연재도 잠시 뒤로 밀려 난 듯 하다.
방송, 신문의 머릿기사가 이상화 금메달에 대한 찬사로 가득하다.

어디 언론들 뿐인가. 내 노라하는 기업들도 광고로 야단법석이다.
마치 소치에 이상화만 간 듯 요란하다.
메달을 아직 못 땄거나 따지 못한 다른 선수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올림픽 2연패, 그것도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딴 금메달이니
온 국민이 그녀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열열한 박수를 보낸다.

늘 우울한 우리나라 정치권의 행태를 보다가  정말 이상화 때문에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지나친 찬사는 본인에게도 국민 정서에도 좋지 않다.

 

 

 

 


찬사도 좀 점잖고 우아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저급한 비속어까지 동원하면서 선수의 사적 영역까지 노출 시키는 것은
삼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상화에 대한 찬사가 어떠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나열해 본다.
차마 창피하여 언론사 이름은 생략했다.


이상화 연금 얼마나 될까?’
포상금은? 돈방석에 앉았네...
빙속 여제 이상화 포상금…'억 소리 나네'
이상화 허벅지, 꿀벅지, 금벅지...
꿀벅지 드러낸 이상화의 섹시 모습....
이상화 허벅지 둘레는...,
오리엉덩이....


이것은 점잖은 편에 든다.
심지어는 이런 것도 있다.


이상화, 털 코트 속에 브라만…헉!
이상화, 란제리 입고…도발 섹시 '아찔'....
이상화 치명적 힘 되는 UDT남...
오빠부터 애인까지, 이상화의 남자들....
이상화 선수 하지정맥류가...
.........
......

일일이 나열하자면 한이 없다.
어린 넷티즌들이 한 말이라면 그래도 애교로 봐 주겠지만...
듣기에도 민망하고 수준이하의 기사들이 그것도 한국의 내로라하는
신문사들마저 이러하니 얼마나 한심한가.


지난달에 동아대 정희준 교수님이 쓴 칼럼이 생각나 여기에 옮긴다.
우리나라 언론과 선진외국언론들의 인식 차이랄까.
신문, 방송 기자, 해설자들이 어떤 수준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글이다.
너무 길어 일정 부분만 발췌하여 싣는다.
무단으로 발췌하여 옮기는 것이라 뭐라 혼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너무 공감 되는 글이라 교수님이 이해하시리라 믿고 
옮기는 것임을 밝혀 둔다.


아래 글은 김연아와 추신수 경기에 대한 외국과 한국의 해설자들 이야기인데....
여기에서는 추신수 선수 이야기는 빼고 김연아 경기에 대한 정교수님의
글만 옮긴다. 이 글은 스포츠 해설자 이야기인데 해설자도 언론사의 기자나
다름없는 언론인이기 때문이니 예를 든 것이다.

 


김연아, 추신수 마저 줄 세우기 대상인가.


[정희준의 어퍼컷] 또 하나의 한국, 1등주의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2014.01.29)


2013년 12월 김연아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출전했다. 소치 동계 올림픽 출전을 앞둔 마지막 국제 대회였기에 팬과 언론의 관심이 컸는데 김연아는 완벽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대회 직후 인터넷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서 김연아 경기에 대한 한국 해설자와 외국 해설자의 해설 비교가 등장해 관심을 받았다.


서양 :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서양 :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무늬를 경기장에 흩뿌리네요."


한국 : "코너에서 착지자세가 불안정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서양 : "제가 잘못 봤나요? 저 점프! 투명한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네요."


한국 :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서양 :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 밤을 언제고 기억할 것입니다.
         이 경기장에서 연아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본 저는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한국 :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정확한 출처가 없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오랜 기간 경험했던 서구 해설자의 해설 방식은 이와 일치한다. 이러한 정서적인 시적 표현을 매우 자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 경기 내내 속삭이듯 해설한다. 점프 성공했을 때 우렁찬 목소리로 힘주어 해설하고 경기 끝나자마자 등수부터 들이미는 한국의 해설자들과는 전혀 다르다.


중략....


그런데 이를 한국 해설자의 해설과 비교해 보니 한국 해설의 천박함이 단번에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해설자는 3회전에 성공 했느냐 못 했느냐, 착지가 감점이냐 가산점이냐, 1등이냐 2등이냐에 초점을 맞췄고 선수들이 점수를 받을 때마다 김연아와의 점수 격차를 계산하는데 몰두했다. 사실 점프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점수와 계산, 등수와 메달 색깔 이야기 외에는 별로 들은 기억도 없다. 한국인들이 평소 우습게 생각해 마지않는 중국인 해설자의 표현을 보자.

 

"강철 나비…천 번의 도약은 바로 이 한번을 위한 비상이었습니다."


하략....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물론 해설자도 기자도 기사를 쓸 때는 감정을 자제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실대로 써야 한다.
그러나 무슨 사건을 다루는 기사가 아닌 바에야 언론인(기자,해설자)들도 조금은
감성적이고 문학적 같은 미적 감각을 갖추고 해설을 한다던가 기사를 쓰면 얼마나
읽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겠는가.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 보다, 안도 미키 보다 잘한다는 것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점프나 기술이 월등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녀의 경기에는 감성이 묻어 있고, 부드러운 동양적이 감정이 우러나 있고
아무나 따라 흉내 낼 수 없는 유연하고도 고상한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 경기 모습을 가만히 보면 다른 선수들에 비하여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장중한 음악과 물 흐르는 듯 한 그녀의 율동과 그녀 얼굴표정이 점프보다
더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고 그리고 그녀 내면에서 들려오는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그래서 김연아가 점프하다 약간 실수를 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당황스럽지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점이 다른 선수들에게서 보다 더 깊게 나타는 점을 심판들들도
알아보고 김연아에게 월등한 점수를 줬을 거라고 믿는다.


감성이 없기 때문에, 감정이나 감동이 메말라 있기에...
우리 언론(기자)에게서는 위와 같은 저급한 머릿기사가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빙판을 질주하는 이상화의 모습에서는 힘차게 비상하는 독수리 같은 기상이 느껴지고,
빙판 위에서 날개 짓하는 김연아의 모습에서는 한편의 아름다운 요정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그녀들이 이룬 승리의 이면에는 얼마나 깊은 고통이 묻어 있었는지
우리는 상상도 못한다.
넘어지고 찢기고 다치고 그녀들의 몸은 그야말로 상처투성이다.
어찌 육체적인 고통뿐이겠는가.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국민 기대감에 대한 부담감... 등은 또 얼마나 큰 고통인가.
다 큰 처녀들이 남자 친구를 사귀어 데이트 한 번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지독한 훈련과 연습에 매달려야 하는 그 고통을 우리는 모른다.   

찬사만 할께 아니라 그런 고통이 있었다는 기사도 좀 쓰면 안 되나....

그것이 선수를 위해서나 국민들을 위해서나 모두 유익하지 않을까.


이상화도, 김연아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딸들이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도 똑 같이 자랑스러운 아들, 딸들이다.
금메달을 딴 오늘은 이상화의 날 뿐만이 아니고
우리의 모든 선수들의 날이 되어야한다.


그들에게 박수(기사)를 쳐도(써도) 멋지고 우아하게 치자(쓰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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