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둥지 떠나기~

인연(因緣)~

migiroo 2014. 10. 23. 20:52

▶2014.3.27

 

인연(因緣)~


3월인데 아직도 겨울의 잔상들이 남아 있다.
응달진 곳엔 채 녹지 않은 잔설들이 여기 저기 웅크리고 앉아 있다.
어제 인터넷에서 매물로 나온 집을 프린트해서 자동차의 '네비'를 따라
산촌 마을로 들어 왔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찾던 작은 집과 만났다.
집은 쌍둥이처럼 생긴 목조건물 두 체 중 담을 두른 집 이었다.
 

 

바로 내가 찾던 집...
소박하고 작은 집이 수줍은 듯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연이 닿은 보살님...


잔디마당이 딸린 집은 문이 잠겨 있었다.
집 마당을 기웃기웃 거리고 있는데 옆집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며 나를 부른다.


“그 집엔 들어갈 수가 없어요. 우리 집과 구조가 똑 같으니
 우리 집을 보시면 되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아주머니의 머리는 하얗게 쉬어 있었지만....
어딘지 기품이 배여 있고, 스님들이 입는 잿빛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안내로 집 안팎을 두루 살펴보니 집은 정말 맘에 들었다.
그녀가 따끈한 녹차를 내 오면서 큰 석유난로에 불을 붙이면서 말한다.


“여긴 아직도 추워요. 5월까지는 밤에 난방을 조금 해야 할 겁니다.”


정말 친절한 여인.....
거실 테이블에 몇 권의 불경이 놓여 있었다.


“아, 절에 나가시는군요.”


나와 그녀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3일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내가 사려고 했던 집은 여전히 문이 잠겨 있었다.
이번에도 옆 집 그녀가 나를 방으로 안내 했다.
그리고 그녀는 주방으로 가서 차를 끓였다.


탁자에는 ‘부모은중경’ 한권과 노트 한 권이 펼쳐진 체 놓여 있었다.
노트에는 ‘반야심경’이 한문으로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아, 그거요. 제가 외로움을 달래려고 쓰고 있는 것입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를 다시 보고 금방 친근감을 느꼈다.


“네, 이거 반야심경이군요. 저도 붓으로 써 본적이 있는데....”


이렇게 그녀와 나는 두 번 만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일어서는 나에게 그녀가 손수 끓인 미역국 한 그릇 싸 주었다.


그, 그 다음 날... 나는 또 그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집 이야기는 접어두고
그녀와 불교 이야기와 산촌 생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드디어 3월 20일, 처음 사려고 했던 담장 친 옆집이 아니고
엉뚱하게도 그녀의 집을 사기로 하고 구두계약만 하고 돌아왔다.
법적효력이 전혀 없는 구두계약......
하지만, 우리는 법적효력 그 이상의 믿음으로 약속을 믿었다.


다음 날, 집은 그녀의 것이 아닌 부산 사는 아들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전화로 아들과 구두 계약을 하고 약간의 계약금을 계좌송금 했다.


아내가 알면 날벼락이 떨어 질 것인데.....
걱정 되면서도 먼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떡하면 아내를 설득할 수 있을까.
작전을 세워야 될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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