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둥지 떠나기~

기다리기~

migiroo 2014. 10. 23. 21:03

▶2014.4.1

 
기다리기~

 
4월이 됐다.
그리고 몇 사람들이 아파트를 보고 갔다.
모두들 젊은 애기 엄마들이었다.
집(아파트)도 깨끗하고, 전망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값도 흥정하고 갔다.
그러나 매매는 성사 되지 않았다.

 
또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복덕방만 바라보고 집 팔리기를 자라목처럼
목을 빼고 기다렸다.

@

 

 


>2014.7.6


작은 전원주택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살던 도심의 아파트를 탈출하여
깊은 산촌에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 지난겨울부터 이다.
그리고 내 형편(경제력)에 맞는 작은 집을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 중개소에도 물어보고, 인터넷을 뒤져 마땅한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대부분 그림 같은 고가(高價)의 전원주택들만 매물로 나와 있었다.
 

땅을 사서 집을 새로 지을까도 알아 봤으나 이건 너무 복잡하고 힘든 일이었다.
시골 촌집은 어떨까 하고 알아보았으나 이 역시 시골 원주민이 아니고
도심에 살던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임을 알았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문제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가족들의 반대였다.


아내는 거의 나와 살지 않는다.
일 년의 반 이상은 서울 자식들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난 거의 홀아비 아닌 홀아비 생활을 한다.)
자식들의 반대는 아비가 산촌에 살면 의료문제라든가
시골생활에 적응키 어려워 늙은 아버지가 고생한다 하여 반대했다.


그래서 가족들을 설득하고 설득하여 이제는 내가 거처를
산촌으로 옮기는 생각에 동의 해 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심지 아파트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산촌에
매물로 나온 작은 주택을 찾았다.
20여 평 규모의 주택 1동, 텃밭 그리고 작은 잔디밭 있는 목조 주택이었다.
그리고 일단 매수를 하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잔금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면 주기로 했다.
집 주인은 계약 후에도 집을 비울 테니 집을 관리하라고 하면서
집 열쇠를 맡겼다.
간단한 살림 도구를 옮겨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간단한 취사용구와 이부자리를 옮기고 한 주에 2~3일씩
아파트와 산촌을 오가며 산촌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집도 여기저기 수리하고. 페이트 칠도 했다.
목재를 사다 의자나 다육식물을 올려 놀 다이도 만들었다.
시골장터에 나가 이런저런 야생화도 사다 화단에 심었다.
내가 좋아 하는 줄장미(덩굴장미)도 사다 담벼락 밑에 심었다.
여름에 피는 능소화도 여러 그루 사다 심었다.

 
이미 잡초가 점령해 버린 텃밭은 엄청난(?) 나의 노동력을 들여
잡초를 제거하고 흙을 파서 퇴비도 주어 그럴듯한 밭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텃밭에 상추를 비롯한 여름 채소와 고구마 등을 심는 등
난생처음 농사라는 행복(?)한 일을 체험하기도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복병(?)을 만났다.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잔금을 치룰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사람 좋은 산촌의 집 주인은 그래도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활발히 매매가 이루어지던 아파트가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매매가 뚝 끊긴 것이다.
부동산 중개소 측 말로는 세월호 여파 때문에 부동산 매매가
부진해진 것이 아니고, 당국에서 저가의 소형 아파트를 너무 많이
지은 것이 원이라 했다.
다시 말해서 올 봄부터 쏟아져 나온 새 소형아파트의 가격을 각
건설업체에서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내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기존의 구형 아파트 매매가 뚝 끊기게 된 원인 이라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산촌의 집 주인도 아파트가 빨리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도 한도가 있지 마냥 기다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 입장에서는 집 주인에게 미안하고 난감한 일이 돼 버렸다.
이러다간 계약이 파기되지나 않을까 노심조사 전전긍긍이다.
그동안 산촌 집에 투자(?)한 시간과 금전적인 것은 말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쏟아 부은 애정이 얼마나 큰지 포기하기엔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이제 6월이 지나 7월로 접어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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